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7] 장비의 첫 불평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

두 번째 헛걸음에서 돌아온 지 닷새째 되는 오후였다.
신야(新野)의 관아 뒤뜰에서 유비(劉備)가 여느 오후처럼 뜰을 돌고 있었다. 관우(關羽)는 뜰의 서쪽에서 청룡도(靑龍刀)를 닦고 있었다. 장비(張飛)는 뜰의 동쪽에서 창의 자루를 새로 깎고 있었다. 자루 끝에서 가는 대패질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들렸다.
그 박자가 끊어졌다. 장비의 오른손이 대패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꺼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조용한 뒤뜰에서는 관우와 유비의 귀에 동시에 들어갔다.
“형님. 한 번만 더 헛걸음을 하시면, 이번에는 제가 먼저 와룡의 사립문을 두드려 보겠습니다.”
유비의 걸음이 멈추었다. 관우의 오른손이 청룡도 위에서 멈추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장비 쪽을 바라보았다.
장비의 얼굴은 붉지 아니하였다. 다만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말이 나오기 전에 그 말을 오래 안에 두고 있었던 사람의 떨림이었다.
“익덕.”
유비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자네의 그 말은 — 오늘 처음으로 입 밖에 나와서 무겁게 들린다. 한 해 동안 자네 안에 얼마나 오래 두고 있었는가.”
장비는 고개를 숙였다. 대답이 나오지 아니하였다. 관우가 청룡도를 조용히 내려놓고,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으고 앉았다.
“운장 형님께서 혹시 들으실 것이 있으신지요.”
장비가 관우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관우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익덕 아우. 형님의 세 번째 걸음은 형님의 걸음이오. 우리는 형님의 뒤에 세 걸음 떨어져 서 있을 뿐이오. 뒤의 자리가 앞의 자리보다 때로는 더 길게 보이지만, 앞의 걸음을 재촉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아니 되오.”
장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익덕이 오늘 처음으로 꺼낸 불평이옵니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다만 — 이 아우는 형님의 두 번의 헛걸음의 먼지를 말발굽 아래에서 함께 밟아 왔사옵니다. 그 먼지가 이 아우의 창자루 끝에서 오늘 삐져나온 것이옵니다. 내일 새벽에는, 오늘의 이 말을 이 뜰에 그대로 두고 가겠사옵니다.”

유비가 장비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손의 무게가 가볍지 아니하였다.
“익덕. 자네의 오늘의 불평이 없었다면, 이 사람은 세 번째 걸음의 무게를 조금 덜 알아 두었을지도 모른다. 형의 걸음을 뒤에서 세 걸음 떨어져 지켜 본 사람만이, 그 걸음의 진짜 무게를 안다. 오늘 자네의 한 마디가, 내 세 번째 걸음에 조각의 무게를 하나 더 얹어 주었다.”
관우가 옆에서 고개를 숙였다. 장비는 대답하지 아니하였다. 대답 대신에, 그는 창의 자루를 다시 잡고 대패를 댔다. 대패질 소리가 다시 일정한 박자로 뒤뜰에 퍼졌다. 이번의 박자는 아까보다 조금 느렸다. 느려진 박자 안에, 장비의 오늘의 한 마디가 — 불평이 아니라 결의로 —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저녁, 유비가 관아의 서쪽 방에서 혼자 앉았다. 책상 위에 여전히 와룡강(臥龍崗)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그 지도의 사립문 아래 귀퉁이에, 첫 걸음 때 그은 점 하나, 두 번째 걸음 때 그은 점 하나, 합해서 두 점이 있었다. 유비는 붓을 들어, 두 점 옆에 세 번째 점 하나를 붉은 먹으로 찍었다. 그 점 옆에 여덟 글자를 새로 적었다.
新春之朝, 第三步發.
새 봄의 어느 아침, 세 번째 걸음을 떠난다는 뜻이었다.
유비는 그 여덟 글자를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세 번째 읽었을 때, 그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걸렸다. 그 웃음 안에, 장비의 오늘 오후 한 마디의 무게가 같이 걸려 있었다.
그 밤, 뒤뜰의 하늘에 별이 많았다. 별 아래에서 장비의 창자루 하나가 방 한 구석에 단정하게 기대어 서 있었다. 자루 끝의 대패 자국이 오늘 낮보다 조금 더 깊게 파여 있었다. 깊어진 자리에, 장비가 오늘 낮에 입 밖으로 꺼낸 한 마디의 떨림이 — 조용히 — 함께 박혀 있었다.
형을 사랑하는 방식이 꾸짖음으로 나타나는 저녁이 있었다. 꾸짖음이 아닌 듯 꾸짖음인 한 마디가, 그 저녁의 형을 세 번째 걸음 쪽으로 한 결 더 밀어 주는 바람이 되기도 했다. 장비의 오늘 오후의 바람은 그런 바람이었다.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해 동안 안에 오래 두었던 말이 어느 오후에 처음 입 밖으로 나오는 저녁이, 당신 곁에도 찾아오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 한 마디는 불평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으시면 결의의 한 조각이기도 하옵니다. 오늘 당신 곁의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꺼내신다면, 꾸짖음으로 받지 마시고, 한 해 동안 안에 두고 있었던 그 사람의 무게로 받아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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