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WIA 삼국지 365

[Day 107] 봉효의 유계(遺計)

기사입력 기사번호 57435
🏯

[Day 107] 봉효의 유계(遺計)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07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07 헤더 일러스트
🔴 지금 24/7 라이브로 삼국지 365 전편 보기 →

이튿날 저녁, 곽가의 천막 안쪽의 등잔불이 마지막으로 크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 앞에서, 곽가는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앉은 자세였다. 누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혼자 힘으로 앉은 것도 아니었다. 순유(荀攸)가 뒤에서 곽가의 어깨를 받쳐 주고 있었다. 곽가의 손은, 두 손이 아니라 오른손만 움직일 수 있었다.

그 오른손 아래에, 한 폭의 비단이 펼쳐져 있었다. 아직 글이 반밖에 쓰이지 않은 두루마리였다. 곽가는 어제 새벽부터 그 비단 위에, 한 줄, 또 한 줄, 자기 손으로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조조(曹操)가 장막을 걷고 들어왔다. 뒤에 순욱(荀彧)과 가후(賈詡)도 따라섰다. 세 사람은 곽가 앞에 한 걸음 떨어져 섰다.

곽가가 고개를 들었다. 눈에 아직 빛이 남아 있었다.

“주공… 오늘… 한 가지, 더 남은 것이… 있사옵니다.”

조조가 무릎을 천천히 굽혔다. 곽가의 무릎 높이까지 그 자신의 얼굴을 낮추었다.

“봉효(奉孝)의 말을, 오늘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네.”

곽가의 오른손이 두루마리의 끝을 조조 쪽으로 밀었다.

“첫째… 형주(荊州)의 유표(劉表)는, 앉아 있는 사람이옵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그 자리를 쉽게 내어놓지 못하지요. 급히 치지 마시옵소서. 그가 먼저… 병이 들 것이옵니다.”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강동(江東)의 손권(孫權)은, 아직 스물다섯이옵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주유(周瑜)가 있사옵니다. 주유가 있는 동안에는… 강을 건너지 마시옵소서. 주유가… 그 안쪽에서, 먼저 자기 자신과 싸울 것이옵니다. 그때까지만… 기다리시옵소서.”

“셋째… 서량(西涼)의 마등(馬騰)은, 그의 자리에 두지 마시옵소서. 마등은, 자기 자리에서는 호랑이이지만… 허도(許都)의 자리에 불러 앉히시면, 그 자리에서는 한 자루의 마른 장작이옵니다.”

조조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물었다.

“봉효, 유비(劉備)는.”

삼국지 365 Day 107 중간 일러스트

곽가의 오른손이 떨렸다. 붓이 두루마리 위에서 멈추었다.

“…유비는… 주공께서 평생, 한 번도, 가볍게 여기지 마시옵소서.”

그 한 줄을 마지막으로, 붓이 비단 위에 내려앉았다. 곽가가 천천히 고개를 뒤로 기댔다. 순유가 얼른 그 어깨를 더 깊이 받쳤다.

“봉효, 더 말하지 말게.”

조조의 목소리가 떨렸다. 곽가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한 가지만… 더…”

“말하게.”

“주공의 박자는… 이미 천하의 박자이옵니다. 그 박자 안에서, 한 번이라도, 주공 사람들의 박자를… 먼저 들으시옵소서. 주공의 박자로 주공의 사람을 끌지 마시옵소서. 그것이… 봉효가, 오늘 마지막으로… 남기는… 한 자락의… 욕심이옵니다.”

그 말이 끝난 뒤, 곽가는 작게 웃었다. 눈이 먼저 웃었고, 그 다음에 입이 웃었다.

조조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두루마리의 끝을 한 손으로 쥐었다. 그 손이 아주 가볍게 떨렸다. 그는 그 자신의 옛일을 떠올렸다. 스물셋에 낙양의 모개(毛玠)를 만났고, 서른셋에 연주에서 순욱을 얻었고, 서른여덟에 곽가를 처음 보았다. 그때 곽가는 이미 스물여섯이었다.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조조는 순욱에게 낮게 말했다. “나의 대업을 이룰 자는, 바로 이 사람이오.” 그 말을 한 지 벌써 열두 해가 지나고 있었다.

조조는 두루마리 위의 마지막 먹빛을 내려다보았다. 붓끝의 힘이 마지막 한 획에서 조금 흐려져 있었다. 그 흐려진 획이, 오히려 곽가의 평생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었다. 머리로 천하를 재단하던 서른여덟 해의 끝에, 그의 손은 주공의 사람을 먼저 들으라는 한 줄에서 흐려졌다. 조조는 그 획 위에 손가락을 가만히 얹었다. 흐려진 먹이 손가락 끝에 조금 묻었다. 그 자국을 지우지 않고, 조조는 손을 천천히 무릎 위로 내렸다.

천막 바깥에서, 역경(易京)의 여름 저녁 바람이 다시 지나갔다.

안쪽의 등잔불이 이제, 아주 천천히, 작아지고 있었다.

두루마리 위의 먹빛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

삼국지 365 Day 107 마무리 일러스트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말이, 자기를 지키라는 말이 아니라, 남는 사람의 박자를 먼저 들으라는 말일 때, 그 말은 유언이 아니라 선물이 되지요. 오늘 봉효가 주공께 남긴 것은, 요동의 두 머리가 아니라 “당신의 박자로 당신의 사람을 끌지 마시옵소서” 이 한 줄이었습니다. 혹시 당신 곁에도, 오늘, 자기 박자로 상대를 끌어당긴 자리가 있으신지요. 그 박자를, 한 번만 더, 상대의 박자에 맞추어 늦추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문장은, 남는 사람의 가장 첫 문장이 되기도 하지요. 오늘 저녁 당신 책상 위에 그 한 문장이 내려 앉을 자리가, 혹시 비어 있지는 않으신지요. 그 자리가 있다면, 지금은 무언가로 채우지 마시고 그대로 두시옵소서. 아직 오지 않은 문장은 자기의 때를 알고 있으며, 빈 자리로 더 정확히 내려앉게 되옵니다.

📅 내일 Day 108: 마지막 한 호흡

“두루마리 위의 먹빛이 마르기 전, 역경의 밤바람에 등잔불이 마침내 꺼졌다. 조조가 무릎을 더 깊이 굽혔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 스트림 코드 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39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연삼흠 평역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