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8월 6일 금요일, 현해탄 수색은 사흘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대신 신문지상에서는 또 다른 다툼이 시작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를 두고, 독자들이 앞다투어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날 지구 반대편 바다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파도와 씨름하며 전혀 다른 역사를 쓰고 있었다.

그날의 경성
동아일보 지면에는 사흘째 수색에도 김우진과 윤심덕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번엔 독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실렸다. 신문사는 두 사람의 죽음을 두고 “조선 청년 남녀가 한번 톡톡히 따져 볼 문제”라며 투서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 반응은 뜨겁다 못해 매서웠다.
“조선인에서 제명하라”는 제목을 단 한 투서는 두 사람을 가차없이 몰아붙였다. 글쓴이는 얼마 전 일본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난 가네코 후미코의 죽음과 나란히 놓았다. 가네코는 남편 박열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목숨을 건졌지만, 정작 지난달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았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여자와,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를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다른 독자는 정반대였다. 유학까지 다녀와 이름을 얻은 여자도, 아내가 있다는 이유로 사랑을 감춰야 했던 시절을 탓했다. 찬반이 갈린 논쟁은 지면 한 귀퉁이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계속 이어질 참이었다.

경성과 한반도
이 무렵 경성 거리의 레코드 가게에는 심상치 않은 손님이 늘고 있었다. 윤심덕이 세상을 뜨기 직전 오사카에서 녹음해 둔 노래, ‘사의 찬미’를 찾는 발걸음이었다.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는 서양 왈츠 가락에 삶의 덧없음을 얹은 이 노래는, 아직 정식으로 나오기도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니고 있었다.
같은 시기 조선총독부는 앞으로 열두 해에 걸쳐 3억 2천여만 원을 들여 쌀 생산을 늘리겠다는 새 계획을 내놓았다. 늘어난 쌀은 상당 부분 일본으로 실려 나갈 예정이었다. 임금을 잃고 거리의 젊은이들이 붙잡혀 가고 이제는 예술가 두 사람마저 사라진 여름, 조선 사람들의 살림은 나라의 계획과는 다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
바로 이날 새벽, 프랑스 그리네곶을 떠난 스무 살 미국 여성 거트루드 에덜리가 마침내 영국 땅을 밟았다. 열네 시간 서른네 분 동안 차가운 파도와 해파리떼를 뚫고 헤엄쳐, 여성 최초로 도버해협을 건넌 것이다. 그가 세운 기록은 그때까지 이 바다를 건넌 어떤 남자보다도 두 시간 가까이 빨랐다.
사흘 전 현해탄에서 한 여성이 스스로 생을 등졌던 바로 그 바다 건너편에서, 또 다른 여성은 바다와 맞서 싸워 이겼다. 같은 시각 중국 남쪽에서는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혁명군이 후난성을 가로질러 북으로 진격하고 있었고, 도쿄 인근 하야마 별저에서는 다이쇼 천황이 몇 해째 병상에 누운 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낮게 전해지고 있었다. 조선도 일본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죽음과 상실을 견디는 여름이었다.

경성 24시
금요일 저녁 종로 뒷골목 찻집에는 신문을 펼친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화제는 온통 하나, 신여성이라 불리던 여자들의 삶이었다. 유학을 다녀오고 무대에 서고 스스로 이름을 알린 여자들이 늘어나면서도, 정작 마음 가는 사람을 자유로이 만나는 일은 여전히 손가락질받기 일쑤였다.
같은 시각 경성운동장에서는 배재, 중앙, 휘문, 경신 네 학교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겨루는 야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방망이 소리와 함성이 울려 퍼지는 그 곁에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결국 현해탄으로 돌아가곤 했다. 거리마다 저물녘 등불이 하나둘 켜지는 동안,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왈츠 가락이 골목을 채웠다.

100년의 거울
100년이 지난 지금, 한 여성이 홀로 바다를 건너 세계 기록을 세우는 일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고르지 못해 목숨을 끊는 일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날 도버해협을 건넌 여자와, 현해탄에 몸을 던진 여자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누구는 바다에서 새 역사를 얻었고, 누구는 바다에서 생을 잃었다고.
| 항목 | 1926년 | 2026년 |
|---|---|---|
| 여성의 도전 | 여성의 장거리 수영·해외 유학은 극소수의 예외적 사건 | 여성 스포츠·전문직 진출이 당연한 일상 |
| 죽음을 다루는 언론 | 정사·자살을 선정적으로 대서특필, 투서로 시비 논쟁 | 자살예방 보도 준칙에 따라 신중하게 보도 |
| 사랑과 혼인 | 기혼자의 새 인연은 사회 전체가 나서 단죄 | 이혼과 재혼,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 |

내일도 경성의 신문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완전히 놓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논쟁은, 노래가 된 죽음과 함께 두고두고 이어지게 된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움직이는 코드는 스트림입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122초 비추면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