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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122] 두 아들의 창

기사입력 기사번호 58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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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2] 두 아들의 창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22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22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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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성(鄴城)의 저녁이 지난 뒤, 이듬해 봄이 왔다.

건안 8년(서기 203년) 3월, 기주(冀州)의 남쪽 평원(平原)에서 두 진영의 창끝이 처음으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원담(袁譚)의 창은 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원상(袁尙)의 창은 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 진영 사이의 거리는 이십 리가 채 되지 않았다.

원담의 군세는 청주(靑州)의 병력을 기본으로 하여, 지난 겨울 동안 새로 모은 병사가 절반이었다. 말은 날랬으나, 갑옷이 얇았다. 원상의 군세는 업성의 정예였다. 장료(張遼)의 군단과 자주 싸워 본 부대의 후예가 많았다. 갑옷은 두꺼웠다. 다만 — 병사들의 얼굴 가운데에, “우리는 왜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과 창을 맞대는가”라는 물음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봉기(逢紀)는 원담의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원담을 위해 한 장의 격문(檄文)을 미리 써 두었다. 격문의 첫 줄은 이러했다.

“맏이를 가볍게 여기는 집안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 한 줄은 단단했다. 원담이 읽고, 다시 읽었다. 두 번째 읽을 때 그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러고는 말 위에 올라탔다. 오늘 아침의 원담은, 스물아홉의 성난 맏이였다.

심배(審配)는 원상의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원상을 위해 한 장의 조서(詔)를 준비해 두었다. 그 조서의 첫 줄은 오히려 부드러웠다.

“형제의 다툼은 천하의 근심이다.”

그 한 줄도 단단했다. 다만 단단함의 방향이 달랐다. 원담의 격문은 바깥을 향해 단단했고, 원상의 조서는 안쪽을 향해 단단했다. 두 사람의 창끝이 그 두 단단함을 각기 닮아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원담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오른편에 있던 부장 신평(辛評)이 선봉을 맡았다. 신평은 키가 작았지만 말을 타면 한 마리의 들짐승 같았다. 원상의 진영 왼편으로 오백 기가 먼저 치달려 들어갔다. 그 뒤를 원담 자신이 이천 기로 따라 들어갔다.

원상의 진영에서 장수 여광(呂曠)과 여상(呂翔) 형제가 먼저 나섰다. 이 두 사람은 원래 원소의 휘하였고, 훗날 Book 4 Day 117에서 유비의 단복(單福) 앞에서 패전할 장수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다섯 해 뒤의 운명이 아직 그들의 얼굴 위에 쓰이지 않았다. 오늘은, 원소의 아들 원상을 위해 원소의 또 다른 아들 원담과 창을 맞대는 날일 뿐이었다.

삼국지 365 Day 122 중간 일러스트

한 시진(時辰)이 지나는 사이에, 두 진영의 선봉이 몇 번이나 부딪혔다가 흩어지기를 되풀이했다. 들판의 흙이 붉게 젖었다. 봉기와 심배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원담이 말 위에서 오른쪽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신평의 창이 잘못 튕겨 들어온 화살 하나에 원담의 갑옷 틈새가 열린 것이었다. 피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피가, 오늘의 원담에게 오후의 전체를 멈춰 세우는 색깔이 되었다.

후퇴 명령이 떨어진 뒤, 원담의 진영은 이십 리 북쪽으로 물러섰다. 원상의 진영도 그날 저녁에는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다. 두 형제는 서로를 완전히 꺾을 힘도, 완전히 놓아 줄 마음도 없었다.

그 밤, 원담의 막사 안쪽에서 봉기가 조용히 한 마디를 했다.

“주공. 남쪽의 조조(曹操)에게 — 서신을 보내 두는 것은 어떠실지요.”

원담의 옆구리 붕대가 땀에 젖어 있었다. 그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다.

“조조에게 도움을 청하자는 말이냐.”

“지원을 청한다기보다, 우리 집안의 문을 조조 쪽으로 — 잠시 열어 두는 것이옵니다.”

원담은 한참을 봉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의 그에게, 가장 가까운 적은 남쪽의 조조가 아니라 이십 리 남쪽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적과 싸우기 위해서라면, 조금 더 먼 적과 문을 열어 두는 것도 — 오늘 저녁의 그에게는 가능한 계산이었다.

같은 밤, 원상의 막사 안쪽에서도 심배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주공. 원담이 조조에게 손을 내밀지 모릅니다.”

“심배. 내밀면 어찌하는가.”

“내미시는 편이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조조의 손을 쥔 맏이는, 하늘의 의로움 쪽에서 한 결 더 멀어지는 자리이옵니다.”

원상은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은 스물넷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차가웠다. 달빛이 그의 수염 없는 얼굴 위에 가늘게 떨어지고 있었다. 두 형제의 두 막사 안쪽에서, 같은 밤에 같은 이름이 조용히 올라오고 있었다.

조조.

그 이름은 남쪽의 신야(新野)에서 이미 두 해 전부터 작은 지도 위의 한 점 옆에 “慢起”로 적혀 있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이제, 북쪽의 두 형제의 두 막사 안쪽에서도 조용히 불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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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22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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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가장 가까운 적과 싸우기 위해 조금 더 먼 적에게 문을 열어 두는 일이, 때로는 가장 가까운 적을 영영 잃는 대신 조금 더 먼 적에게 삼켜지는 일이 되기도 하옵니다. 오늘 저녁 당신 곁에서 가장 가까운 다툼의 상대는 누구이신지요. 그 상대를 꺾기 위해 열어 두는 문 하나가, 혹시 당신 자신의 집 문 전체를 대신 열어 버리는 자리가 되지는 않을지, 들여다보시는 저녁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부상의 순간에 가장 또렷해 보이는 계산이, 나중에 가장 많이 피를 흘리게 하는 계산이 되기도 하지요. 상처는 급함의 말로 속삭이고, 잠들지 못한 밤의 귀 안쪽에서는 장기적 결과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밤일수록, 급함을 먼저 소리내어 이름 지어 두시고, 붕대가 마른 아침에야 결정을 내리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 내일 Day 123: 북으로 가는 겨울

“원담이 조조에게 문을 열어 둔 그 이듬해 겨울, 조조의 행렬이 북쪽 기주를 향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원상의 업성 성벽이 그 행렬의 먼 시야 안에서 조용히 기울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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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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