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가 미소 짓는 시간, 100년 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25년 10월 8일 목요일 · 원산 · 오전판
1925년 10월 8일, 목요일. 원산 하늘은 아침부터 맑았다. 열흘 전 경성에서 시작된 간이국세조사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고, 여름 을축년 물난리의 상처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원산 부두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노동회를 다시 짜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그날의 원산
원산은 1880년 개항 이래 조선에서 손꼽히는 항구 노동자의 고장이었다. 1921년 원산노동회가 세워진 뒤로 부두에서 짐을 나르는 사람들, 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뜻을 모았다. 1925년 10월, 원산노동회는 결복·운반·부두·운송·두량·선박·해륙, 이렇게 일곱 갈래 노동조합을 새로 짜기로 결의했다. 다음 달에는 이를 묶어 원산노동연합회로 개편할 참이었다. 부두에서 등짐을 지던 사람들도, 배 위에서 밧줄을 당기던 사람들도 이제 저마다의 조합 깃발 아래 모이게 된 것이다.
같은 시기 전국에서는 인쇄공들의 움직임도 컸다. 평양과 경성, 부산의 인쇄직공들이 잇달아 파업을 벌이면서 전조선인쇄직공총연맹이 결성되었다. 1925년 한 해 동안 조선 땅에서 벌어진 파업만 쉰다섯 건. 부두에서, 인쇄소에서, 공장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한편 경성에서는 지난 1일 자정을 기해 실시한 간이국세조사 결과가 이어서 발표되고 있었다. 조선 총인구 1,952만 2,945명. 총독부령 제66호에 따라 치른 첫 국세조사였다. 여름 물난리로 집을 잃은 이촌동 일대는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은 채였다.
같은 시기 전국에서는 인쇄공들의 움직임도 컸다. 평양과 경성, 부산의 인쇄직공들이 잇달아 파업을 벌이면서 전조선인쇄직공총연맹이 결성되었다. 1925년 한 해 동안 조선 땅에서 벌어진 파업만 쉰다섯 건. 부두에서, 인쇄소에서, 공장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한편 경성에서는 지난 1일 자정을 기해 실시한 간이국세조사 결과가 이어서 발표되고 있었다. 조선 총인구 1,952만 2,945명. 총독부령 제66호에 따라 치른 첫 국세조사였다. 여름 물난리로 집을 잃은 이촌동 일대는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은 채였다.
원산과 한반도
원산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조선 노동운동 전체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1925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쉰다섯 건의 파업이 벌어졌고, 평양·경성·부산 인쇄직공들의 파업은 전조선인쇄직공총연맹 결성으로 이어졌다. 항구도 공장도 인쇄소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직을 다지는 해였다.
전국적으로는 경성에서 시작된 간이국세조사 결과가 도별로 정리되는 중이었고, 을축년 수해 복구를 둘러싼 예산 논의도 이어졌다. 두 달 전 조선일보가 총독부 통치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가 발행정지와 윤전기 차압을 당한 일도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검열은 촘촘해졌지만,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은 부두에서도 인쇄소에서도 계속됐다.
전국적으로는 경성에서 시작된 간이국세조사 결과가 도별로 정리되는 중이었고, 을축년 수해 복구를 둘러싼 예산 논의도 이어졌다. 두 달 전 조선일보가 총독부 통치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가 발행정지와 윤전기 차압을 당한 일도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검열은 촘촘해졌지만,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은 부두에서도 인쇄소에서도 계속됐다.
그날의 세계
같은 날 유럽에서는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회의가 한창이었다. 독일의 슈트레제만, 프랑스의 브리앙, 영국의 체임벌린이 한자리에 모여 서유럽의 국경을 서로 보장하는 조약을 논의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열린 이 회의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스페인군이 리프족 지도자 압델크림의 근거지 아지디르를 엿새 전 점령한 뒤 소탕 작전을 넓혀가고 있었다. 만주에서는 장쭤린 휘하 궈쑹링 장군을 둘러싼 심상찮은 기류가 있다는 소식도 흘러들었다.
상해에서는 지난여름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박은식이 후임으로 이상룡을 추천했고, 이상룡은 지난달 24일 임시정부 첫 국무령으로 취임했다. 박은식은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스페인군이 리프족 지도자 압델크림의 근거지 아지디르를 엿새 전 점령한 뒤 소탕 작전을 넓혀가고 있었다. 만주에서는 장쭤린 휘하 궈쑹링 장군을 둘러싼 심상찮은 기류가 있다는 소식도 흘러들었다.
상해에서는 지난여름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박은식이 후임으로 이상룡을 추천했고, 이상룡은 지난달 24일 임시정부 첫 국무령으로 취임했다. 박은식은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원산 24시
새벽, 원산 부두에는 안개가 걷히기도 전에 등짐을 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배에서 내리는 곡물과 해산물을 나르는 손길이 분주했다. 한낮에는 노동회 사무실에 사람들이 모여 조합 결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결복이니 운반이니 하는 낯선 말들이 오갔지만, 뜻은 하나였다. 저녁 무렵에는 원산 시내 인쇄소에서 일하는 이들도 하나둘 모여 앉아 전조선인쇄직공총연맹 소식을 주고받았다. 밤이 깊어지면 항구의 불빛만 남아 하루를 마무리했다.
100년의 거울
100년 전 원산 부두노동자는 새벽부터 밤까지 등짐을 지고도 하루 벌이가 일정치 않았다. 조합이라는 이름조차 낯설던 시절, 일곱 개 노동조합을 새로 짜야 했던 이유도 거기 있었다. 지금 원산항 대신 부산항과 인천항에는 컨테이너 크레인이 밤낮없이 움직인다. 100년 사이 등짐은 기계로, 흩어진 목소리는 노동조합법이라는 제도로 자리를 옮겨왔다.
| 1925년 원산 | 2025년 대한민국 | |
|---|---|---|
| 하역 방식 | 등짐과 손수레 | 컨테이너 크레인 |
| 노동 조직 | 7개 노조 신설 결의 | 법정 노동조합·산별노조 |
| 파업 건수(연간, 전국) | 55건(1925년) | 노동위원회 조정 제도화 |

내일을 기다리며
등짐을 진 원산의 손도, 조약을 다듬던 외교관의 손도 저마다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카르노에서는 회의가 계속될 것이고, 원산에서는 새 노동회의 깃발이 오를 것이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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