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DE(이미옥)가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지음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오늘, 오래된 꽃이 피었습니다」를 연다. 동백꽃 사이에서 헤드폰을 쓴 인물, 한복 차림으로 성수동을 걷는 여성, 갓과 부채를 갖춘 선비 등 익숙한 전통 이미지에 오늘의 생활과 감각을 겹쳐 놓는다. 작가는 전통을 과거의 완성된 형식으로 재현하기보다 지금 우리의 표정과 행동, 패션과 공간 속에서 다시 변화하는 이미지로 바라본다. ‘오래된 것은 정말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첫 개인전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장면을 통해 한국적 이미지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살핀다.
![]() [코리안투데이] 붉은 동백과 헤드폰을 착용한 인물을 결합해 오래된 이미지와 현대의 팝 감성이 한 화면에서 만나는 순간을 표현한 JADE(이미옥)의 「붉은 동백. 레트로비트」 © 지승주 기자 |
붉은 동백이 화면 가득 피었다. 그 한가운데 자리한 인물의 머리에는 전통 장신구 대신 커다란 헤드폰이 씌워져 있다. 놀란 듯 크게 뜬 눈과 살짝 벌어진 입, 꽃 사이로 얼굴을 내민 인물의 표정은 오래된 초상화의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동백은 익숙한데 인물은 낯설고, 그림의 정서는 한국적인데 장면은 분명 오늘의 것이다.
JADE(이미옥)의 첫 개인전 「오늘, 오래된 꽃이 피었습니다」가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로 지음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복의 선과 색, 꽃과 복식 등 한국의 전통적인 이미지에 현대인의 표정과 행동, 패션과 일상적 감각을 결합한다.
전시를 관통하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오래된 것은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작가는 오래된 것을 과거에 완결돼 현재가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색과 선, 옷과 이야기가 시대에 따라 모습을 바꾸면서 지금 우리의 일상과 기억 속에도 남아 있다고 본다. 이번 전시는 그 오래된 이미지가 ‘오늘’이라는 시간과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얼굴로 다시 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기사의 첫 장면을 장식하기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붉은 동백. 레트로비트」다.
화면을 둘러싼 붉은 동백 사이에서 한 인물이 헤드폰을 착용한 채 정면을 바라본다. 짙은 녹색의 머리와 주황빛 헤드폰, 붉게 피어난 동백이 색채의 리듬을 만들고, 인물이 손에 든 가방에도 다시 한 송이 동백이 등장한다.
꽃과 인물이 단순히 한 화면에 배치된 것이 아니라 동백의 붉은색이 헤드폰과 옷, 소품으로 이어지며 화면 전체를 하나의 색채 구조로 묶는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동백’과 ‘헤드폰’의 만남이다.
동백은 자연과 계절,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는 소재인 반면 헤드폰은 지극히 동시대적인 개인의 물건이다. 한쪽이 오래된 시간의 감각이라면 다른 한쪽은 지금 이 순간 개인이 음악과 소리를 소비하는 방식에 가깝다.
JADE는 이 둘을 충돌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한 인물 안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공존하게 한다.
제공된 작품 설명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탐스럽게 피어난 동백꽃밭 한가운데 음악에 몰입한 인물의 호기심 어린 표정과 고전적 이미지 속 현대적인 팝 감성이 만나는 장면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붉은 동백. 레트로비트」의 핵심은 ‘옛것을 현대적으로 꾸몄다’는 데만 있지 않다.
한 사람 안에 오래된 기억과 현재의 취향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오래된 음식과 옷, 노래와 풍경을 기억한다. 반대로 전통 역시 오늘의 사람과 만나는 순간 새로운 표정을 얻는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인 「오늘, 오래된 꽃이 피었습니다」가 가장 직관적으로 읽히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이유다.
전시의 시선은 꽃에서 도시로 이동한다.
꽃밭에서 음악을 듣던 인물 다음에 등장하는 것은 한복을 입고 ‘출근하는’ 여성이다.
