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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다 100년 전 오늘

[100년 전 오늘] 1926년 8월 3일 – 멕시코 성당엔 총성이, 경성 법원가엔 여전한 취조 열기

기사입력 기사번호 54179
1926년 8월 3일 화요일 · 오전판 · 🕙 10시 10분

1926년 8월 3일 화요일, 경성은 늦더위 속에 하루를 열었다. 순종 인산이 끝난 지 어느덧 두 달, 정동 언저리 법원 거리는 여전히 발걸음이 잦았다. 종로는 평소처럼 장사치들의 목소리로 채워졌지만, 그 사이사이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춰 소식을 주고받았다. 6월의 소란이 가라앉은 자리에, 조용하지만 팽팽한 긴장이 남아 있었다.

그날의 경성

두 달 전인 6월 10일, 순종의 인산일에 맞춰 제2의 만세운동을 일으키려던 계획이 거사 직전 발각되었다. 조선노농총동맹과 조선학생과학연구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투쟁위원회, 그리고 천도교 구파가 함께 준비한 일이었다. 권오설을 비롯한 조선공산당(화요파) 관계자 176명이 붙잡혀 갔고, 훗날 ‘2차 조선공산당 사건’이라 불리는 이 수사는 여름 내내 경성지방법원 예심계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조간에 실린 개별 기사까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 여름 법원 근처를 오가던 사람들에게 취조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총독부 경무국은 신문지법과 보안법을 촘촘히 들이대며 지면을 검열했고, 필화로 붙잡혀 가는 기자와 편집인의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거리에는 표 나지 않는 감시의 눈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 냈다.

경성과 한반도

경성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해 들어 전국에서 크고 작은 노동쟁의가 여든 건 넘게 일어나고 있었고, 앞서 목포 제유공들이 벌인 동맹파업의 여진은 다른 항구 도시로도 번지는 분위기였다. 갈라져 있던 사회주의 진영도 이 무렵 다시 뭉치는 움직임을 보였다. 도쿄에서 활동하던 일월회 계열 인사들이 레닌주의동맹 결성에 힘을 보태면서, 이른바 ‘ML파’라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조선공산당의 한 축이 검거로 무너진 자리에, 또 다른 결집이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던 셈이다. 상해에서는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이 일곱 해째 발행을 이어가며, 국내 소식을 해외 동포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

이날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는 총성이 울렸다. 정부가 성직자 활동을 옥죄는 법을 앞세워 전국 성당 문을 걸어 잠그자, 과달라하라의 과달루페 성모 성당에서는 무장한 신자 400여 명이 문을 걸어 잠근 채 연방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 충돌로 18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이른바 ‘크리스테로 전쟁’의 시작이었다. 같은 날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는 오전 11시 25분, 세계 최초의 자동 교통신호등이 불을 밝혔다. 교통경찰 옆에 나란히 선 낯선 기계는 도시의 속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바투르 화산이 터져 카랑아냐르 마을을 집어삼켰지만, 주민들은 다행히 미리 몸을 피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 정부가 허가받지 않은 행진과 집회를 아예 금지했다. 중국에서는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혁명군이 북벌을 이어 가며 군벌 손전방에게 귀순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경성 24시

화요일 아침, 정동의 경성지방법원 앞은 다른 요일보다 유독 발걸음이 잦았다. 변호인과 가족들이 문 앞을 서성였고, 방청을 나온 이들은 낮은 목소리로 안부를 나눴다. 한낮이 되면 종로 뒷골목 서점가에는 새로 들어온 잡지를 뒤적이는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본정통 카페에서는 축음기 음악이 흘러나왔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더위가 한풀 꺾였다. 극장 앞에는 저녁 공연을 기다리는 줄이 늘어섰고, 하루 일을 마친 이들이 삼삼오오 거리로 나섰다. 법과 질서가 팽팽히 당겨진 도시에서도, 사람들의 저녁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흘러갔다.

100년의 거울

100년이 흐른 지금, 법정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때는 치안유지법과 보안법이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옥죄는 도구였지만, 오늘날에는 헌법이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문화생활도 마찬가지다. 축음기 한 대가 귀했던 본정통 카페는, 손안의 화면으로 세계 어디의 음악이든 곧바로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자리를 내주었다.

항목 1926년 2026년
언론·결사 신문지법·보안법으로 사전 검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
재판 절차 예심 수개월, 비공개 취조 흔함 신속한 재판·공개 원칙
여가 음악 카페 축음기, 값비싼 사치 스트리밍으로 언제 어디서나

내일을 기다리며

내일 8월 4일에는 또 다른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아부다비에서는 통치자가 이복형제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로마에서는 북극 탐험을 마친 비행사를 향한 환호가 들려올 참이다. 경성의 더위도, 법원 앞의 발걸음도 내일 다시 이어진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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