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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건강 혁신

인천, ‘화학사고 안전신호등’ 민간으로 확산한다

같은 약품엔 같은 색·전용 연결장치로 오주입 이중 차단…국가표준화 추진

기사입력 기사번호 54216

인천광역시가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올해부터 민간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인천환경공단 103개 취급시설에 먼저 적용한 경험을 토대로, 사람이 순간적으로 실수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 자체를 바꾸는 예방 체계다.

  [코리안투데이] 화학물질 저장탱크·배관·주입구에 전용색상을 적용한 화학사고 안전신호등 © 장형임 기자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 103개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적용한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올해부터 민간사업장으로 확산한다고 밝혔다. 공공시설에서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업종·시설별 적용기준과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제안한다는 구상이다.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화학물질별 전용색상을 저장탱크부터 배관·밸브·주입구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고, 서로 다른 물질의 주입 호스가 잘못 연결되지 않도록 전용 연결장치를 두는 예방 체계다. 작업자가 순간적으로 착각하더라도 그 실수가 오인·오주입·혼입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데 방점이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오주입 사고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8월 인천환경공단 공촌사업소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황산알루미늄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해 작업자 4명이 다쳤고, 9월 미추홀구의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는 염소산나트륨을 염산 저장탱크에 잘못 넣어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학물질과 주입구를 잘못 확인한 찰나의 착오가 유독가스 발생과 다수의 인명피해로 번진 것이다.

인천시는 이들 사고를 작업자 개인의 부주의로만 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 세심한 주의를 요구하는 데서 나아가, 사람이 실수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각적 식별체계와 물리적 연결 차단장치를 갖추는 방향으로 예방 정책을 전환했다.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모두 49건으로, 이로 인해 5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은 시설 결함 23건, 안전기준 미준수 23건으로 두 원인이 전체의 93.9%를 차지했다. 특히 2025년에는 8건의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최근 12년 가운데 인명피해가 가장 컸다.

화학사고는 대규모 설비 파손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누출된 물질이 호흡기나 피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서로 반응하는 물질이 섞이면 유독가스와 고열이 발생해 화재·폭발로 확대될 수 있다. 물질의 독성과 누출량, 기상 조건, 주변 환경에 따라 사업장 밖 시민 생활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화학사고 예방이 특정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장의 표시체계는 사업장과 시설마다 제각각이다. 저장탱크에는 화학물질명이 크게 붙어 있어도 배관에는 흐름 방향만, 밸브에는 관리번호만 표시돼 작업자가 별도 도면이나 작업지시서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주입구에 물질명이 없거나 오래된 라벨만 남아 즉시 식별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숙련된 작업자도 순간적으로 배관이나 주입구를 혼동할 수 있다.

안전신호등은 같은 화학물질에 같은 색상을 입혀 저장탱크부터 배관·밸브·주입구까지 일관되게 표시한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초록색, 황산알루미늄은 파란색, 수산화나트륨은 노란색 등으로 구분해 저장·이송·주입 전 과정에서 물질을 직관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여기에 서로 다른 물질의 배관과 주입호스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전용커플링을 적용한다. 연결구의 직경이나 나사산, 핀·키의 위치를 물질별로 다르게 해, 색상이나 물질명을 잘못 확인하더라도 연결 단계에서 오주입을 한 번 더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현행 법령에 따른 취급기준·경고표지·안전교육·시설검사와 비상대응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각적 식별과 물리적 차단장치를 더해 사람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8월 공촌사업소 염소가스 사고 직후 대책회의를 열어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했다. 이어 2025년 9월 17일부터 11월 6일까지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의 취급시설을 전수 점검하고, 차아염소산나트륨·황산알루미늄·수산화나트륨 등 15종의 화학물질을 다루는 103개 시설의 개선을 완료했다. 시설별로 약품탱크와 주입구에 물질명과 전용색상을 표시하고 주입구에는 명패와 시건장치를 설치했으며, 탱크 주변에 물질안전보건자료 보관함을, 약품 주입 사실을 알리는 회전경고등도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이 경험을 민간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으로 넓힌다. 인천시는 지난 7월 20일 관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 교육에서 안전신호등의 취지와 적용 방법을 안내했고, 희망 사업장에는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전문가가 사업장을 찾아 취급물질과 저장·이송 공정을 확인하고, 오주입 가능 구간과 기존 표시상태를 분석해 시설 여건에 맞는 색상표시와 전용 연결장치 적용방안을 제시한다.

인천시는 올해 민간사업장의 자율적 참여를 확대하고, 2026년부터 2027년까지 현장 적용 결과를 축적해 업종·시설별 적용방법과 유지관리 기준을 정립할 방침이다. 2027년 이후에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화학물질별 시각적 식별체계 도입, 저장탱크·배관·밸브·주입구의 일관된 표시기준 마련, 오주입 방지를 위한 전용 연결장치 적용 등 인천에서 실증한 예방방안이 법령과 지침 등 국가 안전관리 정책에 반영되도록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를 현장 개선으로 잇고, 공공시설에서 먼저 검증한 뒤 민간으로 확산해 국가제도로 발전시키는 상향식 예방모델을 인천이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윤은주 시 환경안전과장은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작업자에게 더 주의하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순간적으로 착각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안전관리체계를 함께 개선하는 정책”이라며 “공공시설에서 시작한 현장 실증을 민간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인천의 경험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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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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