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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보청기 전문가가 그림책으로 옮긴 소리의 항해, 《토리의 첫 유람선》

기사입력 기사번호 53985

보청기 전문가가 아이들 손에 소리를 쥐여주는 그림책을 냈다. 출판사 WIA Book이 2026년 7월 15일 선보인 《토리의 첫 유람선》은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선유도 바다를 항해하는 어린 토리의 하루를 그린다. 부제는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떠나는 선유도 바다 소리 여행’이다. 다른 그림책이 이야기를 앞세울 때 이 책은 소리 자체를 주인공 자리에 세운다. 뱃고동, 갈매기 울음, 기계실 소음이 순서대로 등장해 페이지마다 다른 청각 경험을 쌓는다.

감각을 정면으로 다루는 그림책은 최근 몇 년 국내외 아동문학에서 늘어나는 흐름이다. 촉각 그림책은 헝겊이나 돌출 인쇄로 손끝 자극을 주고, 후각을 다룬 작품은 향이 나는 종이를 쓰기도 한다. 반면 청각, 그중에서도 보청기와 난청을 정면으로 끌어안은 그림책은 국내에 흔치 않다. 《토리의 첫 유람선》은 그 빈틈을 파고든다. 뱃고동, 갈매기 울음, 기계실 소음을 장면마다 배치해 아이가 소리를 눈보다 귀로 먼저 만나도록 짠다. 청각이 낯선 아이도, 보청기에 이미 익숙한 아이도 같은 페이지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경험하게 되는 구조다.

저자 지승주는 필명 ‘토토지’로 활동하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18년 넘게 운영해온 청각 전문가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 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위아 언론인협회장과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를 겸한다. 한국AI작가협회 이사, 한국콘텐츠능률협회 정회원, 종로구 상공회 회원이기도 하며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일러스트는 JIAN이 맡았다. 저자는 앞서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다시 듣는 세상·보청기 완전 정복·생애주기별 청각케어·함께 사는 세상)를 비롯해 AI 글쓰기·워드프레스 관련 실용서까지 폭넓게 써왔다. 청각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저자가 이번엔 어린이 그림책으로 영역을 넓힌 셈이다.

구성은 단순하다.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연 뒤 다섯 장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소리요정 루루와의 만남’, ‘선율을 타고 흐르는 멜로디’, ‘거대한 기계실의 신기한 소리’, ‘갈매기와 함께하는 바다 위 연주회’, ‘영원히 기억될 우리 가족의 소리’다. 각 장은 순서대로 소리의 종류를 하나씩 늘려가는 구조를 취한다. 미리보기에는 ‘토리의 귀에는 특별한 친구가 살아요. 바로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요정 루루예요’라는 구절이 등장해 캐릭터의 역할을 짧게 알려준다. 배가 출항하는 장면에서는 ‘푸앙~! 배가 출발하자 엄청나게 큰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라는 문장이 나와, 토리가 놀라는 반응까지 함께 담는다.

독자 대상은 유아와 어린이지만 활용 폭은 그보다 넓다. 부모와 함께 소리 내어 읽는 가족 독서용으로 설계됐고, 보청기나 난청을 접해본 적 없는 아이에게는 장애이해교육 자료로 쓸 수 있다. 이미 보청기를 쓰는 아이에게는 적응 과정을 캐릭터의 입을 빌려 대신 설명해주는 도구가 된다. 수채화풍 일러스트가 장면마다 배치돼 있어 글을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항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짰다. 전자책 형식이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그림을 확대해 세부 묘사를 함께 짚어보기에도 맞다.

배경이 되는 선유도는 군산에 실재하는 섬이다. 가상의 요정 캐릭터를 실제 지명 위에 얹은 구성은 아이들이 책을 덮은 뒤 지도에서 선유도를 직접 찾아보게 만드는 여지를 남긴다. 가족 여행이라는 익숙한 소재에 소리라는 감각을 겹쳐 놓은 방식이어서, 같은 장소를 다녀온 독자라면 자신의 기억과 책 속 소리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엄마 엘라, 아빠 네오와 함께 떠나는 설정도 특별한 사건 없이 평범한 가족 여행에서 소리를 발견하는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다음으로 확인할 지점은 이 감각적 접근이 낭독이나 음성 콘텐츠로 확장되느냐다. 뱃고동과 갈매기 소리를 텍스트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음원으로 들려주는 후속 작업이 나온다면 이 책이 세운 전제가 완성된다. 《토리의 첫 유람선》은 지승주·JIAN이 함께 만들고 EPUB3·PDF 전자책으로 15,000원에 나왔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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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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