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을 13점의 작품으로 읽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AnuraBricks라는 활동명으로 작업하는 오재용 작가는 오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비아드라비에서 개인전 ‘브릭, 탄생하다.(The Brick of Life)’를 선보인다. 자신의 생일이 있는 11월에 맞춰 기획한 이번 전시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성장과 변화, 평범한 삶을 향한 열망까지 작가 자신의 삶을 13개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존 작업보다 AI 활용을 제한하고 실제 장소와 가공하지 않은 장소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 [코리안투데이] AnuraBricks(오재용) 개인전 ‘브릭, 탄생하다.’의 전시 일정과 장소를 담은 공식 포스터 모습 © 지승주 기자 |
[코리안투데이]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몇 개의 장면이 필요할까. 어린 시절의 상처, 다시 찾아온 봄, 남들과 달랐던 시간,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마음까지 한 사람의 생을 이루는 장면들은 좀처럼 한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AnuraBrick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오재용 작가가 그 질문에 13점의 작품으로 답한다.
오 작가의 개인전 ‘브릭, 탄생하다.(The Brick of Life)’가 오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다산로19길 14 1층 비아드라비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의 영문명은 ‘The Brick of Life’.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특정한 풍경이나 사회적 현상이 아닌 작가 오재용 자신이다.
작가의 생일이 있는 11월에 열리는 전시라는 점에서 출발해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건, 살아오며 겪었던 감정과 인생의 과정을 작품으로 옮겼다.
전시장에 걸리는 작품은 모두 13점이다.
각각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오재용의 이야기가 담긴다. 따라서 관람객은 하나의 작품으로 작가를 단정하기보다 13개의 서로 다른 장면을 따라가며 한 사람이 어떻게 지금의 자신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 [코리안투데이] 폐허의 흔적(Apocalyptic ruins) © 지승주 기자 |
‘폐허’에서 시작해 ‘인생의 봄’으로
대표작 가운데 ‘폐허의 흔적(Apocalyptic ruins)’은 작가가 힘들게 보냈던 어린 시절을 향한다.
주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고 학교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겪었던 기억, 숨이 막히는 세상 속에 갇혀 있는 듯했던 당시의 감정을 작품에 담았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가 상처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 [코리안투데이] 개구리가 된 소년(Frog Boy) © 지승주 기자 |
‘개구리가 된 소년(Frog Boy)’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암울했던 청소년기를 지나 이전보다 성숙해지면서 찾아온 ‘인생의 봄’을 개구리라는 동물로 상징화했다. 개구리는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동물이다. 여기에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개구리와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경칩의 의미를 연결해 자신의 삶에도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음을 표현했다.
폐허와 개구리라는 전혀 다른 이미지 사이에는 한 사람이 성장하며 통과한 시간이 놓여 있다.
이번 전시를 단순한 자전적 기록보다 삶의 여러 시기를 다시 바라보는 작업으로 읽을 수 있는 이유다.
![]() [코리안투데이] 도시에서 활보하기(Walking in the city) © 지승주 기자 |
비범하게 살아온 사람이 바라본 ‘평범함’
또 다른 대표작 ‘도시에서 활보하기(Walking in the city)’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열망이 들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남들이 흔히 겪지 않는 경험을 거치면서 삶의 전개 역시 비범하고 특별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강한 개성과 남들과 다른 모습도 만들어졌다고 돌아본다.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오히려 ‘평범함’을 향한 마음이 커졌다.
작가는 비범함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채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싶은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폐허의 흔적’이 상처받았던 과거를 바라보고, ‘개구리가 된 소년’이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이야기한다면, ‘도시에서 활보하기’는 성장한 한 사람이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작품에 가깝다.
세 작품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전시가 단순히 작가의 이력을 시각적으로 나열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억 속 사건보다 그 사건을 지나오며 만들어진 감정과 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할 수 있는데도 줄였다…“내 이야기는 내 손으로”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제작 방식이다.
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AI 활용을 스스로 제한했다.
기존에 제작한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배경 제작을 AI에 의존하지 않았으며, 보조 도구나 소품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상당수 작품은 실제 장소에서 작업하거나 가공되지 않은 실제 장소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했다.
AI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선언과는 다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왜 이번 전시에서 사용 범위를 줄였느냐에 있다.
작가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기계의 해석을 거쳐 표현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번 전시의 전체적인 방향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삶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전시에서 기억과 장소 사이에 또 하나의 해석자를 두지 않겠다는 선택인 셈이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보다 ‘누가 자신의 기억을 해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이번 작업에서는 더 중요해졌다.
전시장 자체가 한 권의 책
13점의 작품을 배치하는 방식도 전시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오 작가는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한 권의 책을 읽듯 바라볼 수 있도록 작품을 배치할 예정이다.
책의 글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나가듯 전시장에서도 왼쪽 작품부터 오른쪽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한다.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이나 도슨트 프로그램은 마련하지 않는다.
이는 관람객이 정해진 해설을 먼저 듣기보다 작품과 작품 사이를 이동하며 작가가 펼쳐놓은 13개의 이야기를 직접 읽는 방식과도 맞물린다.
공식적인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별도로 기획하지 않았지만,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경우 전시 기간 중 일정을 조율해 갤러리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가능하다.
상처도 기쁨도 결국 ‘나’를 만든 시간
오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작품을 공개하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단순히 기억 속 사건을 그대로 작품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상황을 다시 되짚으며 과거의 감정과 마주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아팠던 기억과 즐거웠던 기억,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바라봤다.
작가는 각각의 시간이 하나씩 모여 자신의 인생을 만들었으며, 힘들거나 즐거웠던 모든 시간을 포함한 자신의 삶 자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선을 관람객에게 돌린다.
자신의 인생이 자신에게 소중한 만큼 관람객 각자의 인생 역시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브릭, 탄생하다.’의 13점은 한 작가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폐허와 봄, 비범함과 평범함에 대한 열망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질문 하나가 돌아온다.
‘나의 삶을 13개의 장면으로 고른다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오재용이라는 한 사람의 생을 읽고 전시장을 나선 뒤 자신의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면, 이번 전시의 제목 ‘The Brick of Life’는 작가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된다.
‘브릭, 탄생하다.(The Brick of Life)’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비아드라비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전시 정보
전시명: 브릭, 탄생하다. / The Brick of Life
작가: AnuraBricks(오재용)
기간: 2026년 11월 1일~11월 22일
장소: 비아드라비
주소: 서울시 중구 다산로19길 14, 1층
관람시간: 월~금 오전 11시~오후 6시
휴관: 주말·공휴일
관람료: 무료
주최·주관: 비아드라비
작가의 작업과 전시 관련 소식은
AnuraBricks 인스타그램과 작가 활동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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