![]() [코리안투데이] 한복 차림의 여성을 현대 도시의 일상 속에 배치해 전통과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장면을 그려낸 JADE(이미옥)의 「성수동으로 출근하는 아씨」 © 지승주 기자 |
「성수동으로 출근하는 아씨」는 작품 제목만으로도 이번 전시의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씨’라는 오래된 호칭과 ‘성수동으로 출근한다’는 지극히 현대적인 문장이 하나로 붙어 있다.
화면 속 여성은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한복 차림이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과거의 어느 장면을 재현한 역사화와 다르다.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있고 발에는 현대적인 신발을 신었다. 배경에는 전통 건축이 아니라 붉은 벽돌 벽과 현대적인 도시 공간이 놓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물의 태도다.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고전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며 어디론가 향하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모습이다. 고개를 돌려 관람객 쪽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수동적인 인물의 분위기보다 자신의 생활과 목적지를 가진 현대인의 기운이 읽힌다.
이 지점에서 작품 제목의 ‘출근’이라는 단어가 중요해진다.
출근은 현대인의 가장 일상적인 행위 가운데 하나다. 특별한 의식도, 역사적인 사건도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삶이다.
JADE는 바로 그 평범한 일상 속에 한복을 들여놓는다.
전통을 특별한 날에만 꺼내 보는 의복이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한 기호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 입고 움직일 수 있는 이미지로 전환한 셈이다.
그렇다면 한복을 입고 성수동을 걷는 사람은 전통적인 인물인가, 현대적인 인물인가.
작품은 굳이 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세계를 나누던 선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묻는 쪽에 가깝다.
작가가 전시 기획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작업은 과거를 재현하기보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순간’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런 점에서 「성수동으로 출근하는 아씨」는 전통을 동시대의 일상으로 끌어오는 JADE의 작업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 [코리안투데이] 푸른 계열의 전통 복식과 갓, 부채를 든 인물을 현대의 ‘아이돌’이라는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JADE(이미옥)의 「부채를 든 선비 ‘조선아이돌’」 © 지승주 기자 |
세 번째 작품에서는 다시 시간의 방향이 바뀐다.
「부채를 든 선비 ‘조선아이돌’」은 전통적인 남성 인물의 외형에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사용하는 ‘아이돌’이라는 언어를 결합한다.
화면 속 인물은 푸른 계열의 복식과 갓을 갖추고 부채를 들고 있다. 배경을 채우는 꽃과 절제된 색채, 길게 떨어지는 복식의 선은 전체 화면에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붉은 동백. 레트로비트」가 밝고 경쾌한 팝의 리듬을 앞세웠다면 「부채를 든 선비 ‘조선아이돌’」은 훨씬 정적인 화면이다.
하지만 작품 제목을 읽는 순간 관람 방식이 달라진다.
‘선비’와 ‘아이돌’.
쉽게 한 문장 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두 개념이 만나면서 화면 속 인물은 역사 속 익명의 선비에서 오늘날의 스타처럼 감상되는 대상으로 이동한다.
전통적인 아름다움 역시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감각으로 소비되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세 작품을 나란히 보면 JADE가 전통을 다루는 방식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전통을 해체해 흔적을 지우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데 목적을 두지도 않는다.
오래된 이미지 속으로 오늘의 사람을 데려오는 방식에 가깝다.
「붉은 동백. 레트로비트」에서는 음악을 듣는 오늘의 감각이 들어가고, 「성수동으로 출근하는 아씨」에서는 도시생활과 패션이 들어간다. 「부채를 든 선비 ‘조선아이돌’」에서는 동시대 대중문화의 언어가 전통적인 남성 이미지와 만난다.
세 작품 모두 ‘옛것과 새것’이라는 이분법보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장면에 관심을 둔다.
‘오래된 꽃’은 과거가 아니라 기억이다
이번 전시를 단순한 ‘한복 이미지 전시’로 읽는다면 작가가 던지는 질문의 상당 부분을 놓칠 수 있다.
