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0] 서주로 돌아가는 걸음
3월 · 천하의 두 사람 | 약 3분 읽기

허도(許都)의 성문 밖을 나선 유비(劉備)의 이만 보군이, 며칠의 길 끝에 서주(徐州)의 옛 성벽 앞에 다시 도착하였다.
서주의 성벽은 낯익은 결이었다. 유비가 서주목(徐州牧)으로 머물던 옛 시절의 결이, 이 성벽의 돌마다 깊게 새겨져 있었다. 관우(關羽)가 성벽의 한 모퉁이를 낮은 목소리로 가리켰다.
“형님. 저 모퉁이가 옛날 우리가 진등(陳登)의 막하에 앉았던 자리 옆의 모퉁이이옵니다.”
유비가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주(車冑)가 서주의 새 태수(太守)로 조조(曹操)의 명에 의해 앉혀 있었다. 차주가 성문 앞에 나와 유비를 맞이하였다.
“유 공(劉公). 오늘의 명을 받들어 이 성을 함께 지키어 주시옵소서.”
유비가 낮게 고개를 숙였다.
그 밤 유비가 관우와 장비(張飛)를 한 자리에 불렀다. 유비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두 아우야. 오늘의 서주의 결이, 허도의 결 안쪽으로 다시 돌아가지 아니할 결이다. 옛날 우리가 이 성벽 아래에서 떠나 갔던 결과, 오늘의 돌아오는 결이 두 결을 한 결로 묶어야 하는 자리이다.”
관우가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의대조(衣帶詔)의 결이 오늘 이 서주의 결 안쪽에서 본격(本格)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자리이옵니까.”
유비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운장. 그 결의 움직임을 오늘부터 이 서주의 안쪽에서 조용히 한 결씩 시작하자.”

다음 날 아침, 차주가 유비의 장막에 들어왔다. 차주가 낮게 말하였다.
“유 공. 오늘 허도의 명에 의해, 유 공의 이만 보군이 이 서주의 성 안쪽에 들어오는 것은 허락되지 아니하옵니다. 성 바깥쪽의 들판에 주둔하여 주시옵소서.”
유비가 낮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차 태수. 허도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이만 보군은 성 바깥쪽의 들판에 주둔하겠사옵니다. 다만 저와 두 아우는 성 안쪽의 옛 객관(客館)에 잠시 머물러 있기를 청하옵니다.”
차주가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가 두 아우와 함께 서주의 성 안쪽의 옛 객관에 머물렀다. 그 객관의 뒷방에, 옛 유비의 결 아래에 놓였던 진등(陳登)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유비가 진등을 조용히 불러, 의대조의 결을 낮은 목소리로 전(傳)하였다.
진등이 두 무릎을 땅 위에 꿇었다. 그의 입이 낮은 한 마디를 흘렸다.
“유 공. 오늘 저의 결이 이 한 줄에 함께 묶였사옵니다. 오늘부터 서주의 결 안쪽에서 유 공의 결 아래에 함께 놓이겠사옵니다.”
Book 3의 여든 번째 아침이 서주의 옛 성벽 앞에서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返徐州(반서주, 서주로 돌아감)의 세 글자가, 옛 성벽의 낯익은 결과 이만 보군의 들판의 주둔과 객관의 뒷방과 진등의 두 무릎이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79의 術北步의 걸음이, 오늘 아침 서주의 옛 돌 위에 한 결로 다시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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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걸음이 옛 성벽 앞에 다시 서는 아침이 있지요. 옛 성벽의 돌마다 낯익음이 새겨져 있고, 오늘의 걸음이 그 낯익은 돌 위에 조용히 다시 놓여 있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아침에도, 낯익은 돌 위에 한 걸음이 다시 놓이고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놓임의 결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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