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신(Hye Shin Hwang, Eaden) 작가는 공예로 시작해 광고사진,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영상을 거쳐 생성형 AI와 미디어아트로 작업을 넓혀 왔다. 그가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에서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 페어 Art Shopping Paris 2026에 신작 두 점을 출품한다. 매년 10월과 4월에 열리는 이 행사에는 100명이 넘는 작가와 여러 갤러리가 참여해 회화, 조각, 사진, 디지털아트 등을 선보인다.
![]() [코리안투데이] 공예의 질감과 사진의 빛, 생성형 AI로 겹쳐낸 시간과 기억의 풍경 © 김현수 기자 |
서로 다른 세 개의 눈이 한 화면에 모이다
서울여자대학교 공예과에서 재료의 물성을 익힌 그는 미국 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에서 광고사진을 공부하고 Ohio University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마치며 ‘빛’을 다루는 법을 몸에 새겼다. 같은 대상도 빛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 이번 작품의 착시 구조는 그 경험에서 시작됐다.
이후 중앙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과 마케팅을 강의했고, 국내 1세대 F&B 외식 그룹 Sortino’s의 경영과 홍보를 총괄하며 신규 브랜드를 런칭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메인홀에 영상을 올렸고, 2025년에는 경기관광공사 홍보영상 공모전에 입선했다. 현재는 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졸업을 앞두고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분야의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출품작은 공예가의 질감, 사진가의 빛, 광고인의 구성력이 생성형 AI 안에서 처음으로 한 화면에 포개진 결과물이다.
다가가면 질감, 물러서면 사람
![]() [코리안투데이] 《시간이 피어나다》·《기억이 스미다》 출품…10월 23~25일 파리 아트쇼핑 참여 © 김현수 기자 |
〈시간이 피어나다(Where Time Blooms)〉는 보는 거리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된다. 가까이서는 기와, 소나무, 산수, 달빛의 질감이 먼저 보이지만, 몇 걸음 물러서면 흩어져 있던 요소들이 한 인물의 옆모습과 항아리의 형상으로 이어진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금빛 균열은 깨진 그릇을 금으로 이어 붙이는 수리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상처를 감추지 않고 연결해, 시간이 남긴 흔적이 결국 한 사람의 일부가 된다는 이야기다.
〈기억이 스미다(Where Memory Lingers)〉에서는 청색과 브라운, 금빛 위로 도자기와 학, 작약, 달, 한복 치맛자락이 서로에게 스며든다. 공예를 전공한 작가에게 도자기는 오랜 시간을 담아온 ’기억의 그릇’이다. 흙이 빚어지는 시간과 무언가를 품어 온 시간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그 주위를 감싸는 어머니의 치맛자락과 꽃, 학은 흐려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기억의 움직임을 그린다.
두 작품은 모두 2026년작으로, 53×45.5cm(10F) 캔버스 프린트다. 청자빛, 먹색, 브라운, 절제된 금빛으로 한국 전통미술의 낮은 채도와 입체적인 질감을 살리면서, 사진도 회화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한국적인 소재를 여러 겹의 레이어로 쌓아 입체적인 질감을 만들고, 보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형상을 발견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인생의 희로애락처럼 기억이 한 겹씩 쌓여 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정지된 이미지에서 움직이는 공간으로
![]() [코리안투데이] 가까이서는 질감, 멀리서는 인물…한국적 소재로 구성한 겹겹의 이미지 © 김현수 기자 |
이번 파리 출품은 도착점이 아니라 경유지다. 황 작가는 관람자의 움직임과 공간에 반응하는 관객 참여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관람자가 직접 걸어서 거리를 바꿔야 숨은 형상이 드러나지만, 앞으로는 빛과 센서를 통해 관람자의 행동에 따라 작품이 스스로 변하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도구는 바뀌었지만 질문은 처음부터 같았다. 무엇을, 어떤 거리에서,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
“AI는 예술을 파괴하는 도구가 아니라 창작에 새로운 감각을 더하고, 누구나 예술을 더 깊이 즐길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피어나다〉와 〈기억이 스미다〉는 10월 23~25일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99 rue de Rivoli)에서 열리는 Art Shopping Paris 2026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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