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2] 유 경승의 환대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남쪽 이천 리 길의 끝, 형주(荊州)의 성문 안쪽에서 유표(劉表)가 유비(劉備)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유표의 본명은 유표, 자는 경승(景升). 산양(山陽) 고평(高平) 사람. 천하의 팔준(八俊) 중 한 사람으로, 학식과 덕(德)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유비보다 열다섯 살 위였다.
유표가 유비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낮게 말하였다.
“현덕. 오늘 이 성에 이르심을 한(漢)의 한 결이 가장 기꺼워하리이다. 우리는 같은 한의 종실(宗室)이네. 같은 결 아래에서 함께 세워 가세.”
유비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경승공. 오늘의 환대를 깊게 받들겠사옵니다. 다만 저의 이 몸이 경승공의 결 아래에 놓임은 잠시가 아니오라, 긴 호흡의 한 결이 되기를 깊게 청하옵니다.”
유표가 낮은 미소를 지었다.
“현덕. 그 결은 나의 결이기도 하네. 형주의 결 아래에서 우리의 결을 같이 세워 보세.”

그 저녁, 형주의 정전(正殿)에서 큰 연회(宴會)가 열렸다. 유표의 막하인 괴월(蒯越)·괴량(蒯良)·채모(蔡瑁)·문빙(文聘)의 네 이름이 차례로 유비에게 인사하였다. 네 이름의 결이 서로 달랐다. 괴월·괴량 두 형제의 결은 유비에게 따뜻하게 놓였고, 채모의 결은 얕게 가라앉아 있었다.
채모의 결이 유비에게 가라앉은 데는 까닭이 있었다. 채모의 누이가 유표의 후처(後妻)였고, 그 사이의 아이가 유종(劉琮)이었다. 유표의 장자 유기(劉琦)의 결이 유비의 결과 닿으면, 유종의 결이 뒤로 밀려나게 될 자리였다.
유비가 그 얕은 가라앉음을 조용히 알아차렸다. 그러나 오늘의 자리에는 그 결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한 잔의 술을 낮게 들어, 유표의 잔과 가볍게 맞대었다.
연회가 저녁 늦게 파하였다. 유표가 유비에게 낮게 이었다.
“현덕. 오늘부터 신야(新野)의 작은 성에 머물며, 형주의 북쪽 경계를 지켜 주시게.”
유비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경승공. 맡겨 주신 결을 깊게 받들겠사옵니다.”
그 밤, 관우와 장비가 유비의 장막에 들어왔다. 유비가 낮은 한 마디를 흘렸다.
“운장·익덕. 오늘 경승공의 환대는 따뜻하나, 그의 막하의 결은 두 결로 갈려 있네. 신야의 작은 성에서 오래 호흡을 고르며, 그 두 결을 조용히 살피어 가세.”
Book 4의 아흔두 번째 저녁이 형주 정전의 등불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景升迎(경승영, 경승의 환대)의 세 글자가, 두 손의 잡음과 네 이름의 인사와 채모의 얕은 가라앉음과 신야의 작은 성이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91의 荊州路의 걸음이, 오늘 저녁 형주 정전의 등불 아래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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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큰 환대의 두 손의 잡음 뒤에, 그 집의 막하의 한 결이 두 결로 갈려 있음을 조용히 알아차리는 저녁이 있지요. 그 갈림을 드러내지 아니한 채로, 한 잔의 술을 가볍게 맞대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두 결로 갈린 막하의 결이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갈림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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