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WIA 삼국지 365

[Day 116] 의자의 가장자리

기사입력 기사번호 58208
🏯

[Day 116] 의자의 가장자리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16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16 헤더 일러스트
🔴 지금 24/7 라이브로 삼국지 365 전편 보기 →

양양(襄陽)에서 온 초대장이 신야(新野)의 관아에 닿은 것은, 유비(劉備)가 마흔일곱의 새벽을 열던 사흘 뒤였다.

초대장은 정중했다. 형주 자사 유표(劉表)가 신년의 자리를 마련해, 형주의 여러 태수·명사·장수와 함께 유비를 모시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글씨는 유표의 친필이었다. 종이도 좋은 것이었다. 봉투의 귀퉁이에는 “荊州牧 劉景升” 여섯 글자가 단정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데 초대장 안쪽에 접혀 있던 자리표(座次表)가 달랐다. 맨 윗줄에는 유표 본인. 두 번째 줄에는 후처 채씨(蔡氏)의 동생 채모(蔡瑁). 세 번째 줄에는 형주의 태수들. 네 번째 줄에는 수군의 도독과 참모들. 다섯 번째 줄은 이름이 빼곡했다. 그 다섯 번째 줄의 맨 밑에서 두 번째 자리에, 붓끝으로 얕게 그어 내려간 이름이 있었다.

新野 劉備.

장비(張飛)가 먼저 그 자리표를 보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형님. 이건 사람을 부르는 자리가 아니올시다. 사람을 밟고 싶다는 자리입니다.”

장비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방 안의 공기를 흔들었다. 관우(關羽)는 자리표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유비의 이름 위를 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비는 자리표를 접고 조용히 말했다.

“익덕(翼德). 사람을 부르는 자리가 꼭 상석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세. 말석에도, 말석의 까닭이 있지.”

“까닭이 무엇입니까.”

“말석은, 맨 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가장 오래 기억되는 자리이기도 하네.”

장비가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우는 조용히 웃었다. 유비는 초대장을 받아 들고, 직접 회신을 쓰기 위해 붓을 잡았다.

나흘 뒤 정오, 유비 세 형제가 양양에 도착했다. 연회는 양양 자사부(刺史府) 안쪽의 큰 대청(大廳)에서 열렸다.

들어서는 문에서부터 유비는 자리표의 차례대로 안내를 받았다. 맨 앞의 유표, 그 옆의 채모, 세 번째 줄의 태수들, 네 번째 줄의 수군, 다섯 번째 줄의 관리들을 모두 지나친 뒤, 문 쪽의 맨 끝자리가 유비에게 주어졌다. 의자(椅子) 하나가 벽에 거의 붙어 놓여 있었다. 의자의 한쪽 다리가 다른 세 다리보다 조금 짧았다.

유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의자에 앉았다. 짧은 다리 쪽으로 체중을 덜 싣기 위해 몸을 살짝 왼쪽으로 기울였다. 관우와 장비는 문 바깥의 회랑에서, 각자 한 걸음 떨어져 서 있도록 지시를 받았다.

채모가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얇은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는 오래 지워지지 않았다.

삼국지 365 Day 116 중간 일러스트

연회가 시작되었다. 술잔이 돌았다.

유표가 먼저 유비를 불렀다. 늙은 목소리였다. 기침이 끼어들었지만, 눈에는 아직 옛 자사의 체면이 남아 있었다.

“현덕(玄德). 자리가 조금 멀구나. 이리 가까이 오게.”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이 기울면서 의자의 짧은 다리가 작게 흔들렸다.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었지만, 옆의 태수 하나가 그 소리를 알아채고 눈을 들어 보았다.

유비는 그 시선을 무시했다. 천천히 걸어 유표 앞까지 나아갔다.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리고 잔을 한 잔 받은 뒤, 말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다시 앉았다.

채모가 그 순간 짧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크지 않았다. 다만, 유비에게만 들릴 만큼은 되는 소리였다.

연회의 중반쯤, 유표가 일어서서 남쪽 창가로 가 오래 기침을 했다. 기침이 길어졌고, 결국 유표는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내당(內堂)으로 들어갔다.

자사가 빠진 자리에서, 채모의 얼굴이 조금 앞으로 나왔다.

“신야의 황숙(皇叔)께. 오늘 연회에서 가장 먼 자리에 앉으셨으니, 이 자사부의 가장 먼 곳에서 본 형주(荊州)의 풍경을, 한 수(首) 읊어 주시지요.”

그의 목소리에는 예의가 섞여 있었다. 예의 안쪽에는,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의 짧은 다리가 다시 작게 기울었다. 그러나 유비의 몸은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허리를 바르게 펴고, 그 자리에서 오래 형주의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짧게 한 마디를 했다.

“말석에서 본 형주의 풍경은, 상석에서 본 풍경보다, 한 자락 더 넓사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내어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리옵니다.”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의 뒤에, 대청 안쪽이 잠시 말을 잃었다. 채모의 얇은 미소가 그때 얼어붙었다.

연회가 끝난 뒤, 유비는 세 형제와 함께 자사부를 나왔다. 양양의 저녁 바람이 그들의 등 뒤를 지나갔다.

관우가 말 위에서 조용히 물었다.

“형님. 말석에서 본 풍경이, 정말로, 상석의 풍경보다 넓었습니까.”

유비는 먼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웃었다.

“운장. 풍경은 같았네. 다만, 말석에 앉은 사람의 마음이, 상석에 앉은 사람의 마음보다 조금 더 넓어야, 그 자리를 견뎌 낼 수 있더군.”

장비는 말 위에서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혼자 주먹을 꽉 쥐었다.

신야로 돌아가는 길 위의 서쪽 하늘에, 겨울의 별들이 이미 조금씩 자리를 고르고 있었다. 유비의 짧은 다리의 의자는 양양의 대청 끝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그 의자 위에서 오늘 받아 앉은 사내의 마음은, 이미 남쪽 길 위의 말고삐 안쪽으로 함께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

삼국지 365 Day 116 마무리 일러스트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의자에 앉았을 때, 다리 네 개 중 하나가 조금 짧다는 것을 느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 짧은 다리의 의자 위에서, 몸을 살짝 기울여 앉을 줄 아는 사람이, 오히려 연회의 가장 먼 자리에서 가장 가깝게 보이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요. 말석의 의자 한 쪽 다리가 짧은 것은, 그 의자를 준 이의 작은 시험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자리에도, 다리 하나가 조금 짧은 의자가 혹시 있으신지요.

📅 내일 Day 117: 다시 자란 살(髀肉復生)

“양양에서 돌아온 며칠 뒤, 유비가 화장실에서 자기의 허벅지 안쪽을 내려다보고, 오래 말이 없었다. 말을 타지 않은 세월이, 그의 허벅지 안쪽에 조용히 그의 살을 다시 길러 놓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 스트림 코드 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40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연삼흠 평역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