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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정숙

[디지털치유론] 아침마다 옆자리 숫자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5991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얼마 전 제 앞으로 이런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저는 서른두 살 회사원입니다. 올여름부터 반지형 웨어러블을 끼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옆자리 동료도 같은 제품을 쓴다는 거였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서로 화면부터 확인합니다. 제 숫자는 35 언저리, 동료는 늘 60을 넘겨요. 처음엔 재미였는데 요즘은 그 숫자를 보는 순간부터 하루 컨디션이 정해지는 기분입니다. 제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요?”

편지를 읽으며 저는 그 사무실의 아침 풍경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커피 잔을 든 손목 위로 두 개의 화면이 나란히 켜지고, 숫자 하나가 그날의 기분을 결정하는 장면. 요즘 KIHA 상담 창구에도 비슷한 사연이 부쩍 늘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먼저 답을 드리자면, 그 35라는 숫자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심박변이도(HRV)는 사람마다 타고난 폭이 크게 다른 지표입니다. 어떤 사람은 평균 65, 어떤 사람은 평균 35를 오가면서도 둘 다 균형 잡힌 상태일 수 있습니다. 키가 크고 작은 것을 두고 누가 더 건강한지 따지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중요한 건 절대값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평소 범위에서 지금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입니다.

지난달 KIHA 워크숍에서 만난 한 참가자도 같은 고민을 안고 왔습니다. 남편의 숫자가 자신보다 늘 높다며 속상해하던 분이었는데, 함께 2주간 같은 시간, 같은 자세로 매일 아침 측정치를 기록해보시라고 권해드렸습니다. 절대값 비교를 멈추고 자신의 그래프가 그리는 흐름만 보기 시작하자, 표정이 눈에 띄게 편안해지셨던 기억이 납니다.

숫자보다 흐름을 보아야 하는 이유

이런 고민이 느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웨어러블을 통한 HRV 관리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고, 최근 업계 자료들은 관련 바이오피드백 기기 시장이 2025년부터 2029년 사이 두 배 이상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가민 같은 브랜드는 스트레스와 회복 지표를 ‘에너지 잔량’처럼 시각화해 보여주는 기능을 앞세우고 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호흡법 영상이 빠르게 퍼지는 중입니다. 숫자를 가까이 두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숫자를 매일 들여다보는 것과, 그 숫자에 매일 휘둘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준선은 최소 일주일에서 이 주일, 같은 조건에서 반복 측정해야 의미가 드러납니다. 하루치 숫자로 옆 사람과 나를 견주는 일은, 어제와 오늘의 날씨만 보고 그 지역의 기후를 판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몸은 한 가지 신호로만 말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심박변이도가 몸 상태를 보여주는 유일한 창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근육의 긴장을 읽는 센서는 두통이 잦은 분의 이마 근육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알려주고, 손끝 온도를 재는 센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말초 혈관이 좁아지며 손이 차가워지는 변화를 보여줍니다. 땀샘의 미세한 반응을 읽는 센서, 호흡의 리듬을 읽는 밴드까지 더하면 훨씬 입체적인 그림이 그려집니다. 한 가지 숫자에만 마음을 두면, 나머지 신호들이 전하는 말을 놓치게 됩니다.

답장의 결론으로, 편지를 보내주신 분께 이렇게 권하고 싶습니다. 당분간 동료의 화면은 잠시 내려놓고, 아침 기상 직후 같은 자세로 자신의 숫자만 이 주일 기록해보시라고요. 평균과 오르내리는 폭이 손에 잡히면, 그때부터 그 숫자는 비교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몸과 나누는 대화가 됩니다.

편지함에는 오늘도 비슷한 사연들이 쌓입니다. 다음에 이 지면을 채울 이야기도, 아마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은 송정숙 협회장의 저서 「디지털치유론 Level I」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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