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0] 한 사람이 있다는 말 (Book 4 「다 버린 밤」 피날레)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대나무 숲 너머의 모임으로부터 꼭 한 달이 지난 어느 오후였다.
신야(新野)의 작은 시장에 장이 서는 날이었다. 유비(劉備)는 오늘 오랜만에 혼자 시장으로 나갔다. 장비(張飛)는 오전에 사냥을 갔고, 관우(關羽)는 책을 읽는 방에 들어앉아 있었다. 유비는 짚신 한 켤레를 팔러 시장으로 나간다고 했다. 정말로 짚신 한 켤레가 그의 왼손에 들려 있었다.
스물여덟에 어머니와 함께 짜서 팔던 바로 그 형태였다. 마흔일곱의 유비가 오늘 오후 자기 손으로 다시 엮은 것이었다. 손놀림이 예전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켤레 분의 짚은 단단하게 엮여 있었다.
시장 모퉁이에 쌀장수 한 사람이 있었다. 신야에 온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채모(蔡瑁)가 양양(襄陽)에서 파견한 감시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그 쌀장수는 장사가 서툴렀다. 쌀보다 소문이 많은 사람이었다.
유비가 짚신을 들고 지나가는데, 그 쌀장수가 마침 옆의 국밥집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유비가 막 옆을 지나칠 때 한 문장이 또렷이 그의 귀로 들어왔다.
“남쪽에 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오. 이름은 아직 말할 때가 아니라 하오. 그러나, 그 사람을 찾은 이는 다른 사람을 세 번 더 찾을 필요가 없다 하오.”
유비의 발걸음이 아주 짧게 멈추었다. 오래 멈추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만 그 문장은 그의 걸음 뒤를 한 걸음쯤 떨어져 따라오기 시작했다.
짚신을 산 사람은 장터 반대쪽의 노파였다. 노파는 유비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짚신 한 켤레에 소소한 동전 몇 닢을 받고, 유비는 그 자리를 떠났다. 동전 몇 닢의 값어치가 그의 왼손 안쪽에서 묵직하게 느껴졌다.
마흔일곱의 유비가 오늘, 열아홉 해 만에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짜서 판 짚신 한 켤레의 값을 쥐고 있었다.
그 값은 가벼웠다. 그러나 가벼움 안쪽에는 열아홉 해의 무게가 조용히 접혀 있었다. 스물여덟에 한 문장을 삼킨 뒤, 마흔일곱의 오늘, 그는 처음으로 자기 두 손으로 짚신 한 켤레의 값을 다시 받아 본 사내가 되었다.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의 북쪽 골목에서, 유비는 같은 문장을 한 번 더 들었다. 이번에는 어린아이의 입에서였다.
아이가 옆의 또 다른 아이에게 말하고 있었다.
“형이 그러는데, 남쪽에 한 사람이 있대. 이름은 아직 모른대. 그 사람만 찾으면 다른 사람 더 안 찾아도 된대.”
어린아이들의 입에서 그 문장이 나왔다는 것이 오히려 유비의 마음에 가장 크게 와 박혔다. 아이들의 입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이 문장이 어른들의 비밀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 문장의 임자가 누구인지 형주의 거의 모두가 이미 짐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비는 그 두 아이 앞에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한 마디를 건넸다.
“얘들아. 그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 가면 여쭈어 볼 수 있느냐.”
한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아이가 반 장난처럼 대답했다.
“아저씨, 이름은 아무도 안 가르쳐 준대요. 다만 양양 남쪽으로 가 보세요. 대나무 숲 너머에 초당이 있대요.”
그 대답이 유비의 오늘 오후의 가장 큰 지도가 되었다.
관아로 돌아온 유비는 그날 저녁 일찍 관우와 장비를 방으로 불렀다. 등잔불 아래에서 세 형제가 마주 앉았다.
유비가 오늘 시장에서 들은 두 번의 문장을 두 아우에게 그대로 전했다. 관우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장비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어린아이들의 입에서까지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천천히 눈을 크게 떴다.
“형님. 그 사람을 찾아가 보아야겠지요.”
장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익덕. 다만 오늘 당장은 아닐세. 내년 봄이면 조조의 남정이 시작될 것이야. 그 전에 세 번을 찾아갈 시간이 우리에게 있어야 하네. 첫 걸음은 한 달 뒤, 두 번째 걸음은 그 세 달 뒤, 세 번째 걸음은 그보다 더 뒤가 되겠지.”
“세 번이라니요.”
“그 사람의 문은, 한 번 찾아가는 걸음으로는 열리지 아니할 것이야. 두 번으로도 아직 아닐지 몰라. 세 번째 걸음에서 비로소 그 사람이 우리를 맞아 주실 것이야.”
관우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장비는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끄덕였다.
그 밤, 유비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혼자 앉았다.
오늘 판 짚신 한 켤레의 값, 동전 몇 닢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어제 관우가 써 놓고 간 네 글자, 髀肉復生, 의 종이가 그대로 있었다. 유비는 동전 몇 닢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붓을 잡았다.
종이의 아래쪽 여백에 작은 다섯 글자를 적었다.
有人在南方.
(남쪽에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다섯 글자 옆에 더 작은 세 글자를 덧썼다.
三顧(삼고, 세 번을 찾아가다).
서쪽 창 너머의 밤하늘에 별이 많았다. 오소(烏巢)의 첫 새벽부터 오늘 저녁 신야의 시장까지, 서른 날의 긴 밤이 각자의 자리에 단단히 앉았다. 큰 별 하나가 떨어지고, 작은 별 하나가 반 해를 더 빛났다가 지고, 마흔일곱의 사내가 열아홉 해 만에 처음으로 짚신 한 켤레의 값을 받았다.
내일부터 Book 5 「세 번째 문」이 시작된다. 그 첫 자락은, 세 번째 걸음에서 한 사람의 문이 처음으로 조용히 열리는 저녁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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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그 자신의 이름이 세상의 입에서 크게 불리지 않는 스무 해의 긴 밤, 그 밤의 어느 시장에서, 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으시는 저녁이 당신께도 혹시 찾아오셨을까요. 그 말을 처음 들으셨을 때 당신의 걸음은 짧게 멈추셨을 것이옵니다. 오래 멈추지는 않으시고, 다시 걸으셨을 것이옵니다. 다만 그 문장이 당신의 걸음 한 걸음쯤 뒤를 조용히 따라오기 시작했겠지요. 오늘 당신 곁에도, 한 걸음 뒤를 조용히 따라오는 문장이 혹시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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