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오래전부터 둘러싸고 있던 ‘독 속의 게’ 현상—
서로를 끌어내리고, 같은 업종부터 깎아 내리고,
경쟁자를 넘어서 공동체 전체를 스스로 침몰시키는 구조적 습성.
풍자처럼 보이지만, 지금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재현되는 모습들이다.
이 글은 우리가 다시 공생의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19. 독 속의 게 – 우리가 서로를 끌어내릴 때? © 지승주 기자 |
한국인의 특성을 풍자하는 표현 가운데
오래도록 입에 오르내린 말이 하나 있습니다.
‘독 속의 게.’
독에 게를 가득 넣어두면 위로 오르려는 게가 나타날 때마다
아래에 있는 게가 그것을 물어 끌어내립니다.
결과적으로는 단 한 마리도 독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게들은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협력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서로를 끌어내리는 데 온 힘을 썼습니다.
이 풍자는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의 단점을 지적할 때 자주 사용되어 왔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끌어내려야 내가 올라간다고 믿는 사회적 분위기—
이것이 ‘독 속의 게’의 본질입니다.
국가·민족 간 비교에서 드러나는 차이
옛날 해외 교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중국인이 하나 공항에 내려오면,
이미 자리 잡은 중국인 열 명이 달려가 가게를 내줄 때까지 도와준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오면, 이번에는 열한 명이 돕는다.”
공생의 문화입니다.
‘네가 잘 되어야 나도 잘 된다’는 기초적인 공동체 사고방식이지요.
반면 한국인의 이야기는 정반대로 퍼졌습니다.
“한국인이 하나 이민 오면
열 명이 달려들어 벗겨 먹는다.
다음 사람이 오면 열한 명이 달려간다.”
물론 과장이고 풍자입니다.
하지만 풍자가 오래 이어지는 이유는
그 안에 일정 부분 ‘씁쓸한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회
영국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
성공한 사람에게 다가가 배우고, 그에게 투자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우리는 익숙하게 한 속담을 떠올립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즉, 가까운 사람의 성공이 나의 실패처럼 느껴지는 정서가 뿌리 깊습니다.
이 마음이 개인의 관계를 흔들고,
사업을 흔들고,
사회 구조 전체를 흔듭니다.
경쟁을 넘어 파괴로 흐르는 세태
몇 년 전 경기도의 한 제과점에서 빵 속에서 쥐가 나왔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가게는 위기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경쟁 제과점 주인이 벌인 자작극이었습니다.
수원 어느 대학 앞에서는
대형 PC방 두 곳이 서로 고객을 뺏기 위해
‘너 죽고 나 죽자’ 식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쪽은 “요금 500원!”
다른 쪽은 “300원!”
그러다 결국 외쳤습니다.
“너 죽을 때까지 PC방 요금 무료!”
결국 두 곳 모두 적자,
그리고 주변 상권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도 무너지는
전형적인 공멸의 경쟁이었습니다.
싸우는 사이, 진짜 위기가 온다
무더운 여름날, 사자와 멧돼지가 샘터에서 만났습니다.
둘은 먼저 물을 먹겠다고 격렬하게 싸웠습니다.
그러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보니
멀리서 독수리떼가 둘 중 먼저 죽는 쪽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둘은 깨달았습니다.
“독수리 밥이 되느니,
서로 친구가 되는 편이 낫겠다.”
현실의 국제정세는 더욱 냉혹합니다.
이솝우화처럼 깨닫고 멈추기에는
현실의 경쟁과 갈등은 너무 빠르고 너무 위험합니다.
우리는 서로 싸우느라
정작 외부의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역사는 이미 경고했다
우리 민족은
내부 분열로 국운이 흔들릴 때마다
외세의 침탈을 받아 왔습니다.
조선 말,
우리는 서로의 당파를 끌어내리느라
나라 전체가 쇠락했습니다.
이념 갈등, 정치적 분열,
지역 감정과 업종 간 싸움…
오늘의 모습은
그때와 무엇이 다릅니까?
우리는 지금도
독 속에서 도망치려는 게를 물어 끌어내리는 것처럼
서로를 향해 발목을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단 하나의 능력
바로 공생 능력,
함께 살아남는 지혜입니다.
우리는 경쟁의 나라, 성취의 나라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을 넘어 협력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남을 끌어내리는 사회는
결국 전체가 가라앉는 사회입니다.
남을 밀어 올려 주는 사회는
결국 모두가 올라가는 사회입니다.
누군가가 잘되면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
나의 성공 이상으로 이웃의 성공을 축복할 수 있는 마음—
이것이 한국 사회가 다음 단계로 가는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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