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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20분, 기사는 남았지만 기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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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라지는 시대, 기자로 남는 법은 자신이 만든 자동화 시스템이 기사를 대신 쓰는 과정을 지켜본 기자가, 그 자리에 끝내 남아 있던 것을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 김현수는 지역신문에 도착하는 구청 보도자료를 20분마다 자동으로 기사로 완성해 내보내는 파이프라인을 직접 설계한 인물이다.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도 하루 몇 건씩 기사가 발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처음에는 뿌듯했지만, 어느 밤 발행된 기사를 다시 읽다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문장은 멀쩡했고 사실관계도 틀리지 않았는데, 그 안에 기자는 없었다.

보도자료를 기사로 바꾸는 자동화는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외 언론사 상당수가 정형화된 발표문·통계·인사 소식을 기계에 맡기는 실험을 이어왔고, 인력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지역언론은 그 흐름에 더 빠르게 올라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기계가 문장을 완성하는 속도를 따라잡을수록, 정작 기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흐려진다. 이 책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붙잡는다. 자동화를 만든 사람이 자동화를 비난하는 대신, 그 곁에서 끝내 대체되지 않은 것의 윤곽을 하나씩 짚어나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느 AI 담론과 결을 달리한다.

저자 김현수는 연수구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메일함에 도착하는 한글 문서를 파싱하고, 첨부 사진 중 실제 뉴스컷과 로고 이미지를 가려내고, 지역을 분류해 자동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코드를 직접 짠 실무자다. 이 책은 그가 만든 시스템이 정작 자신에게 되돌려준 질문들을 따라간다. 왜 이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처음 자동발행된 기사를 보던 밤 무엇을 느꼈는지, 클릭 수는 늘었는데 왜 무언가 비어 있다고 느꼈는지를 담담히 되짚는다.

책은 3부 34장으로 짜였다. 1부 ‘사라지는 것들’은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며 마주한 순간들을 다룬다. 보도자료가 기사가 되기까지 20분, 연수구청 메일함과 자동화 코드 사이, 사진 없는 도시 인천시청이 빠진 이유, 속도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 이어진다. 2부 ‘기계가 못 하는 것’은 취재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이다. 담당자가 말하지 않은 한마디, 질문을 던지는 용기, 취재원과의 신뢰, 익명 제보자를 대하는 법, 답변 거부를 다루는 침묵의 의미까지 스물네 장에 걸쳐 현장의 결을 촘촘히 풀어낸다.

3부 ‘남는 사람의 조건’은 그래서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묻는다. AI가 써도 되는 기사와 써서는 안 되는 기사를 가르는 기준, 기자의 이름을 건다는 것의 무게, 신뢰는 쌓는 데 1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는 문장이 3부를 관통한다. 지역을 아는 기자와 지역이 아는 기자의 차이를 다룬 장, 도구를 다루되 도구가 되지 않는 법을 짚은 장은 자동화 시대에도 여전히 발로 뛰는 일의 값을 새삼 확인시킨다.

이 책이 겨냥하는 독자는 셋이다. 지금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 기자를 꿈꾸는 이들, 그리고 AI 시대에 자신의 일이 사라질까 조바심 내는 모든 직업인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문장은 멀쩡했고, 사실관계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기자’는 없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 된다. 왜 이 사업이 시작됐는지 되묻는 질문도, 보도자료 뒤에 숨은 맥락을 캐내려는 의심도, 잘 정리된 문서가 잘 정리된 기사로 옮겨지는 자동화 과정에는 없었다는 고백이다.

이 책을 읽을 때 눈여겨볼 대목은 저자가 자동화를 없애자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34장 각각에서 자동화가 대신할 수 없었던 구체적 장면 하나씩을 제시하며, 그 장면이 왜 기계의 몫이 아니었는지를 스스로 검증해 나간다. 매일 확인 전화를 거는 습관, 편집장 없이 일할 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반복되는 실천이 결론부에서 어떻게 하나로 모이는지가 이 책의 관전 포인트다. 저자 김현수의 이 책은 2026년 8월 1일 전자책으로 출간됐으며 정가는 12,000원, 발행처는 WIA Book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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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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