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10월 11일, 일요일. 경성은 한 주의 소란을 잠시 내려놓은 듯 조용했다. 늦가을 바람이 완연해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했고, 정동과 종로 일대 교회에는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가 퍼졌다. 훈련원 옛터의 공사장만은 일요일에도 못질과 흙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 건너에서는 이날 하루에도 세상을 뒤흔들 소식이 잇따라 날아들었다.
그날의 경성
조선일보의 필화 재판은 이 일요일에도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었다. 두 달 전 사설 한 편으로 발행이 멈추고 갓 산 윤전기까지 압수당한 그 사건은, 신문지법과 치안유지법 두 갈래로 갈라져 법정에서 계속 다뤄지는 중이었다. 신문 없는 가판대 앞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다음 소식을 기다렸다.
지난여름 을축년 큰물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의 겨울나기 걱정도 가시지 않았다. 조선수해이재자구제회의 모금은 계속됐지만, 4만 명 넘는 이재민을 다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런 가운데 일요일의 경성에는 또 다른 풍경도 있었다. 이 무렵 조선의 장로교는 이천여 곳의 교회에 신자 십팔만여 명을, 감리교는 천여 곳에 오만칠천여 명을 두고 있었다 — 십 년 전과 견주면 몇 배로 불어난 규모였다. 3·1운동을 거치며 서양 종교로만 여겨지던 교회가 민족의 아픔에 함께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경성과 한반도
압록강 너머 만주에서는 사흘 뒤로 다가온 큰 모임을 앞두고 분주했다. 흩어진 무장 세력을 하나로 묶으려는 신민부가 10월 14일 첫 총회를 예고하고 있었고, 김좌진이 군사 책임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해 6월 총독부와 만주 군벌 사이에 맺어진 미쓰야협약 이후 국경을 넘나드는 단속이 더 매서워진 터라, 이 총회를 준비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국경 이쪽과 저쪽에서 조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무게의 일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
스위스 로카르노 호숫가에서는 담판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프랑스의 브리앙, 영국의 체임벌린, 독일의 슈트레제만은 독일의 군사적 지위와 국제연맹 가입 조건을 놓고 이날 사실상 합의에 다가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닷새 뒤인 10월 16일이면 이 담판은 로카르노 조약으로 마무리될 참이었다.
같은 날 중국 상하이 쪽에서는 포성이 멎지 않았다. 반봉전쟁에 나선 쑨촨팡의 군대가 상하이와 쑹장 일대를 손에 넣으며 강남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전황이 속속 들어왔다. 태평양 건너 미국 시카고에서는 연방수사국 요원 에드윈 섀너핸이 자동차 절도범을 검거하려다 총에 맞아 순직했다는 소식도 함께 실렸다 — 미 연방수사국 역사상 첫 순직 사례였다.

경성 24시
훈련원 옛터의 경성운동장 공사장은 일요일에도 쉬지 않았다. 나흘 뒤 개장을 앞두고 인부들은 트랙과 관중석 마무리에 매달렸고, 담장 너머로 구경하는 아이들의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정동과 종로 일대 교회에는 아침 일찍부터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예배가 끝난 오후에는 청년회 모임과 성경 공부로 하루가 채워졌다. 해거름이 되자 종로 서점가에는 다음 신문을 기다리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카페 창문마다 등불이 켜지며 늦가을 일요일 저녁이 저물어 갔다.
100년의 거울
| 1925년 10월 | 항목 | 2025년 |
|---|---|---|
| 개신교 약 3,200개 교회·24만 신자 | 종교 인구 | 개신교 신자 약 800만 명 추산 |
| 로카르노 담판장 밖에서 소식만 듣던 조선 | 국제무대 참여 | 대한민국, 유엔·G20 정회원으로 직접 참여 |
| 포성의 상하이, 재판 중인 경성 | 언론과 평화 |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동아시아 평화체제 |
백 년 전 오늘, 스위스에서는 평화를 다듬는 담판이 무르익고 상하이에서는 총성이 울렸다. 경성의 교회 종소리와 재판정의 침묵도 같은 하루 안에 있었다. 평화와 전쟁, 신앙과 검열이 한 지구 위에서 동시에 흘러간 일요일이었다.

내일, 1925년 10월 12일 월요일 — 다시 한 사람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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