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3] 신야의 첫 자리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형주(荊州) 정전의 등불 아래 환대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유비(劉備)·관우(關羽)·장비(張飛) 세 사람의 걸음이 처음으로 신야(新野)의 작은 성 위에 놓였다.
신야는 작은 성이었다. 성의 둘레가 사 리(四里)에 조금 못 미쳤다. 성문은 네 개, 성루는 하나, 주민은 오천 호(五千戶) 남짓이었다. 유비의 이만 보군이 성 안쪽에 모두 머물기에는 좁았다. 절반 이상이 성 바깥 들판에 주둔(駐屯)하게 되었다.
유비가 성루 위에 올랐다. 그의 두 눈이 북쪽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허도(許都)의 방향이 그 지평선 위에 놓여 있었다. 조조(曹操)의 움직임이 오늘도 그 방향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관우가 유비의 옆에 섰다.
“형님. 오늘부터 이 작은 성루 위에서 허도의 결을 오래 지켜보시겠사옵니다.”
유비가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장. 이 성은 작고, 경승공(景升公) 아래에 놓여 있네. 다만 이 작은 자리 안쪽에서 우리의 새 결을 기를 수 있네.”
장비가 낮게 이었다.
“형님. 이 작은 성의 사람들이 오늘 아침 우리를 낮은 미소로 맞이하였사옵니다. 작은 성의 결이 따뜻한 결이옵니다.”
유비가 낮게 끄덕였다.
“익덕. 그 결을 오래 지키자.”

그 다음 며칠 사이, 유비가 신야의 백성(百姓)에게 여러 은혜를 베풀었다. 세금(稅金)을 가볍게 하였고, 가난한 집에는 한 말의 쌀을, 병든 집에는 한 그릇의 약(藥)을 보내었다.
신야의 백성이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신야목(新野牧, 신야의 새 주인) 유 사군(劉使君)이 오시어, 우리 백성이 풍족(豐足)해지네.”
그 노래가 성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옮겨 가, 형주의 큰 도성인 양양(襄陽)에까지 닿기 시작하였다.
양양의 유표(劉表)의 귓가에, 그 노래가 낮게 닿았다. 유표가 낮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의 후처 채(蔡) 부인의 귓가에도 같은 노래가 닿았고, 채 부인의 두 눈이 얕게 가라앉았다. 채모(蔡瑁)의 결이 누이의 결과 함께 가라앉았다.
그 저녁, 유비가 신야의 성루 위에서 한 잔의 술을 들었다. 그의 곁에 관우와 장비가 섰다. 세 사람의 술잔이 가볍게 맞대어졌다. 유비가 낮게 말하였다.
“운장·익덕. 오늘의 신야 자리가 우리의 첫 결이 되었네. 이 자리에서 우리의 새 결을 기르자.”
Book 4의 아흔세 번째 저녁이 신야 작은 성의 성루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新野坐(신야좌, 신야의 자리)의 세 글자가, 사 리의 성과 오천 호의 백성과 한 말의 쌀과 한 그릇의 약과 신야목의 노래가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92의 景升迎(경승영)의 환대가, 오늘 저녁 신야의 성루 위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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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결이 작은 성에 처음 놓이고, 그 성의 백성이 낮은 노래로 그 결을 받아 주는 저녁이 있지요. 그 낮은 노래가, 더 큰 귓가를 가라앉히기도 하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작은 성의 낮은 노래가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결의 노래를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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