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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명작선-1] 실컷 울었으니, 돌아가는 길 어딘들 어떠랴

문창진 시인의 「귀로」

기사입력 기사번호 54614

 보도블록 위에 매미 한 마리가 누워 있다. 한철을 울어온 날개는 접혀 있고, 긴 더듬이도 바닥에 힘없이 내려앉았다. 여름의 끝자락, 생을 다한 매미의 모습이지만 문창진 시인은 이 장면에서 죽음보다 한 생을 다 살아낸 존재의 마지막 귀로를 읽어냈다.

 [코리안투데이]  문창진 시인의 「귀로」  © 장시백 기자

사진 속 매미는 갈라진 보도블록 틈에 놓여 있다. 시선에 따라서는 그 틈이 매미가 마지막으로 머문 자리이면서, 한 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처럼 보인다. 화려한 배경 없이 회색 보도블록과 작은 매미만 담긴 사진은 오히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시의 첫 구절은 “세상을 향해 / 실컷 울어보았다”이다. 매미에게 울음은 여름 한철을 살아가는 본능적인 행위지만, 시인은 그것을 단순한 울음으로 보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낸 흔적으로 받아들인다.

이어지는 “내 소명 다했으니”라는 구절에서 매미의 짧은 생은 인간의 삶으로 확장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과 역할이 있고, 그것을 다한 뒤에는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매미의 죽음은 비극적인 종말이라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한 뒤 맞는 자연스러운 귀환으로 의미가 바뀐다.

특히 마지막의 “돌아가는 길 / 어딘들 어떠랴”는 작품의 여운을 결정한다.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목적지를 묻지 않는 이 담담한 태도에는 죽음에 대한 체념보다는 한 생을 충분히 살아냈다는 홀가분함이 배어 있다.

제목 「귀로」 역시 사진과 시를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다. 흔히 귀로는 떠났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뜻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한 생을 마친 존재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품는다. 보도블록의 갈라진 틈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 작품의 미덕은 작은 생명 하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삶 전체에 대한 성찰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는 점이다. 사진은 죽은 매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시는 그 위에 ‘얼마나 울었는가’, ‘무엇을 다했는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디카시에서 사진과 문자는 서로의 빈자리를 채운다. 사진만 보았다면 길 위에 놓인 한 마리 매미의 죽음으로 지나쳤을 장면이, 시를 만나는 순간 한 생의 마지막 인사가 된다. 반대로 시의 문장만 읽었다면 다소 관념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소명’과 ‘귀로’의 의미가 사진 속 매미를 통해 구체적인 형상을 얻는다.

“실컷 울어보았다.”

이 한마디가 어쩌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다 내고, 할 일을 다한 뒤에는 어디로 돌아가든 괜찮다는 것. 문창진의 「귀로」는 길 위의 작은 죽음을 통해 오히려 잘 살아낸 삶의 마지막 모습을 조용히 보여주는 디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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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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