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사회 복지 정책

‘마음 돌봄도 공공의 영역’…양천구, 심리상담소 ‘마음:온’으로 일상 속 정신건강 안전망 구축

- 문턱 낮춘 공공 심리상담…양천구민 누구나 이용 가능
- 우울·불안·스트레스·ADHD 등 전 연령 대상 맞춤형 심리지원 제공

기사입력 기사번호 46498

불안과 우울, 만성 스트레스는 더 이상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 차원의 질병이 아닌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공공 보건 의제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역시 고령화, 경쟁 중심 사회 구조, 팬데믹 이후의 후유증 등이 겹치며 일상적 정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치료 중심에서 예방·일상 회복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양천구가 공공 심리상담소 ‘마음:온’을 개소한 배경 역시 이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코리안투데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양천구는 지난달 보건소 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심리상담소 ‘마음:온(On)’을 개소하고, 구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심리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중심 구조를 넘어, 우울·불안·스트레스 등 일상적 정서 어려움을 겪는 주민까지 폭넓게 포용하는 ‘문턱 낮은 상담 공간’을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심리상담소 ‘마음:온’은 양천구 보건소 본관 2층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전문 상담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병원이나 치료기관 특유의 긴장감을 줄인 편안한 환경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상담실 내부는 안정적인 색감과 개방적인 구조를 적용해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했고, 초기 상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 절차 역시 간소화했다.

최근 정신건강 관련 통계는 이러한 공간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울감이나 불안 증상을 경험했지만 전문 치료를 받지 않은 비율은 여전히 높다. 비용 부담, 낙인 우려, 병원 방문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음:온’은 이러한 장벽을 낮추기 위해 치료 이전 단계에서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예방 중심 모델을 채택했다.

상담 대상은 전 연령층이다. 성인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보호자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주요 상담 분야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대인관계 문제, 정서 조절 어려움 등 일상적 심리 문제부터 ADHD 고위험군 아동·청소년을 위한 종합심리검사까지 다양하다. 특히 ADHD 관련 상담은 아동 개인에 국한하지 않고 보호자 상담과 집단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가정 내 양육 부담 완화까지 고려했다.

이러한 접근은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가족·지역사회가 함께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실제로 ADHD, 불안장애 등은 조기 개입 여부에 따라 학습 적응과 사회성 발달에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공공 차원의 예방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마음:온’ 운영은 기존 양천구 정신건강 정책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양천구는 이미 보건소 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만성 정신장애인을 위한 사례관리, 주간 재활프로그램, 가족지원 서비스, 자조모임 등을 운영해 왔다. 연간 약 9,200여 회에 달하는 회복 지원 프로그램은 지역 내 정신건강 안전망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 왔다.

이번 심리상담소 개소는 그 체계를 한 단계 확장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중증 질환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 단계에서 개입하는 구조를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절감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최근 국내외 지방정부들이 주목하는 ‘커뮤니티 기반 정신건강 모델’과도 맥을 같이한다.

정신건강을 공공 서비스로 접근하는 방식은 도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안정적인 정서 상태는 노동 생산성, 학습 능력, 사회적 관계 형성 등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주민이 일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현대 지방행정의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양천구는 향후 ‘마음:온’을 거점으로 상담 서비스의 질적 고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상담 데이터 축적을 통한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생애주기별 심리지원 연계, 학교·복지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단발성 상담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심리지원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심리상담소 ‘마음:온’ 개소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구민 누구나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의 문턱을 낮췄다”며 “앞으로도 마음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보듬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시의 온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양천구의 이번 시도는 ‘몸이 아플 때만 병원을 찾는 사회’에서 ‘마음이 힘들 때도 공공이 먼저 손을 내미는 사회’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상의 작은 불안을 놓치지 않는 행정, 그 축적이 결국 지역의 신뢰와 회복력을 키우는 기반이 될 것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변아롱 기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