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문손잡이 하나, 어두운 전등 하나가 일상의 안전과 존엄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 거창한 개발이 아닌,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변화가 주거복지의 핵심이라는 인식 속에 양천구가 새로운 방식의 주거복지 모델을 본격 가동했다. 주민이 배우고 익힌 기술로 이웃의 집을 고치는 ‘양천구 집수리봉사단’이 그 주인공이다.
![]() [코리안투데이] 주거취약가구 전등 교체 중인 양천구 집수리 봉사단(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주거취약계층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재능기부를 기반으로 한 ‘집수리봉사단’을 구성하고, 맞춤형 집수리 지원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단순 지원이나 일회성 보조를 넘어, 지역 안에서 기술을 나누고 삶을 연결하는 생활밀착형 주거복지 실험이 시작된 셈이다.
이번에 출범한 ‘제1기 양천구 집수리봉사단’은 실내건축(집수리) 기술자 심화과정, 도배기능사, 목재교육전문가, 공간정리수납전문가 등 양천구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수료한 주민 기술자 8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단순한 봉사 인력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현장 대응 능력을 갖춘 생활기술 인력이라는 점에서 기존 자원봉사와 차별화된다.
봉사단은 지난 7월 발대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으며, 사전 현장조사와 대상 가구 선정 과정을 거쳐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집수리 활동에 돌입했다. 지원 대상은 양천구 내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가운데 주거환경이 특히 열악한 장애인가정, 홀몸어르신, 다문화가정 등 총 60가구다. 봉사단은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각 가정을 방문해 필요한 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집수리 봉사단의 활동은 생활과 직결된 소규모 수리에 집중된다. 문손잡이와 경첩 교체, 싱크대와 세면대 수리, 전등·스위치·콘센트 교체, 방충망 보수, 기본적인 정리수납까지, 일상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비용과 인력 문제로 방치되기 쉬운 부분들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전기·문틀·손잡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점검해 실질적인 생활 안전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봉사단 가운데 한 개 조는 ‘도배 전담조’로 구성돼 낡고 훼손된 벽지를 교체하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수행한다. 노후 주택의 경우 벽지 상태만 개선돼도 실내 환경과 체감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어르신 가구를 중심으로 도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도배 지원을 받은 강명자(77) 어르신은 “집이 오래돼 벽지가 다 뜯어지고 색도 변해 있었는데, 새 벽지로 바뀌니 집 안 공기가 달라진 것 같다”며 “깨끗해진 벽을 볼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삶의 안정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다.
봉사에 참여한 주민들의 보람도 크다. 집수리봉사단 자원봉사자인 양한진(57) 씨는 “내가 가진 기술로 이웃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그게 진짜 보람”이라며 “작은 손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기술이 곧 나눔이 되고, 배움이 다시 공동체로 환원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이번 집수리봉사단의 기반이 된 ‘실내건축(집수리) 기술자 양성교육’은 양천구가 올해 처음 도입한 특화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다. 단열, 전기, 기본 설비 등 노후주택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으로 구성됐으며, 단순 취미 과정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 습득을 목표로 했다.
양천구는 이 교육을 통해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 연계와 자원봉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교육을 받은 주민이 다시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참여하면서, 행정 주도의 복지가 아닌 주민 참여형 복지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지속 가능한 주거복지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재정 투입 중심의 지원은 한계가 있는 반면, 지역 내 인적 자원을 활용한 기술 나눔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고 공동체 회복에도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생활 안전 취약계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규모 집수리 지원은 예방적 복지 수단으로서 의미가 크다.
양천구는 향후 집수리봉사단 운영 결과를 분석해 참여 인원과 지원 가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단기 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기반 주거복지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추가 교육 과정 개설과 봉사단 전문성 강화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주민의 손으로 이웃의 집을 고치는 이번 봉사활동이 실질적인 주거복지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따뜻한 나눔 문화를 확산해 모두가 행복한 주거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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