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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소년 토리, DDP 은빛 벽에서 소리를 만나다…그림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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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를 낀 다섯 살 아이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소리를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그림책이 8월 17일 전자책으로 나온다. 『귀를 쫑긋! DDP 소리 모험』은 난청을 가진 토리와 그의 곁을 지키는 소리요정 루루, 엄마 엘라의 하루를 따라간다. 루루는 다름 아닌 토리의 보청기를 의인화한 존재로, 착용을 낯설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얼굴을 붙여주려는 설정이다.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쓰는 아이를 다룬 그림책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대개는 가정이나 학교처럼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 책은 실존하는 건축물인 DDP를 무대로 골랐다. 은빛 곡선 외벽이 만드는 메아리, 디자인 체험관의 음악, 미디어아트 전시실의 소리 연출까지 실제 공간의 청각 요소를 하나씩 짚어가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이 다른 관련 그림책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특정 장애를 설명하는 대신 그 장애를 가진 아이가 도시의 랜드마크에서 무엇을 듣고 느끼는지를 따라가는 방식이어서,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독자도 같은 공간을 다른 감각으로 다시 걷게 된다.

[코리안투데이] 신간 《귀를 쫑긋! DDP 소리 모험》 표지 © 코리안투데이 편집국

저자 지승주는 필명 ‘토토지’로 활동한다.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 대표이자 청각 디자인 전문가로 18년 넘게 현장에서 일해 왔고, 의료 칼럼니스트와 WIA언론인협회 초대 회장도 지냈다. 필명으로 쓴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에서는 보청기 적응과 생애주기별 청각 관리를 다뤘는데, 이번에는 의학적 설명 대신 다섯 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 형식을 택했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와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도 겸하고 있다.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등 앞서 낸 책들이 대체로 성인 독자를 향했다면, 이번 책은 저자가 처음으로 어린이 독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력의 궤적이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목차는 작가소개, 본문 ‘귀를 쫑긋! DDP소리모험’, 작가의 말, 판권지 순으로 짜여 있다. 원고는 다섯 장으로 나뉜다. 마법의 수호요정과 함께하는 날, 웅장한 세상 속으로 출발, 루루야 소리를 조금 더 키워줘, 온 가족이 함께 추는 신나는 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밤이다. 각 장은 두세 장면으로 짧게 끊어져 있어 아이가 한 호흡에 읽기에 부담이 적고, 보호자가 소리 내어 읽어주기에도 알맞은 분량이다.

이야기는 토리가 눈을 뜨는 아침에서 시작한다. “토리야, 안녕? 오늘도 신나게 들어볼까?” 루루가 건네는 인사로 하루가 열리고, 아빠 네오는 “우리 토리, 오늘 엄마랑 DDP로 멋진 소리 모험을 떠난다지? 씩씩하게 잘 다녀오렴!”이라며 딸을 배웅한다. DDP에 도착한 토리는 은빛 곡선 건물을 보고 우주선 같다고 외치고, 하얀 벽면을 걸으며 지른 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오는 순간을 경험한다. 디자인 체험관의 패션쇼 음악, 미디어아트 전시실의 불꽃놀이 소리, 소리체험존의 새소리와 시냇물 소리를 차례로 만난 뒤, 놀이터에서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안녕! 나랑 같이 놀자!”라는 짧은 한마디로 토리는 낯선 아이들 사이에서 스스로 자리를 만든다.

이 장면 배치는 단순한 나들이 기록이 아니라 순서를 갖는다. 낯선 소리에 놀라는 순간, 루루의 도움으로 그 소리에 다가서는 순간,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순간까지 세 단계를 밟는다. 청각적 소외를 다루는 그림책이 자칫 치료나 극복의 서사로만 흐르기 쉬운데, 이 책은 토리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멋쟁이 대장’이 되는 장면으로 끝맺어 결핍이 아닌 성장에 무게를 둔다. 보청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하려는 저자의 기획 의도와도 맞닿는 지점이다.

다음 권의 궤적은 저자가 예고한 시리즈 확장판 ‘마이클 잭슨의 춤추는 소리를 찾아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고 발췌에 따르면 토리 가족은 잠실 롯데타워 영화관을 찾아 어둡고 웅장한 공간에서 소리를 키워달라고 루루에게 용기 내어 말하는 장면을 이어간다. DDP라는 낮과 야외의 공간에서 영화관이라는 어둡고 밀폐된 공간으로 무대가 바뀌었을 때 토리가 같은 방식으로 용기를 낼 수 있을지가 다음 권의 관전 포인트다. 『귀를 쫑긋! DDP 소리 모험』은 지승주 지음, WIA Book 펴냄, 정가 15,000원, EPUB3·PDF 형식 전자책으로 서비스된다. 자세한 내용은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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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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