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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사람을 듣는다 인물

미하 작가 인터뷰,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다

《일렁이는 시간 : Rippling Time》으로 만난 유동하는 사물과 Water Graffiti, 그리고 AI 시대 인간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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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 작가 인터뷰에서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질문은 분명했다. 세상에 고정된 것이 있을까. 미하(MeeHa)는 2026년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 비브(GALLERY VIV)에서 개인전 《일렁이는 시간 : Rippling Time》을 열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물과 생각, 감정과 기억을 투명하고 유동적인 이미지로 풀어냈다. 작가는 인터뷰 마지막에도 고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람도 변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 역시 우리가 인지하든 하지 못하든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이다.

 [코리안투데이] 《일렁이는 시간 : Rippling Time》으로 만난 유동하는 사물과 Water Graffiti, 그리고 AI 시대 인간의 감각  © 김현수 기자

미하의 작품에는 의자와 조명, 신발을 비롯해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사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화면 속 사물은 현실의 단단한 물성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다. 물처럼 투명해지기도 하고 형태가 조금씩 일그러지며, 액체가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변한다.

작가에게 이러한 액체의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다.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 역시 시간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조형 언어다. 기억과 감정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마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그 의미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미하는 설명했다.

미하의 작품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요소는 화면에 숨어 있는 투명한 문장이다. 작가는 이를 Water Graffiti, 워터 그래피티라고 부른다.

미하는 그래피티가 어느 순간 담벼락에 나타나 메시지를 남기는 모습에 주목했다. 그 안에는 지나가는 시간 속 특정 순간에 존재한다는 의미와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담겨 있다고 보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습과 의미를 갖게 된다. 미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사물이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문장으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작품의 이미지와 언어가 하나의 시간 안에서 만나게 된다.

 [코리안투데이] 빛과 색채로 풀어낸 일상의 감정, 작품 속 새로운 시선  © 김현수 기자

Water Graffiti는 내용뿐 아니라 물성에서도 작품과 연결된다. 작가는 물의 유동성과 투명성에 주목한다. 비가 내린 날 젖은 아스팔트 위로 건물과 주변 풍경이 비치듯, 투명한 물질은 빛과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속 문장도 그렇다. 미하는 바탕 부분을 여러 차례 무광으로 처리하고 그 위에 투명한 물질로 문장을 올린다. 정면에서는 글씨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관람객의 위치와 빛의 방향이 바뀌면 무광과 유광의 차이가 생기면서 문장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작품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에서 볼 때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사물의 형태가 눈에 들어오고, 가까이 다가서면 투명한 문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관람객은 문장을 읽은 뒤 처음 보았던 사물과 그 메시지를 연결해 다시 작품을 해석하게 된다.

미하는 관람객이 작품 속 문장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장을 만들 때는 뜻만 고려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함축적인 내용을 찾고, 글자의 생김새와 개수, 크기와 위치까지 세심하게 고민한다. 문자와 이미지가 화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도 중요한 요소다.

작품 속 문장의 의미를 먼저 해석하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화면의 배치와 투명한 물성, 사물의 형태를 바라보며 관람객 각자가 자신만의 감각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문장의 뜻을 읽지 못하더라도 화면의 배치와 투명한 물성에서 각자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하 작가 인터뷰에서는 작품이 완성되는 구체적인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업디자인을 배경으로 가진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작업에 함께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현대인에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는 분리돼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작업은 디지털 페인팅에서 시작한다. 먼저 선택한 사물의 특징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시점을 정한다. 등받이 형태가 중요한 의자는 정면에서 바라보고, 신발처럼 옆모습에서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상은 측면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후 그 사물이 물이나 액체로 만들어졌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한다. 작가는 디지털 그래픽 도구를 활용해 형태와 물성을 구현한다. 특정 장비 자체보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다시 현실의 물질로 옮기는 과정이 작업의 중요한 특징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또는 지클레 프린트 방식으로 캔버스에 출력된다. 그러나 출력이 작품의 마지막 단계는 아니다.

미하는 자신이 원하는 무광 표면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레이어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작품의 주변과 뒷면을 보호하는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에 Water Graffiti 문장을 올린다.

