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더 이상 계절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한파는 짧고 강해졌고, 폭설은 예측이 어려워졌으며, 난방기 사용 증가로 화재 위험까지 동반한다. 지방정부의 겨울 대응력은 곧 주민의 일상 안전과 직결된다. 서울 서남권의 대표 주거지 양천구가 한파·폭설·화재·감염병을 아우르는 ‘겨울철 종합대책’을 가동하며 재난 대응의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지난 겨울 제설대책 추진 현장을 찾아 점검하는 이기재 양천구청장 |
양천구는 2025년 11월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종합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한파·제설·안전·생활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통합 대응체계를 운영한다. 단기 대응이 아닌 상시 대비에 초점을 둔 구조다. 기온 급변과 기습 강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올겨울을 고려해 상황실 중심의 즉각 대응, 자동화 설비 확대, 취약계층 보호를 동시에 추진한다.
한파 대응의 핵심은 ‘사람 중심’이다. 양천구는 5개 반 45명으로 구성된 한파종합지원상황실을 운영하며,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 조치에 나선다. 특히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구립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 78곳을 한파쉼터로 운영한다. 여기에 방문간호사와 재난도우미 1,050명이 참여하는 ‘방문 건강 돌봄’ 체계를 가동해 건강 상태를 상시 관리한다. 단순 대피 공간 제공을 넘어 일상 속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생활 밀착형 시설 확충도 눈에 띈다. 버스정류소 온열의자는 기존 134개소에서 198개소로 늘었고, 온기충전소는 45개소에서 70개소로 확대됐다. 출퇴근길과 이동 동선에서 체감되는 한파 부담을 줄이는 조치로, 보행자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고려한 정책이다.
폭설 대응에서는 ‘속도’와 ‘자동화’가 관건이다. 양천구는 총 411km에 이르는 제설구간을 대상으로 279대의 제설장비와 1,573명의 인력, 제설제 3,229톤을 사전 확보했다. 제설대책본부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며 강설 단계별로 즉각 투입한다. 특히 주요 간선도로뿐 아니라 골목길과 이면도로까지 포함한 생활도로 제설에 무게를 둔 점이 특징이다.
올해는 제설 인프라의 질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도로열선 설치 구간을 18곳에서 29곳으로 확대해 상습 결빙 구간의 위험을 줄였고, AI 기반 결빙사고 사전예방 시스템을 9곳에 도입했다. 기온과 노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인력 중심 제설의 한계를 보완한다. 이는 사고 예방을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 차단’으로 전환한 사례다.
겨울철 화재 예방 역시 중요한 축이다. 난방기구 사용 증가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를 고려해 전통시장, 다중이용시설, 사회복지시설, 건축공사장 등 화재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소방 점검을 강화한다. 전기·가스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계절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안전 관리다.
생활 안전과 보건 대응도 병행된다. 수도 동파, 도로 파손, 제설 민원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동별 상황반과 현장 기동반을 운영하고, 독감 예방접종 지원 대상 확대와 함께 급성감염병 대응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다. 월동모기 유충 집중 방역까지 포함해 겨울철 감염병 관리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양천구의 겨울철 종합대책은 개별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재난을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하는 통합 전략에 가깝다. 한파 속 건강 관리, 폭설 속 이동 안전, 화재 예방, 감염병 차단까지 연결된 구조다. 자동화 설비 확대와 인력 운영의 균형, 취약계층 보호와 생활 편의 증진을 동시에 고려한 점도 특징이다.
겨울 재난은 언제든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보다, 얼마나 미리 준비했느냐다. 양천구의 이번 대책은 ‘사고 이후의 행정’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행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겨울 양천구가 구축한 촘촘한 대응망은 단지 한 시즌을 넘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재난 대응의 표준을 생활 속으로 끌어내린 실험에 가깝다. 한파와 폭설, 화재와 감염병이 겹치는 복합 위기 속에서, 지역 행정이 어디까지 준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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