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전문가가 쓴 그림책이 목포의 소리를 담았다.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목포의 노래는 항구도시 목포를 걷는 다섯 살 아이의 눈과 귀를 빌려, 바람과 파도와 골목이 내는 소리를 하나씩 짚어나간다. 저자 지승주는 18년 넘게 보청기 현장에서 청각을 다뤄온 의료 칼럼니스트다. 소리를 주제로 삼은 이유는 이 이력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청각을 회복하는 일과 청각으로 세상을 발견하는 일, 두 가지를 한 권의 그림책 안에 나란히 두었다. 제목이 “귀를 기울이면”으로 시작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듣기란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여야 도달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관점이 제목 한 줄에 담겨 있다.
국내 그림책 시장에서 지역 소재는 낯설지 않다. 특정 도시의 풍경과 역사를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도 여럿 나와 있다. 다만 청각이라는 감각 자체를 정면에서 다루는 그림책은 많지 않다. 그림책은 본래 시각 정보에 크게 기대는 매체라, 소리를 문장과 삽화로 옮기는 작업은 손이 많이 간다. 최근 해외 그림책 출판계에서도 감각 다양성과 장애 이해를 소재로 삼는 작품이 늘어나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 책은 그 흐름 위에서 목포라는 구체적 장소를 골랐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청각장애 인지도를 높이는 목적과 지역 콘텐츠로서의 목적을 함께 겨냥한 셈이다. 지역명이 제목에 직접 들어간 그림책은 관광 홍보물로 소비되기 쉽지만, 이 책은 장소를 설명하는 대신 장소가 내는 소리를 따라가는 방식을 택해 그 함정을 피해간다.

저자 지승주는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 대표이자 위아 언론인협회 창립 회장이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과 칼럼니스트를 겸하고 있으며,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한국AI작가협회 이사, 한국콘텐츠능률협회 정회원, 종로구 상공회 회원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로 AI최고위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필명 토토지로 이번 책을 냈다. 전작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과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 신중년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쉬운 AI가이드, 모두의 AI활용 글쓰기와 출판가이드, PROMPT ARCHIVE BOOK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소리와 청각, 그리고 글쓰기라는 주제를 꾸준히 다뤄온 저자가, 이번에는 그림책이라는 형식으로 같은 주제에 다시 접근했다. 삽화는 JIAN이 맡았다. 의료 현장에서 청각을 다루던 이력과 언론 현장에서 기록을 다루던 이력이 겹쳐, 이번 그림책에서는 소리를 관찰하고 언어로 옮기는 두 작업이 함께 드러난다.
32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연 뒤, 다섯 개 장으로 이어진다. 제1장 바람이 실어온 초대장, 제2장 바다가 들려주는 비밀 이야기, 제3장 골목길에 피어난 추억의 멜로디, 제4장 고하도 산책로의 소리 보물, 제5장 내 마음에 남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차례로 펼쳐지고, 작가의 말과 판권지로 마무리한다. 주인공 토리와 귓가에 사는 소리요정 루루는 유달산, 삼학도, 춤추는바다분수, 목포해상케이블카, 갓바위, 고하도전망대와 고하도산책로를 차례로 돈다. 갈매기 소리, 파도 소리, 배 고동 소리처럼 목포 특유의 항구 소리들이 장마다 배치돼 있다. 다섯 개 장은 각각 독립된 소리 하나씩을 주제로 삼되, 마지막 장에서 그 소리들이 하나의 노래로 모이는 구조를 취한다. 여행의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목포라는 도시의 지리도 함께 익히게 되는 짜임이다.
독자 대상은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 단위로 목포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여행 전후 읽을거리가 되고, 보청기에 적응 중인 아동이나 청각장애 이해 교육이 필요한 교실에서는 자료로 쓰일 수 있게 구성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실제 동선으로 그대로 옮겨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실용적인 특징이다. 유달산에서 삼학도, 춤추는바다분수를 거쳐 고하도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목포 시내 여행 코스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안녕, 내 이름은 토리야. 다섯 살이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궁금한 호기심 대장이지.” 귓가에 사는 소리요정 루루가 예쁜 소리들을 퐁퐁 키워준다는 설정을 짚은 뒤, 곧바로 여정이 시작된다. 엄마 엘라가 “토리야, 우리 이번에는 특별한 소리들을 만나러 목포라는 멋진 바다 도시로 떠나볼까?”라고 제안하는 장면이 다섯 장에 걸친 여정의 출발점이다. 목포에 도착한 가족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춤추는바다분수, 밤하늘로 화려한 빛과 함께 물줄기가 솟구치는 장면으로 첫 장이 열린다. 이 도입부만으로도 이 책이 풍경을 설명하는 여행 정보서가 아니라, 한 아이가 소리를 따라 걷는 이야기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다음으로 볼 지점은 두 가지다. 목포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 지역 콘텐츠로서 얼마나 확장되는지, 그리고 소리라는 주제가 후속작에서 어떤 지역과 소재로 이어지는지다. 저자가 이미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를 통해 다시 듣는 세상, 보청기 완전 정복, 생애주기별 청각케어, 함께 사는 세상 등 청각을 주제로 여러 권을 낸 이력을 감안하면, 그림책 형식이 이번 한 권으로 그칠지 시리즈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저자 지승주와 JIAN이 함께 만든 이 책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12일 온라인 서비스로 출간했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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