낙원상가에서 첼로 소리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다섯 살 소년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왔다. 보청기를 낀 토리가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악기 소리를 찾아 나서는 이 동화는, 청각의 결핍을 감각의 확장으로 뒤집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토리야, 오늘 엄마랑 신기한 소리들을 만나러 갈까?” 엄마 엘라의 다정한 한마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소리를 듣는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섯 살 아이의 눈높이로 풀어낸다.
그림책 시장에서 장애 이해 교육을 다룬 작품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보청기를 낀 아이의 일상을 정면으로 다룬 사례는 많지 않다. 대개는 극복의 서사나 특별한 사건을 통해 장애를 설명하려 든다. 이 책은 다르다. 토리는 첼로, 하프, 색소폰, 피아노, 호른, 클라리넷, 트럼펫, 트롬본, 드럼, 징까지 열 종에 가까운 악기 소리를 차례로 만나며, 소리마다 다른 진동과 파장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토리의 귀 옆에는 반짝이는 소리요정 루루가 언제나처럼 함께 대기하며, 아이가 낯선 소리 앞에서 머뭇거릴 때마다 날개를 파닥이며 용기를 북돋운다. 청각 보조기기를 착용한 아이의 일상을 별도의 사건화 없이 놀이와 탐험의 언어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장애 이해 교육 그림책의 화법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간다.

저자 지승주는 필명 TOTOJI로 활동하며, 청각 관리와 보청기 분야에서 18년 넘게 임상 현장을 지켜온 전문가이자 메디컬 칼럼니스트다. 현재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WIA언론인협회 이사와 종로·중구·송파지부장을 겸하며 코리안투데이 칼럼니스트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한국AI작가협회 이사 등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활동도 병행한다.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 등 청각 건강을 주제로 한 저서를 여러 권 펴냈으며, 이번 작품은 그가 처음으로 내놓는 그림동화다. 임상 현장에서 만난 난청 아동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캐릭터 토리와 낙원상가라는 배경 설정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야기는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다. 1장 ‘소리요정 루루와의 만남’에서 시작해 2장 ‘두근두근 낙원상가로 떠나요’, 3장 ‘온몸으로 느끼는 신나는 비트’, 4장 ‘마음을 울리는 황금빛 파동’을 거쳐 5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마무리된다. 원고 발췌 중 첼로와의 첫 만남 장면은 이렇게 그려진다. ‘징잉징~~~, 첼로의 깊고 무거운 소리가 토리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어요.’ 악기 하나하나가 지닌 질감을 의성어와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 대목이다. 이야기 말미에는 작가의 말과 작가·등장인물 소개가 더해져, 그림책 한 권 안에 창작 과정까지 담았다.
이 책은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부모와 함께 소리 내어 읽기 좋은 분량과 구성으로 짜였다. 보청기를 착용한 아이가 있는 가정은 물론, 청각 장애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를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가정이 대상 독자다. 낙원상가라는 구체적 장소와 실제 악기 이름을 등장시켜, 음악 교육 그림책으로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대화를 나누기에도 알맞은 구성이다.
국제적으로도 청각·시각 등 감각 다양성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이다. 인물의 장애를 결핍이 아니라 세상을 인지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리는 시도가 각국 아동문학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토리의 낙원상가 악기소리 체험」도 이런 흐름 위에서, 한국의 구체적 공간인 낙원상가를 무대로 삼아 독자적 색깔을 낸다. 악기점이 밀집한 실존 공간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도, 국내 창작 그림책에서는 흔치 않은 시도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토리가 마지막 장에서 만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무엇인지, 다른 하나는 이 그림책이 보청기 적응기를 겪는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실제로 어떻게 읽히는지다. 신간 「토리의 낙원상가 악기소리 체험」은 지승주·JIAN 저, 정가 15,000원의 전자책(EPUB3, PDF)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12일 출간했다. 도서 상세 페이지 https://wiabook.com/books/toriui-nakwonsangga-akgisori-cheheom-ko/ 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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