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9] 낙양 가는 수레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49 · Book 1 「별이 모이다」

장안의 이각(李傕)과 곽사(郭汜)가 서로 싸우기 시작한 것은 왕윤의 투신 뒤로 두 해가 지난 봄이었다. 두 사람이 조정 권세의 몫을 두고 서로를 노렸다. 이각이 헌제를 납치하여 북영(北營)에 두었고, 곽사가 대신들을 납치하여 남영(南營)에 두었다. 장안 거리에 두 세력의 창이 마주치며 죽고 다치는 자가 날마다 늘었다.
몇 달이 지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지쳐 화해를 하였다. 헌제가 그 사이에 가까스로 두 영에서 풀려났다. 대신들 가운데 양봉(楊奉)과 한섬(韓暹)과 동승(董承)이 헌제의 어가를 호위하여 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어가의 방향은 낙양이었다.
어가의 길이 멀고 험하였다. 장안에서 낙양까지 팔백 리가 남아 있었고, 그 팔백 리 길 위에 기근과 비가 번갈아 놓여 있었다. 어가의 수레 위에 헌제와 황후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옷자락이 낡아 있었고, 한 끼 밥도 제대로 오르지 못한 날이 많았다.
이각과 곽사가 뒤늦게 자기들이 속아 어가를 놓친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다시 군을 모아 어가를 추격하였다. 양봉과 한섬이 번갈아 후미를 막으며 날마다 교전하였다. 어가의 앞쪽에서 동승이 길을 열었다. 어가의 바퀴가 하루에 오십 리도 채 움직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홍농(弘農)을 지나 신풍(新豐)에 이르렀을 때, 어가의 병사들이 기근으로 반절이 줄었다. 백관의 옷이 헌옷이 되었고, 어가의 바퀴가 진흙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저녁이 여럿 있었다. 헌제가 수레의 창 밖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조용히 꺼냈다.
"제(帝)의 수레가 이토록 천한 결에 놓일 수도 있구나."
황후가 눈물을 흘렸다. 양봉이 수레 옆에서 고개를 깊게 숙였다. "폐하. 조금만 더 참으시옵소서. 낙양의 문이 이제 한 결만큼 가까워져 있사옵니다."
몇 달이 더 지나 어가가 낙양의 성문 앞에 도달하였다. 낙양은 여전히 잿더미였다. Day 25의 焚洛陽의 불 뒤에 사 년이 지나 있었으나, 성벽 안쪽의 궁궐이 아직 제대로 서 있지 아니하였다. 헌제가 수레에서 내려 잿더미 한가운데에 섰다. 한 호흡 깊게 들이쉰 뒤, 낮은 한 마디를 꺼냈다.
"제의 돌아옴이 잿더미 위의 한 걸음이로구나."
소식이 연주의 조조에게 건너갔다. 조조가 순욱에게 물었다. "어가가 낙양에 도달하였소. 우리의 자리가 어디에 있겠소." 순욱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주공. 봉천자이령제후(奉天子以令諸侯)의 자리가 오늘부터 주공의 손 안쪽으로 건너오고 있사옵니다. 속히 어가를 주공의 영내로 모셔야 하옵니다."
조조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한 호흡 뒤에 명이 내려졌다. "허창(許昌)으로 어가를 모시는 계책을 준비하라."
Book 2의 열아홉 번째 아침이 낙양의 잿더미 위, 어가의 바퀴 앞에서 조용히 열렸다. 洛陽輦(낙양련, 낙양으로 가는 수레)의 세 글자가, 팔백 리 어가의 길과 잿더미 위 돌아옴의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25의 焚洛陽의 잿더미가 사 년 만에 어가의 바퀴로 다시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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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팔백 리 길을 어가의 바퀴가 기근과 비의 번갈음 속에서 굴러가는 봄이 있지요. 제의 수레가 이토록 천한 결에 놓일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 황제의 마디가 수레 창 너머로 흘러나오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수레 위에도, 천한 결이 처음으로 제 얼굴을 보여 주는 호흡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자각의 결을 조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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