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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명작선-13] 오늘이라는 원 안에서

김우영 시인의 「순환」

기사입력 기사번호 57632

전철은 멈추지 않습니다. 한 역을 지나면 또 다른 역이 오고, 창밖의 풍경도 계속 달라집니다. 분명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우영 시인은 그 움직임 속에서 이상한 정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 [코리안투데이] 김우영 시인의 「순환」  © 장시백 기자

“역은 자꾸 바뀌는데

사람들은 아직

오늘 안을 돌고 있다”

첫 행의 “역은 자꾸 바뀌는데”는 아주 평범한 사실처럼 보입니다. 전철을 타면 역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사람들은 아직”이라는 말에서 시선이 전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옵니다.

역은 바뀌고 있습니다. 전철도 앞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하루도 정말 앞으로 가고 있을까요.

아침이면 어딘가로 향하고, 저녁이면 다시 돌아옵니다. 하루가 끝난 것 같지만 다음 날이면 또 비슷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많은 곳을 지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오늘’이라는 둥근 궤도 안에서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마지막 행이 오래 남습니다.

“오늘 안을 돌고 있다”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고 말했다면 뜻은 쉽게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오늘 안을 돈다’고 했습니다. 하루를 하나의 공간처럼 만들어 그 안을 사람들이 돌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움직이고 있는데 제자리이고, 앞으로 가고 있는데 다시 돌아오는 삶의 모습이 이 짧은 문장 안에 들어 있습니다.

사진도 이 시를 든든하게 받쳐 줍니다. 길게 뻗은 철로 위로 전철이 달려옵니다. 전철은 다음 역을 향하고 있지만 철로는 정해진 길을 따라 다시 이어집니다. ‘이동’과 ‘반복’이 한 장면에 함께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목은 「순환」입니다.

전철의 운행도 순환하고, 우리의 하루도 순환합니다. 역은 계속 달라지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오늘을 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문득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늘이라는 원 안을 또 한 바퀴 돌고 있는 것일까.

짧은 세 줄인데, 출근길 전철 한 대가 어느새 우리의 하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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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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