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아이 토리는 보청기를 ‘루루’라는 친구로 부른다. WIA Book이 2026년 7월 10일 펴낸 그림책 《루루가 들려주는 반짝이는 세상》은 청력 손실을 다루는 방식부터 다르다. 결핍이 아니라 새로 사귄 친구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세상의 소리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두려움 대신 설렘으로 채운다.
장애를 소재로 한 어린이 그림책은 오랫동안 극복 서사에 갇혀 있었다. 아이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정작 그 도구나 몸의 상태 자체를 친숙하게 그리는 작업은 뒤로 밀렸다. 국내외 그림책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보조기기를 캐릭터화하거나 감각의 차이를 놀이처럼 풀어내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반성에서 나왔다. 휠체어나 지팡이를 등장인물의 친구로 그리는 해외 그림책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보청기를 주인공급 캐릭터로 내세운 그림책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루루가 들려주는 반짝이는 세상》은 보청기에 이름과 하늘색이라는 색깔을 부여해 그 빈자리를 채운다.

책은 보청기를 ‘장애를 보완하는 기구’로 설명하지 않는다. 토리가 루루를 끼우는 순간 세상이 “반짝!” 하고 깨어난다고 적었을 뿐이다. 골목의 고양이 울음, 빗방울 소리, 이웃의 말소리가 차례로 등장하며 청각이 열리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따라간다. “내 귀에는 단짝 친구 루루가 살고 있어”라는 첫 장면의 문장은 이 책 전체의 태도를 압축해 보여준다. 설명이 아니라 장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며, 보청기를 끼고 벗는 일상의 동작 하나하나를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아침 루틴으로 그린다.
저자 지승주는 작가명 TOTOJI로 활동하며 2009년부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해왔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지부장·중구지부장·송파지부장을 겸하고, 보건의료 분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 한국AI작가협회 이사를 맡으며 AI 활용 글쓰기 교육에도 관여해왔다. 앞서 『소리의 선물』 『마법 같은 순간들』과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를 냈고, 보청기 현장에서 만난 아이와 보호자들의 표정이 이번 그림책의 바탕이 됐다. 그림은 JIAN이 맡아 장면마다 색을 입혔다.
구성은 크게 다섯 장면과 앞뒤의 소개 글로 나뉜다. ‘안녕, 나의 소리 친구 루루’로 시작해 ‘우리 집 주변은 작은 음악회’, ‘루루와 함께 걷는 숲속 길’, ‘비를 그치게 하는 마법’을 거쳐 ‘세상은 정말 반짝거려’로 끝난다. 각 장은 토리가 하나씩 새로운 소리를 만나는 짧은 여정으로 짜여 있고, 본문 앞에는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를 실어 독자가 토리와 루루를 먼저 만나도록 배치했다.
본문 뒤에는 작가의 말을 붙여 창작 의도를 따로 설명한다. “우리는 동네 한 바퀴 모험을 떠나요”라는 문장처럼, 산책이라는 익숙한 일상을 통해 청각 경험을 풀어내는 점이 눈에 띈다.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하루의 산책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성이라,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어린 독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전자책 형식이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그림의 색감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보청기를 새로 착용하는 아이와 그 형제자매, 부모가 우선 대상이다. 청각장애나 난청을 다루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짜였다. 특정 진단명이나 통계를 설명하기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도록 만들어, 보청기와 직접 관련 없는 가정에서도 다양성 교육 그림책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아이에게 소리를 설명하는 대신 소리를 함께 느끼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그 이유다. 부모가 아이 옆에서 함께 소리 내어 읽어주기에 알맞은 분량으로 짜여 있다.
다음 볼거리는 이 그림책이 국내 보청기 관련 기관이나 청각장애 인식 교육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채택되는지, 그리고 저자가 예고해온 후속 시리즈로 이어지는지다. 《루루가 들려주는 반짝이는 세상》은 지승주·JIAN 저, WIA Book 발행으로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나왔다. 구매와 상세 정보는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THE KOREAN TODAY × WIA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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