JADE가 주목하는 것은 한복 그 자체뿐 아니라 시간과 기억의 관계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에게 전통은 과거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색과 선, 옷과 이야기가 조금씩 모습을 바꾸면서 지금 우리의 일상에도 남아 있다고 바라본다.
그래서 전통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공간 속으로 가져오려 했다고 밝힌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전시 제목 속 ‘꽃’도 새롭게 읽힌다.
꽃은 한 번 피었다가 지지만 다음 계절에는 다시 핀다.
다만 어제의 꽃과 오늘의 꽃은 동일한 꽃이 아니다.
전통 역시 그와 비슷하다.
세대를 거쳐 전해진다는 것은 과거의 형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복제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사람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활과 감각을 더하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JADE는 그 변화의 가능성을 인물이라는 친숙한 장치를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작품을 어렵게 읽을 필요도 없다.
동백꽃 사이 헤드폰을 쓴 아이를 보고 ‘요즘 아이 같다’고 느끼거나, 한복에 현대적인 신발을 신고 거리를 걷는 여성을 보며 ‘정말 성수동에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작품이 만들어 놓은 과거와 현재의 접점에 들어선 셈이다.
반대로 갓을 쓰고 부채를 든 인물을 보면서도 ‘아이돌 같다’고 느낄 수 있다면 오래된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시선 자체도 이미 동시대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접근은 첫 개인전이라는 의미와도 맞닿는다.
JADE(이미옥)는 한국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현대인의 일상을 결합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복의 형태와 색, 한국적인 정서에서 출발하면서 현대적인 패션과 공간,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작가가 관심을 두는 것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장면이다. 익숙한 전통적 이미지를 동시대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전에 없던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개인전, ‘완성’보다 앞으로의 방향을 보는 자리
「오늘, 오래된 꽃이 피었습니다」는 JADE가 자신의 작업세계를 개인전이라는 형식으로 관람객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첫 자리다.
그만큼 이번 전시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작품 몇 점의 완결성만이 아니다.
동백과 헤드폰, 한복과 성수동, 선비와 아이돌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의 어휘를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발전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한 관전 지점이다.
전통을 다루는 작업은 자칫 과거의 아름다움을 반복하거나 반대로 현대적 요소를 덧붙이는 데 그칠 위험도 있다.
JADE의 첫 개인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그 경계를 어떻게 넘어서는가에 있다.
현재 공개된 작품에서는 꽃과 인물, 한복과 도시, 전통적인 복식과 현대의 소품이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그 안에서 인물의 표정과 행동이 두 시대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방식은 일반 관람객이 작품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춘다.
미술사적 지식이 없어도 된다.
먼저 화면 속 인물을 만나고, 그 사람이 무엇을 입었는지 살펴보고, 어디에 있는지 상상한 다음 작품 제목을 읽으면 된다.
‘왜 헤드폰을 썼을까.’
‘왜 한복을 입고 성수동으로 출근할까.’
‘조선의 선비를 왜 아이돌이라고 불렀을까.’
그 질문에서 작품 감상이 시작된다.
JADE가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관람객이 작품 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하나씩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전시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되살리는 복원전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래된 이미지가 오늘을 만나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첫 무대에 가깝다.
오래된 것은 정말 사라지는가.
JADE의 대답은 전시 제목 속에 이미 담겨 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꽃도 다른 시간과 감각을 만나 다시 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15일 지음갤러리에서 피어날 ‘오래된 꽃’이 첫 개인전 이후 어떤 형태와 이야기로 이어질지, 이제 그 다음 장면을 지켜볼 차례다.
전시 정보
전시명: JADE(이미옥) 첫 개인전 「오늘, 오래된 꽃이 피었습니다」
전시기간: 2026년 8월 15일~20일
전시장소: 지음갤러리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144-14 B1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관람료: 무료
관람문의: 010-3357-9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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