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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다 100년 전 오늘

[100년 전 오늘] 1926년 9월 4일 – 총독부 새 청사는 완공을 한 달 앞두고, 만세 부른 학생들은 여전히 판결을 기다렸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6892
1926년 9월 4일, 토요일 경성 하늘은 맑았다. 늦더위의 끝자락이 아직 남아 한낮에는 볕이 따가웠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골목을 타고 넘었다. 광화문 옛 자리, 조선총독부 새 청사 공사장에서는 이틀 전과 다름없이 벽돌 나르는 인부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그리고 경성지방법원 한편에서는, 석 달 전 순종의 상여 앞에서 만세를 부르다 잡혀간 학생들의 재판이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의 경성

광화문 옛 터에 들어서는 조선총독부 새 청사는 이제 낙성식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지붕과 외벽 마무리 공사에 매달린 이들은 대부분 하루 품삯을 받고 벽돌과 자재를 나르는 날품팔이 일꾼들이었다. 새벽부터 나와 볕에 그을린 얼굴로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그들에게, 완공될 건물의 이름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각, 경성지방법원에서는 다른 종류의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6월 24일 검사국이 이선호·유면희·박두종 등을 출판법 위반 및 치안유지 관련 혐의로 기소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공판은 아직 매듭짓지 못한 채였다. 순종의 인산일, 종로 단성사 앞에서 격문을 뿌리고 만세를 외치다 잡혀간 학생들이었다. 여름 내내 이어진 심리는 가을에도 끝나지 않았다.

경성과 한반도

6월 10일의 만세 소리는 경성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날 서울에서만 210여 명, 전국적으로는 1천여 명에 이르는 학생과 청년이 붙잡혀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지방 법원 여러 곳에서도 비슷한 심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한편 산미증식계획 아래 조선 팔도의 쌀은 여전히 항구를 통해 일본으로 실려 나가고 있었고, 정작 농촌의 살림은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기 어려웠다. 신문과 잡지에 대한 검열은 여름 내내 느슨해지지 않았다.

그날의 세계

중국 대륙에서는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혁명군이 후베이성 우창성을 에워싸고 있었다. 9월 초 성벽을 향한 총공격이 큰 희생만 남긴 채 밀려난 뒤, 혁명군은 성을 통째로 둘러싸는 포위전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웃한 한커우와 한양 쪽에서도 전선의 긴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다른 종류의 소식이 세상을 흔들고 있었다. 지난달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무성영화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의 유해가 대륙을 가로지르는 기차에 실려 할리우드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의 두 번째 장례식은 며칠 뒤로 예정되어 있었다.

경성 24시

새벽녘, 광화문 공사장으로 향하는 인부들의 발소리가 골목을 깨웠다. 한낮이 되면 종로와 남대문통 상점가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짐을 진 지게꾼들이 뒤섞였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골목 어귀에서 공기놀이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해거름이 지나면 극장가와 카페 거리에 등불이 하나둘 켜졌다. 무성영화 시대가 막 조선에 뿌리내리던 무렵, 토요일 저녁 극장 앞에는 표를 사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밤이 깊어지면 거리는 다시 조용해지고, 총독부 공사장의 발판만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서 있었다.

100년의 거울

항목 1926년 2026년
광화문 일대 건물 공사 중인 조선총독부 신청사 복원된 광화문·경복궁
대중오락 변사와 함께 보는 무성영화 OTT·스트리밍 K-콘텐츠
학생의 목소리 거리에서 만세, 그리고 재판정 온라인과 거리 모두에서

총독부 신청사는 훗날 정부 건물로,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다 1995년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오늘날 복원된 광화문과 경복궁이 서 있다. 한 세기 전 벽돌을 날랐던 이름 없는 일꾼들의 손은 기록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이 쌓아 올린 자리 위로 다른 역사가 다시 쓰였다.

낙성식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경성지방법원의 심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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