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송정숙

[디지털치유론] 상담실 문 앞에서, 그녀는 이미 다 털어놓은 뒤였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6521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지난주 눈에 밟힌 조사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심리학회가 심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세 명 중 한 명이 “내담자가 나 말고도 AI에게 따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다”고 답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성인 세 명 중 한 명은 이미 감정을 나누는 상대로 AI 챗봇을 써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도 함께 나왔습니다.

8월의 KIHA 상담실은 에어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지난주 한 회원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실 어젯밤에 이미 다 얘기했어요. 새벽 두 시에 갑자기 눈이 떠져서, 누구한테라도 말을 하고 싶은데 전화할 데가 없더라고요.” 휴대폰 화면을 켜니 챗봇과 나눈 대화가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상담실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마음의 절반쯤을 비워놓은 채였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았습니다. 요즘 KIHA를 찾는 분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이런 식으로 옵니다. 밤에는 화면에, 낮에는 사람에게. 두 가지를 나눠서 씁니다. 문제는 이것을 막을 방법도, 막을 이유도 딱히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지금 통합치유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왜 새벽 두 시에는 사람이 아니라 화면을 찾을까

이유는 단순합니다. 화면은 언제나 켜져 있고, 화를 내지 않고, 기다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울·불안 관리를 돕는 대표적인 AI 챗봇들 — Woebot, Wysa, Youper — 을 살펴본 여러 연구에서 공통된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인지행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짧은 대화만으로도,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우울·불안 신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Wysa는 만성 통증을 겪는 사람과 출산 전후 여성의 정서 영역에서 특히 참여율이 높았고, Youper를 쓴 사람들에게서는 우울 신호가 48%, 불안 신호가 43% 줄었다는 결과도 보고됐습니다.

다만 최근 발표된 다른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자살 위험을 알아채는 정확도는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그 밖의 복잡한 마음 상태 — 오래된 트라우마, 조울의 기복, 겹겹이 얽힌 관계의 문제 — 앞에서는 여전히 서툴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유도하면 위험할 수 있는 정보를 여과 없이 쏟아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편리함과 아슬아슬함이 한 화면 안에 같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제가 KIHA에서 늘 강조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화면은 문을 열어주는 도구이지, 방 안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은 아니다.” 새벽 두 시에 마음을 꺼내놓을 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대화가 다음 날 아침, 실제로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에게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절반의 도움에서 멈추고 맙니다.

보완재로 쓰는 법

지난달 저희 협회 회원들과 다시 정리한 원칙은 이렇습니다. 챗봇과의 대화는 감정을 처음 꺼내보는 자리로, 사람과의 만남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방향을 잡는 자리로 나누어 쓰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두 가지를 나눠 쓴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화면 앞에서 이미 정리된 말들을 가지고 오니 대면 시간이 훨씬 깊어졌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화면이 예열을, 사람이 본론을 맡는 구조입니다.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제가 자주 언급하는 세 가지 기준도 다시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화면과의 대화가 사람과의 만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주는 다리인지 살펴볼 것. 둘째, 대화 상대가 위기의 순간에 실제로 도움을 청할 곳을 안내해주는지 확인할 것. 셋째, 그 대화의 기록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남아 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쓸 것입니다.

여름밤 KIHA 사무실 창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리는 요즘, 저는 이 흐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화면 너머의 대화가 끝난 자리에서 진짜 사람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다음 걸음까지, 우리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걸음을 어떻게 만들지, 다음 이야기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 이 칼럼은 송정숙 협회장의 저서 「디지털치유론 Level I」을 바탕으로 합니다.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 스트림 코드 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34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송정숙 칼럼니스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