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기습 폭설과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보행자 낙상 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도로 위 안전은 단순히 눈을 치우는 문제를 넘어 도시의 대응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양천구가 겨울철 재난 대응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제설대책을 가동하며 주목받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점포 앞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11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제설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4개월간 ‘제설대책본부’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단순한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대비와 예측 중심의 제설 전략이 핵심이다. 기습 폭설과 결빙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기술·주민 참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구는 강설량과 기상 상황에 따라 3단계 비상근무 체계를 운영한다. 단계별로 13개 실무반과 동 제설대책본부가 연계돼 약 70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제설 대상 구간은 총 411km로, 주요 간선도로 138km와 골목길·이면도로 등 생활도로 273km를 포함한다. 차량 중심 제설에서 벗어나 보행 안전까지 아우르는 범위다.
이번 겨울 양천구 제설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초동 대응 강화’다. 눈이 쌓인 뒤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눈이 내리기 전과 내리는 순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이를 위해 제설 인력 1,573명과 제설 장비 279대를 확보했고, 염화칼슘과 소금 등 제설 자재 3,229톤을 사전에 비축했다. 강설 예보 시 즉시 투입 가능한 체계를 갖췄다.
기술적 대응도 눈에 띈다. 양천구는 도로 결빙 취약 구간을 중심으로 도로 열선 설치를 확대했다. 기존 18곳에서 29곳으로 늘어나면서, 상습 결빙 구간의 사고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AI 기반 결빙사고 사전 예방 시스템을 기존 1개소에서 9개소로 확대 도입했다. 기온, 습도, 노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결빙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장비 보강도 이뤄졌다. 보도와 이면도로 제설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핸디형 보도 제설기 10대를 새로 도입했고, 노후 제설 차량은 전면 교체했다. 지하철역 주변과 버스정류장, 학교 통학로처럼 통행량이 많은 구간은 우선 제설 대상지로 지정해 집중 관리한다.
공원과 자전거도로, 주차장, 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역시 관리 대상이다. 구는 탑승형 제설 장비와 자동 염수 분사 장치(고정식 8대, 이동식 100대)를 활용해 신속한 제설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출퇴근 시간대와 주말 이용객이 많은 시설에서도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제설대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주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양천구는 ‘내 집 앞·내 점포 앞 눈 치우기 캠페인’을 적극 추진한다.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결합했다. 공동주택 단지가 주변 보도와 이면도로 제설에 참여할 경우, ‘공동주택 지원사업’ 선정 시 최대 5%의 가점을 부여한다. 주민 참여가 곧 혜택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인증샷 공모전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병행해, 제설을 의무가 아닌 공동체 활동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행정이 모든 눈을 치우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도시를 지켜낸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양천구의 제설대책이 단순한 겨울철 안전 관리 차원을 넘어, 도시 운영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AI와 자동화 장비를 활용한 예측형 대응, 보행자 중심의 제설 우선순위 설정, 주민 참여 인센티브까지 결합된 구조는 중소 자치구에서 보기 드문 종합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양천구는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폭설과 이상 한파가 잦아지는 현실을 고려해, 제설을 일회성 대응이 아닌 연중 관리 체계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겨울 제설대책은 그 연장선에서 마련된 것이다.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전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예기치 못한 강설에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장비, 자재, 인력을 철저히 준비했다”며 “행정의 준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민들도 내 집 앞과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에 함께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눈이 내리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대비 없는 도시는 위험해진다. 양천구의 이번 제설대책은 ‘눈이 오면 움직이는 도시’가 아니라 ‘눈이 오기 전에 준비된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기술과 행정, 그리고 주민 참여가 맞물릴 때 겨울은 재난이 아닌 일상이 된다. 이번 겨울, 양천구가 보여줄 제설 대응은 도시 안전의 새로운 기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