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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시인의 오늘의 詩(6) 지은경의 「숨은 얼굴」

얼굴은 하나인데, 우리는 왜 여러 얼굴로 살아가는가

기사입력 기사번호 54064

  얼굴은 하나인데, 우리는 왜 여러 얼굴로 살아가는가

     -지은경의 「숨은 얼굴」을 읽고-

[ 코리안투데이]  얼굴은 하나인데, 우리는 왜 여러 얼굴로 살아가는가  © 박은선 기자

 지은경의 「숨은 얼굴」은 ‘거울’이라는 오래된 상징을 빌려 현대인의 이중성과 자기기만을 응시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히 위선을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누구나 사회 속에서 여러 얼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첫 행의 “거울 앞에 선 그가 씩 웃는다”는 평범한 일상처럼 시작되지만, 곧 “진실은 뒤통수 어딘가에 묻어둔 채”라는 구절에서 독자는 보이지 않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얼굴은 앞을 향하지만 진실은 뒤에 숨겨져 있다는 역설은 이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의 은유다.

이어지는 “출근할 때 쓰는 얼굴 / 퇴근할 때 벗는 얼굴 / 사랑할 때 꺼내는 얼굴”은 현대인의 사회적 역할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얼굴은 더 이상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갈아 끼우는 ‘가면’이 된다. 시인은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후반부의 “거울아, 거울아”는 동화 「백설공주」를 연상시키면서도 아름다움을 묻는 이 질문은 “세상에서 누가 가장 정직하니”라는 윤리적 질문으로 전환된다. 이 전환은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되돌려준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진실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가.

마지막 연의 “정면만 보면 누구도 죄가 없어요 / 속마음이 / 보이지 않는 세상이니까”는 이 시의 결론이면서 가장 깊은 울림을 준다.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사회를 향한 비판인 동시에, 인간 이해의 한계를 인정하는 철학적 성찰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만으로는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한 어조로 일깨우며 진실의 경계선을 바라보게 한다.

시인은 표현한 절제된 언어와 날카로운 역설을 통해 인간 존재를 응시하며 거울 속 타인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거울 앞에 선 ‘나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오늘 내가 쓰고 있는 얼굴은, 과연 나의 진짜 얼굴인가.” 시인이 인도하는 거울 앞에서 독자는 성찰을 할 수 있겠다.

지은경 시인 약력

 

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한국문인협회 문학정보화 위원장. 국제 펜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시협 24, 25대 부이사장. 한국문협 서울시 문학상. 세계평화 문학상 대상 외/시집『오랜 침묵』등 14권/ 평론집,칼럼집,수필집등 저서 30여권 등

[코리안투데이]  시인  지은경  17번째 시집 출간     ©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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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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