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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113] 양양 서쪽 문

기사입력 기사번호 5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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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3] 양양 서쪽 문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13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13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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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야(新野)를 떠난 사흘째 아침, 유비(劉備)의 일행이 양양(襄陽)의 서쪽 문 앞에 닿았다. 서쪽 문 앞의 길은 좁았다. 두 필이 나란히 서기 어려운 폭이었다. 유비는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왼손으로 쥔 채 잠시 문을 올려다보았다.

문 위에는 형주(荊州) 자사부(刺史府)의 붉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깃발이 가을 바람에 낮게 펄럭였다. 유비는 그 깃발을 바라보고 나서, 등 뒤의 관우(關羽)와 장비(張飛)를 돌아보았다.

“운장(雲長). 익덕(翼德). 이 문 안쪽 자리는, 여느 자리와 다르네. 세 걸음씩 떨어져 서 있어 주게.”

관우가 고개를 숙였다. 장비는 짧게 코웃음을 쳤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문 안쪽에서 문관 한 사람이 달려 나왔다. 키가 크고 수염이 성겼다. 얼굴이 희고 눈빛이 맑았다.

“유황숙(劉皇叔)을 뵈옵니다. 형주의 종사(從事) 이적(伊籍)이라고 합니다. 자(字)는 기백(機伯)이옵니다.”

이적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 유비도 답례했다. 두 사람의 눈이 잠깐 마주쳤다. 그 짧은 박자 안에서, 이적의 눈이 유비의 뒤쪽, 관우와 장비를 훑었다. 그러고는 다시 유비의 눈으로 돌아왔다.

“황숙. 회의는 정오부터 공청(公廳)에서 열리옵니다. 연회는 그 뒤의 서원(西園)입니다.”

“서원이라…”

“예. 서원이옵니다.”

이적은 그 말을 하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 시선이 박자 하나 늦게 돌아왔다.

공청의 회의는 오히려 조용했다.

형주의 자사(刺史) 유표(劉表)가 상석에 앉았다. 늙은 얼굴이 누렇게 말라 있었다. 지난해보다 여위었다. 기침이 문장 끝을 끊었다. 회의의 의제는 북쪽 조조(曹操)의 동향이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남겼다.

유비의 차례가 돌아왔다. 유비는 일어서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조용히 말했다.

“형님. 곽가(郭嘉)가 세상을 떠났다 들었습니다. 조조는 한동안, 스스로 숨을 고를 것입니다. 그 잠시 동안 형주가 안쪽을 다져 두는 일이, 가장 먼저 할 일일 것이옵니다.”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모(蔡瑁)가 상석 아래에서 헛기침을 했다.

“황숙께서는, 안쪽을 다진다 하시니, 어느 안쪽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유비는 채모를 바라보았다.

“형주의 군과 민(民)의 박자, 그 안쪽입니다.”

짧게 대답했다. 더 덧붙이지 않았다. 채모는 입가에 짧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한참 지워지지 않았다.

삼국지 365 Day 113 중간 일러스트

회의가 끝나고, 연회가 서원에서 열렸다.

서원에는 상이 여러 열로 놓여 있었다. 관우와 장비의 자리는 유비의 자리에서 세 걸음 떨어진 옆방 한 자락이었다. 채모가 두 사람의 자리를 바깥으로 몰래 옮겨 두었던 것이었다. 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았다. 장비가 입술을 깨물었다. 유비가 장비에게 아주 작게 손짓을 했다. 가만히.

잔이 한 순배 돌았다. 두 순배 돌았다. 유표는 도중에 기침이 길어져 내당(內堂)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사가 빠진 그 연회에서, 채모의 얼굴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세 번째 잔이 돌 무렵, 이적이 슬쩍 일어나 뒤뜰로 걸어갔다. 유비의 눈이 그 등을 따라갔다. 잠시 뒤, 유비도 “측간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뒤뜰의 우물가에서 이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을 때, 이적이 낮게 속삭였다.

“황숙. 오늘 밤이 가기 전에, 양양의 서쪽 문을 나서시옵소서. 채모가, 세 문의 밖에 이미 군사를 두었습니다. 동·남·북 세 문에.”

“서문은.”

“서문 쪽은, 단계(檀溪)라는 시내가 가로막고 있사옵니다. 물이 깊고 바닥이 진창이옵니다. 채모가 서문만은 군사를 세우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 시내를 누구도 건너지 못하리라 생각한 까닭이옵니다.”

유비의 등이 굳었다. 그러나 두 눈은 빠르게 결심을 내렸다.

“기백. 오늘 밤 이 은혜를, 내가 먼 훗날 갚겠소.”

“은혜는, 황숙의 적로(的盧)가 오늘 시내를 넘기는 것으로, 저에게 이미 갚으신 것이옵니다.”

이적이 고개를 숙이고는, 먼저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유비는 숨을 고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네 번째 잔이 돌았다. 다섯 번째 잔이 돌았다. 채모가 술잔을 높이 들었다. 유비가 술잔을 가볍게 부딪혔다.

바깥에서는, 적로가 이미 서쪽 문 아래 작은 마구간 안쪽에서, 이마의 흰 자락을 낮게 한 결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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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13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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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제 자리에서 세 걸음 떨어진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혀 두어야 하는 밤이 있지요. 그 밤 안쪽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보다 세 사람의 눈빛이 먼저 고비를 나눕니다. 오늘 유비가 장비에게 아주 작게 손짓으로 “가만히”를 건넨 것은, 세 사람이 짧은 결을 같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당신 곁에도, 세 걸음 떨어져 앉아 있어도 호흡이 서로 흘러 가는 사람이 혹시 있으신지요. 세 걸음은 가까운 자리가 아니옵니다. 그러나 세 걸음 사이에 한 결이 흐를 수 있는 두 사람은, 같은 방 안에 있는 열 사람보다 가까운 자리이옵니다.

📅 내일 Day 114: 허도의 한 밤

“양양의 서원 연회가 조용히 저문 그 가을, 시선이 먼 북쪽으로 옮겨간다. 같은 계절 어느 밤, 허도(許都)의 승상부 안쪽에서, 쉰셋의 승상이 두 장의 지도를 혼자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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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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