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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다 100년 전 오늘

[100년 전 오늘] 1926년 8월 7일 – 나흘째 못 찾은 두 사람, 축음기에서는

기사입력 기사번호 54508
1926년 8월 7일 토요일 · 오전판
🕙 10시 10분 – 시계가 미소 짓는 시간, 100년 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26년 8월 7일 토요일, 현해탄 수색은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결말은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서 먼저 났다. 부산과 시모노세키 두 곳의 수상경찰서가 더 이상 인력을 늘리지 않기로 하면서 수색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고, 그 대신 경성의 레코드 가게 진열장에는 마침내 정식으로 나온 음반 한 장이 걸렸다. ‘사의 찬미’. 노래를 남긴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그날의 경성

나흘째에도 수색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부산과 시모노세키 양쪽 수상경찰서가 새로운 인력 투입을 접으면서, 사실상 수색이 저물어 가는 분위기라고 신문은 전했다. 시신도 유서도 끝내 나오지 않은 채였다.

대신 이날 화제를 끈 것은 레코드 가게였다. 오사카 닛토레코드에서 취입해 두었던 ‘사의 찬미’가 정식으로 조선에 들어와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는 서양 곡조에 윤심덕이 직접 얹었다는 노랫말은, 정식으로 나오기도 전에 이미 유언처럼 읽히고 있었다. 축음기를 가진 집은 많지 않았지만, 가게 앞에 서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그저 듣고만 가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늘었다.

문단과 극단 쪽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우진과 함께 신극 운동을 하던 문인 몇몸이 그를 기리는 글을 신문사에 보내왔다. 며칠째 이어진 투서 논쟁이 죽음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머물렀다면, 이번 글들은 결이 달랐다. 조선 신극이 이른 재능 하나를 너무 일찍 잃었다는 안타까움이 먼저였다.

경성과 한반도

김우진의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도 이 소식은 남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그의 집안은 목포에서 손꼽히는 대지주로, 상성합명회사를 비롯한 여러 사업을 거느리고 있었다. 지역 유지의 장남이 처자식을 둔 채 현해탄에서 생을 등졌다는 소식은 목포는 물론 인근 지방 신문에까지 실려 퍼져 나갔다.

한편 총독부가 앞서 내놓은 12개년 산미증식계획을 둘러싼 논의도 잦아들지 않았다. 앞으로 열두 해에 걸쳐 3억 2천여만 원을 쏟아부어 쌀 생산을 늘리겠다는 이 계획을 두고, 늘어난 쌀 상당수가 결국 일본으로 실려 나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지방 곳곳에서 나왔다. 국상과 만세운동의 여진, 예술가들의 죽음, 쌀을 둘러싼 셈법까지 – 그해 여름 조선 사람들의 마음은 여러 갈래로 무거웠다.

그날의 세계

이날 영국 서리주 브루클랜즈 경주장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열기가 가득했다. 왕립자동차클럽이 처음 여는 브리티시 그랑프리에 아홉 대의 경주차가 나섰고, 프랑스의 루이 와그너와 로베르 세네샬이 모는 들라주가 4시간여의 레이스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배기열이 조종석 바닥을 달굴 만큼 뜨거운 여름 레이스였다고 전해진다.

같은 시각 도쿄 인근 하야마 별저에서는 다이쇼 천황의 병세가 여전히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낮게 전해졌고, 중국 남쪽에서는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혁명군이 우한을 향해 후난성을 가로질러 계속 북상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속도의 기록을 다투고, 누군가는 병상에서 시간을 견디고, 누군가는 전선을 넓혀 가던 여름이었다.

경성 24시

토요일 저녁 종로와 명동 일대 극장가는 여느 때보다 붐볐다. 조선극장과 단성사 앞에는 변사의 목소리를 들으러 온 인파가 줄을 섰고, 그 틈에서도 사람들의 대화는 자꾸 현해탄으로 돌아갔다. 레코드 가게마다 ‘사의 찬미’를 틀어 놓았는지, 골목을 걷다 보면 같은 왈츠 가락이 여러 집 문 앞에서 겹쳐 들려왔다.

요릿집에서는 기생들 사이에서 벌써 이 노래가 애창곡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신극 운동을 하던 젊은 문인 몇은 명동의 찻집에 모여 김우진을 추억했다고 한다. 화려한 불빛의 거리 반대편, 밤이 깊어갈수록 골목 곳곳에서는 같은 노래가 낮게 되풀이되고 있었다.

100년의 거울

100년이 지난 지금, 노래 한 곡이 퍼지는 데는 레코드 가게 앞에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손끝 하나로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곡을 들을 수 있다. 자동차 경주 역시 그해 여름 겨우 걸음마를 뗀 스포츠에서, 이제는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산업이 되었다. 그러나 유행이 퍼지는 속도만 달라졌을 뿐, 노래 하나에 한 사람의 생을 담아 듣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항목 1926년 2026년
유행가 확산 레코드 가게 앞 입소문과 축음기, 정식 발매까지 며칠씩 지연 스트리밍으로 발매 즉시 전 세계 동시 청취
자동차 경주 아홉 대가 나선 첫 브리티시 그랑프리, 걸음마 단계의 스포츠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글로벌 모터스포츠 산업
예술인의 죽음 보도 신문 투서로 공개 논쟁, 고인의 사생활까지 시비 자살예방 보도준칙에 따라 고인의 사생활을 보호

내일은 일요일, 그 주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돌아보는 날이다. 현해탄의 노래는 여전히 경성의 골목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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