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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4] 한 말을 두고 가는 이

기사입력 기사번호 59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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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4] 한 말을 두고 가는 이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34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34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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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 신야(新野)의 객청(客廳) 한가운데에서, 서서(徐庶)가 유비(劉備)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섰다.

뒤에는 관우(關羽)와 장비(張飛)도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비의 눈에 아직 잠이 남아 있었다. 새벽의 객청은 조용했다. 서서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두 글자를 먼저 내려놓았다.

“장군. 이 사내의 본래 이름을 — 오늘 아침 처음으로 장군께 내려 놓겠사옵니다. 서서(徐庶), 자(字)는 원직(元直)이옵니다. 영천(潁川) 양성(陽城)의 사람이옵니다.”

유비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관우와 장비가 뒤에서 함께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제 저녁, 두 장의 편지가 제게 내려왔사옵니다. 한 장은 어머님의 손에서 나온 진짜, 한 장은 어머님의 손을 흉내 낸 가짜였사옵니다. 두 장의 결론은 같았사옵니다. 어머님이 이미 허도(許都)의 서재(書齋)에 계시옵니다.”

유비는 눈을 감았다. 한참을 감고 있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가에 어느 새 단단한 자락이 앉아 있었다.

“원직. 가시오. 이 사람이 선생의 걸음을 잡지 아니하리다. 다만 — 한 가지만, 선생께 청해 두고 싶소.”

“무엇이옵니까.”

“선생이 이 사람을 떠나시기 전에, 수경 선생께서 말씀하신 와룡(臥龍) 한 분의 본 이름과 거처를 — 내게 남겨 주시오.”

서서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밝게 빛났다.

“장군. 그 이름은 오늘 아침 이 사내가 장군께 두 번째로 내려 놓아야 할 이름이었사옵니다.”

그는 자리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조용히 한 자 한 자 말했다.

“제갈량(諸葛亮). 자는 공명(孔明)이옵니다. 낭야(琅邪) 양도 사람이오나, 숙부를 따라 형주의 남양(南陽) 와룡강(臥龍崗) 작은 초가(草家)에 은거하고 있사옵니다. 농사를 짓는 듯이 살고 있으나, 농사가 본업이 아니옵니다. 그의 안쪽에는 하늘의 한 조각과 땅의 한 조각이 이미 함께 들어와 앉아 있사옵니다.”

유비가 두 손을 맞잡았다. 옆에서 관우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왔다.

“원직. 그 분의 나이는.”

“스물일곱이옵니다.”

장비가 눈을 크게 떴다. 서서가 조용히 웃었다.

“장비 장군. 나이로 사람을 재지 마시옵소서. 그 분의 안쪽에 들어가 본 이 사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모든 사람 가운데, 오직 그 분만이 장군 세 분의 박자를 한결에 늘려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옵니다.”

삼국지 365 Day 134 중간 일러스트

유비가 한참 뒤에 조용히 물었다.

“원직. 그 분은 — 내가 찾아가면 나를 맞아 주실까요.”

서서는 짧게 웃었다. 그 웃음 안쪽에는 지난 가을 수경 선생의 한 마디와 같은 결이 있었다.

“장군. 그 분은 한 번 찾아가시는 걸음으로는 만나 주지 아니하실 것이옵니다. 두 번 찾아가시는 걸음으로도 아직 아니옵니다. 세 번째 걸음에서 비로소, 그 분의 문이 열리시옵니다.”

“세 번이라…”

“장군의 세 번의 걸음이, 그 분의 한 걸음을 — 저편에서 이쪽으로 옮겨 놓으시옵니다.”

유비는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날 정오, 서서가 신야를 떠났다.

적로(的盧)가 아닌 평범한 말 위에 올라, 서서는 북쪽으로 말을 돌렸다. 유비·관우·장비가 신야의 북문 앞에서 그를 보내 주었다. 장비의 눈가가 붉어졌다. 관우는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

유비가 서서의 안장 옆에 작은 쪽지를 매어 주었다. 쪽지 위에 유비의 친필로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身心同處.

몸은 허도에 두시더라도, 마음은 여기에 함께 두시라는 뜻이었다. 서서는 그 쪽지를 내려다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 위에서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앞만 보았다.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아니하였다.

허도 쪽으로 한 리(里)쯤 내려갔을 무렵, 서서는 가슴 안쪽의 진짜 편지를 꺼내어 마지막 한 획의 끝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가짜 편지 위에 유비의 쪽지를 포개어 두었다. 세 장이 이제 그의 가슴 안쪽에서 한 묶음이 되어 있었다. 진짜 어머님, 흉내의 정욱, 그리고 진짜 유비. 세 사람의 세 장이 서서의 남은 한 생(生)의 세 모서리를 각기 붙잡아 주게 될 것이었다.

말은 북쪽으로 계속 갔다. 그러나 서서의 안쪽 어딘가에서는, 오늘 두고 가는 한 말이 — 장비가 오늘 아침 내지 못한 울음 한 자락과 함께 — 신야의 객청 한가운데에 계속 앉아 있었다. 몸은 북쪽으로 가고 있었고, 말은 남쪽에 남아 있었다. 그 간격이 오늘부터의 서서의 남은 한 생의 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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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34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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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몸은 떠나지만 말은 두고 가는 이가, 당신의 곁을 한 번 지나간 적이 있으신지요. 그런 이의 말은 방 한가운데에 한참 앉아 있다가, 그가 떠난 뒤에야 진짜 목소리로 당신께 다시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당신 곁을 떠난 이의 한 말이 오늘은 아직 들리지 아니하실 수 있어도, 내일 아침 혹은 한 해 뒤의 어느 저녁에는 분명히 들려 오실 것이옵니다. 그 한 말을 기다려 두시는 일이, 오늘 저녁 당신의 가장 조용한 준비이옵니다.

📅 내일 Day 135: 첫 눈 위의 발자국

“서서가 떠난 이듬해 늦겨울, 신야의 뒤뜰에 첫 눈이 조금 내렸다. 그 눈 위에, 세 사람의 발자국이 남양 쪽으로 조용히 첫 자국을 내기 시작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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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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