투명 소재를 다루는 과정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른다. 소재마다 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점도가 너무 낮으면 캔버스에 스며들 수 있고, 너무 높으면 문장이 지나치게 두껍게 표현돼 사물 이미지보다 강한 존재감을 갖게 된다. 일부 재료는 수축하거나 햇빛에 반응해 변형될 수도 있다.

작가는 여러 실험을 거쳐 화학적, 물리적으로 서로 충돌하지 않는 소재를 찾아왔다. 그리고 각 작품의 개념과 화면에 맞는 재료를 선택해 사용한다. 완성된 화면이 간결해 보일수록 그 뒤에는 오히려 많은 실험과 물성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

이번 《일렁이는 시간 : Rippling Time》에서는 최근 미하가 집중하고 있는 대형 의자와 조명 작품도 눈에 띈다. 이전에는 비교적 작은 일상의 사물을 많이 다뤘다면 이제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 자체를 채우는 대상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의자는 실제 사물과 같은 1대1 크기로 표현한다. 조명 역시 빛이 퍼져가는 공간의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 큰 화면으로 제작한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큰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실제 크기의 의자를 마주한 관람객이 그 의자에 한번 앉아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고, 조명을 보면서 그 아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기를 바란다. 현실에서 경험했던 사물의 감각이 작품 앞에서 다시 움직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미하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도 파란색 의자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해당 시리즈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고,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완성된 화면은 심플하고 정돈돼 보이지만 그 모습을 얻기까지 다섯 점을 포기해야 했다. 바탕의 질감부터 화면 가운데 물질의 표현, 위치와 전체 레이아웃까지 반복해서 조정했다.

좋아하는 색과 무광, 유광의 대비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애증의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관람객도 이 작품 앞에서 자주 발걸음을 멈춘다고 전했다.

미하의 작품 세계 역시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초기에는 당시 자신이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10개의 사물을 엄선해 작업했다. 이후 더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소재가 한층 캐주얼해졌다.

최근에는 다시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바라봤을 때 강한 존재감과 새로운 감각을 전달할 수 있는 대형 가구와 조명 연작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다. 미하는 특정한 한 사람에게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변화하는 세계를 관찰하며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에서 자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현재 미하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AI와 인간이 있다.

 [코리안투데이] 익숙한 사물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관람객과 감성 소통  © 김현수 기자

미하는 AI로 인해 인간이 인간답지 않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인간이 무엇인지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AI의 확산은 다양한 산업뿐 아니라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사람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화다.

작가는 인간의 감성과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지, 사람은 무엇을 긍정적으로 느끼는지를 탐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긍정적인 감각이 개인마다 전혀 다른 특수한 경험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이러한 질문을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에 풀어내고 있다.

해외 관람객에게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는지 묻자 미하는 저마다의 이유로 긍정적인 감각을 느꼈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 긍정은 하나의 형태일 필요가 없다. 편안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재미있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유는 서로 달라도 작품을 바라본 뒤 좋다는 감정이 생긴다면 그것이 작가가 바라는 지점이다.

미하 개인전 《일렁이는 시간 : Rippling Time》은 결국 변화를 바라보는 전시다. 익숙한 사물이 액체로 변화하고, 보이지 않던 문장은 빛에 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관람객의 위치가 달라지면 같은 작품도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작품의 의미 역시 관람객의 삶과 기억에 따라 달라진다. 미하는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작품을 보고 무엇인가를 느끼는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세상에 고정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미하는 고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사람도 변하고 무엇이든 변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조차 달라질 수 있으며,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에도 모든 것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답은 《일렁이는 시간》을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의자와 조명, 문장과 빛, 기억과 감정까지 작품 안의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

미하가 그리는 것은 액체처럼 보이는 사물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는 인간과 세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시간을 그린다.

미하 개인전 《일렁이는 시간 : Rippling Time》은 2026년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GALLERY VIV 갤러리 비브에서 열린다. 전시장은 서울 강남구 학동로7길 29, 1층이다.

미하의 앞선 개인전 《Moments in Flow》에서도 투명한 액체 형태의 일상 오브제와 Water Graffiti를 통해 변화하는 사고와 존재를 탐구한 작업 세계가 소개됐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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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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