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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126] 말이 먼저 건넌 물

기사입력 기사번호 59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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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6] 말이 먼저 건넌 물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26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26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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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許都)의 벽에 열 장의 쪽지가 한 줄로 걸린 그 해 가을, 시선을 남쪽으로 옮긴다.

같은 해 어느 가을 저녁, 양양(襄陽)의 서쪽 단계(檀溪)의 물이 달빛 아래에서 검게 빛나고 있었다. 물의 깊이는 어른 키의 두 배가 넘는다 하였다. 폭은 세 장(丈) 가까이 되었다. 양쪽 기슭의 진흙이 말의 네 발을 삼키기에 충분한 두께로 쌓여 있었다. 물가의 갈대가 바람을 받아 크게 휘었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더 크게 휘었다.

자사부(刺史府) 서원(西園)의 연회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이어졌다. 유비(劉備)는 말석의 짧은 다리 의자에 앉아, 이미 대여섯 번째의 잔을 넘기고 있었다. 옆방의 관우(關羽)와 장비(張飛)는 아직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회의 여섯 번째 잔이 돌 무렵, 종사(從事) 이적(伊籍)이 슬쩍 뒤뜰로 걸어나갔다. 잠시 뒤 유비도 “측간에 다녀오겠소” 하며 자리를 떴다. 뒤뜰의 우물가에서 이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황숙(皇叔). 오늘 밤이 가기 전에, 양양의 서쪽 문을 나서시옵소서. 채모(蔡瑁)가 동·남·북 세 문의 밖에 이미 군사를 두었습니다. 서문 쪽만은 — 단계라는 시내가 가로막고 있어 군사가 없습니다.”

유비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물었다.

“시내는 건널 수 있는 자리이옵니까.”

“아닙니다. 다만 — 황숙의 말 적로(的盧)가 건넌다면 —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늘의 일이옵니다.”

유비는 고개를 숙였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일곱 번째 잔이 돌았다. 유비는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로 그 잔을 받았다.

서원의 연회가 한창 어지러워진 순간, 유비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뒷문을 지나, 양양의 어두운 골목을 돌아 서쪽 문 아래의 작은 마구간에 닿았다. 적로가 이미 깨어 있었다. 이마의 흰 자락이 달빛 아래에서 조금 반짝였다. 적로는 여섯 해 전 형주에 들어온 이래로 계속 유비의 곁에 있었던 말이었다. 형주의 소문은 이 말을 “주인을 해하는 말”로 불렀다. 유비는 그 소문을 알고도 이 말을 버리지 않았다.

유비는 안장 위에 올랐다. 적로는 주인의 체중을 받는 그 순간 두 귀를 쭈뼛 세웠다. 서문이 조용히 열렸다. 이적이 문지기에게 미리 말을 해 둔 덕분이었다. 문이 등 뒤에서 닫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울리자마자, 성 안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쏟아졌다. 채모의 부하들이었다.

옆방의 관우와 장비가 이미 각자의 칼을 허리에 차고 일어섰지만, 유비의 작은 손짓이 그 저녁 동안의 두 아우의 역할을 정해 둔 뒤였다. 형님이 서쪽 문을 나선 뒤의 한 호흡의 시간을, 두 사람의 몸으로 벌어 주는 것. 장비가 먼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이고, 취했다.” 관우가 차가운 얼굴로 채모의 부하 앞에 조용히 길을 가로막았다.

삼국지 365 Day 126 중간 일러스트

서문 밖의 좁은 길 위를 적로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렸다.

서쪽 길의 끝에, 단계의 한 줄기 물이 가로놓여 있었다. 유비가 고삐를 당겼다. 적로가 기슭 앞에서 크게 코를 울렸다. 뒤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세 필, 네 필, 다섯 필. 채모의 순라였다. 식은땀이 유비의 뒤통수 위로 흘렀다.

유비는 적로의 목을 크게 두드렸다.

“적로야. 오늘까지 소문은 너를 주인을 해하는 말이라 하였다. 오늘 네가 그 소문을 엎어 주겠느냐.”

적로의 두 귀가 다시 쭈뼛 섰다. 유비가 고삐를 꽉 쥐고 옆구리를 발꿈치로 크게 찼다. 적로가 기슭 앞에서 꿇었다가, 그 다음 순간에 네 다리를 한꺼번에 허공으로 뻗었다.

공중에서, 적로의 네 다리가 길게 뻗었다.

이마의 흰 자락이 달빛에 더 크게 반짝였다. 시내의 검은 물이 그 아래에서 잠시 멈춘 듯 흐르지 않았다. 유비의 두 눈이 저편 기슭의 소나무 한 그루를 향했다. 그 소나무의 잎 한 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적로의 네 발이 건너편 기슭의 흙 위에 한꺼번에 내려앉았다. 흙이 크게 파였다. 앞발 두 개가 무릎까지 박혔다. 그러나 적로는 비틀거리며 두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뒷발이 따라 올라왔다. 네 발이 기슭 위에 모두 올라섰다.

뒤편에서 채모의 다섯 부하가 말을 세우고 서 있었다. 다섯 명의 입이 모두 벌어져 있었다. 누구도 그 시내를 뛰어넘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사람이 중얼거렸다. “사람이 죽어 나오는 자리를 — 말 한 필이 건넜다.”

건너편 기슭의 소나무 뒤쪽 어둠 속에서, 유비는 한참 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다. 적로가 낮게 코를 울렸다. 그 울음이 시내 반대편의 말발굽 소리를 덮어 주었다.

여섯 해 동안 주인을 해한다 소문 난 말이, 오늘 밤 처음으로 주인의 목숨을 살렸다. 이마의 흰 자락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말이 먼저 건넌 물 반대편에, 주인이 아직 그의 호흡을 다 거두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앉아 있는 자세가 조금 흔들렸지만, 주인의 안쪽 어딘가에서는 한 가지 결의가 이미 단단해지고 있었다. 오늘의 목숨을 살려 준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말의 일이었다. 그 빚을 어떻게 갚을지 — 그 문장은 내일의 문장이었다.

오늘 밤의 문장은 이 한 줄이었다. 말이 먼저 건넌 물이, 한 사내의 세 걸음의 첫 예감을 건너편 기슭에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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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26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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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남들이 “해가 된다”고 오래 말해 온 존재가, 어느 하룻밤 정작 자기를 살려 주는 존재가 되는 때가 — 당신 곁에도 혹시 찾아오셨을까요. 이마의 흰 자락은, 버리라던 이들의 말 아래에서가 아니라, 곁에 두고 한 번 더 손을 얹어 준 이의 손 아래에서 자기의 진짜 결을 찾지요. 오늘 당신 곁에도, 남들이 비웃어도 곁에 두신 한 사람이 있으신지요. 그 사람의 이마의 흰 자락이 언제 당신을 살리실지는, 아직 당신도 모르시옵니다.

📅 내일 Day 127: 문 밖의 거문고

“단계를 건넌 적로가 서남쪽 산길로 올라가 한 작은 초당 앞에 멈추었다. 사립문이 열려 있었고, 문 안쪽에서 맑은 거문고의 한 가락이 이미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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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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