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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2] 어머니의 한 장

기사입력 기사번호 5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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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2] 어머니의 한 장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32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32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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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망의 불이 꺼진 며칠 뒤, 허도(許都)의 정욱(程昱)이 책상 위에 편지 봉투 하나를 올려 두고 있었다.

편지의 겉봉은 비어 있었다. 아직 수신인도, 발신인도 적히지 아니하였다. 다만 봉투 안쪽에 두터운 종이 한 장이 접혀 들어가 있었다. 그 종이의 한쪽에, 정욱의 오른손이 오늘 아침부터 한 줄씩 글을 쓰고 있었다.

편지의 글은 어머니의 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 어머니의 글체(體)를 흉내 낸 남의 글이었다. 정욱은 지난 한 달 동안 서씨 부인(徐母)의 글씨를 세밀히 살폈다. 왼쪽으로 기우는 붓끝의 각도. 세 번째 획의 끝에서 잠시 멈추는 박자. 이름자 앞의 호흡을 긴 붓질로 풀어 내는 습관. 정욱의 오른손은 그 습관들을 하나씩 자기 손 안쪽에 옮겨 두었다.

정욱의 목적은 단순했다. 서서(徐庶)를 유비(劉備)에게서 떼어 내는 것. 북쪽의 조인(曹仁)이 박망에서 패한 뒤, 조조(曹操)의 책상 위에서 서서의 이름 석 자는 한결 무거운 이름이 되어 있었다. 조인의 보고서 귀퉁이의 한 줄 — “신야에 군사(軍師) 한 사람이 새로 생겼다” — 이 조조의 벽 앞 빈자리의 글자 劉 아래에 한층 깊게 내려앉았다.

조조는 직접 정욱에게 명을 내렸다. “중덕(仲德). 서서를 — 이쪽으로 불러 오게. 단, 거친 말로 끌어 오지 말게.” 조조의 명은 단단했다. 그 단단함 안쪽에는 하나의 모순이 있었다. 거친 말로 끌지 말라 하면서, 그 방법은 정욱의 손에 맡겨 두었다.

정욱은 두 길 가운데 한 길을 골랐다. 먼저 서씨 부인을 허도의 서재(書齋)로 정중히 모셔 왔다. Book 4 Day 118의 저녁에 이미 다루어진 자리였다. 부인은 본래 대가(大家)의 규수로서, 서화와 경서에 능했다. 조조의 친필 서신을 받은 부인은 그 서신의 뜻을 단번에 읽어 냈다. 가지 않으면 초당 문 앞이 어지러워지고, 가면 아들의 앞이 한 박자 흐려진다. 부인은 뒤의 자락을 잠시 감당하기로 했다. 허도에 도착한 뒤, 부인은 한 주 동안 아무 글자도 쓰지 아니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저녁, 붓을 들어 편지 한 장을 썼다. 아들에게 보내는 진짜 편지였다. 그 편지의 마지막 줄은 이러하였다. 어미의 걸음이, 이제는 네 걸음보다 한 걸음 앞서 갈 수 있겠다.

삼국지 365 Day 132 중간 일러스트

Book 4 Day 118의 조조는 그 진짜 편지를 받아 들고,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정욱에게 낮게 말했다. 이 편지를 그대로 신야로 보내게. 우리의 손길이 한 자도 덧대지 않도록. 정욱은 두 손을 모아 받았다. 그 편지는 그대로 신야로 내려갔다.

그리고 오늘의 Book 5 Day 132는 — 그 편지의 뒤에 이어진 또 한 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조가 진짜 편지를 그대로 내려 보낸 뒤에도, 정욱의 책상 위에는 빈 봉투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정욱은 조조의 명을 이미 받아 두었다. 거친 말은 아니 된다. 그러나 — 부인의 진짜 편지만으로 아들이 오지 않는다면, 또 한 장을 내려 보내는 것은 정욱의 몫이었다. 정욱은 그 한 장을, 부인의 필적을 흉내 내어 직접 썼다. 그 글자 한 획 한 획은 부인의 글체를 닮았으나, 부인의 마음은 아니었다.

정욱의 위조 편지의 내용은 더 다급했다. 어미가 병이 깊다. 하루라도 빨리 허도로 오거라. 한 줄이 추가되어 있었다. 어미의 걸음이 네 걸음보다 이미 앞서 가기 시작했다.

정욱은 그 편지를 봉투에 넣고, 뒤 자락의 글씨 위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그의 오른손이 아주 가볍게 떨렸다. 모사로서 그는 이 일을 여러 번 해 왔다. 이 편지도 그 여러 번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다만 — 어머니의 글씨를 흉내 내어 아들의 걸음을 틀어 놓는 일은, 여러 번의 일이 아니었다. 그의 오른손의 떨림은 그 한 가지 때문이었다.

그는 떨림을 눌렀다. 봉투를 닫았다. 봉투의 겉에 수신인을 적었다.

신야 서원직(徐元直) 앞.

그 저녁, 정욱은 두 사람의 사자를 따로 보냈다. 진짜 편지는 부인의 친지 한 사람이 이미 내려보냈다. 위조 편지는 조조의 관문을 거친 상인 하나에게 맡겼다. 상인은 자기가 어떤 편지를 운반하는지 알지 못했다. 봉투 위의 수신인 네 글자만이 그의 일의 전부였다.

두 장의 편지가 — 하나는 진짜 어미의 손에서 나온, 하나는 흉내 낸 손에서 나온 — 같은 남쪽 길 위에서 앞뒤로 내려가고 있었다. 두 장이 신야 객청의 한 사내 손 안에 같이 닿을 때, 그 사내는 두 장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정욱은 그 질문 앞에서 오늘 밤 잠들지 못했다.

허도의 서쪽 창 너머로, 봄의 초저녁 별 하나가 남쪽을 향해 조용히 기울고 있었다. 그 별은 진짜 한 장과 흉내 한 장이 내려간 바로 그 남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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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32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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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어머니의 손으로 적힌 한 장의 편지와, 어머니의 손을 흉내 낸 한 장의 편지가 같은 길 위에서 앞뒤로 내려갈 때 — 그 길의 끝에 앉은 아들은, 어느 한 장의 마음을 먼저 따라가게 되실까요. 진짜와 흉내를 구분하는 일은 필적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 마음의 호흡 문제이옵니다. 오늘 당신 곁에 혹시 두 장의 비슷한 편지가 내려와 앉은 자리가 있으신지요. 두 장을 한꺼번에 읽지 마시고, 한 장씩 읽으시며 호흡의 차이를 먼저 들어 보시는 저녁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 내일 Day 133: 쓰지 않은 글씨

“두 장의 편지가 신야의 객청에 같은 저녁에 도착했다. 서서의 왼손이 두 장을 차례로 펼쳤다. 한 장은 마음의 호흡이 맞았고, 한 장은 맞지 아니하였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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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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