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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정숙

[디지털치유론] 잠 못 이루던 그녀가 받아든 것은 알약이 아니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3761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강남의 한 세미나실. 초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자리에 열댓 명의 회원들이 둘러앉아 있었습니다. 창밖으로는 매미 소리가 요란했고, 실내는 에어컨 바람에도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했습니다. 그날 주제는 ‘디지털 헬스 앱, 정말 믿어도 될까’였습니다.

한 회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습니다. 몇 달째 밤잠을 설쳐온 그는, 병원에서 알약 대신 앱 하나를 권유받았다고 했습니다.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화면 보고 숨쉬기 하는 건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주쯤 지나자 잠드는 시간이 조금씩 당겨졌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세미나실 여기저기서 “어, 저도 그거 써봤는데” 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그 풍경을 보며 몇 해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오랜 불면으로 지쳐 있던 한 40대 여성이, 알약도 주사도 아닌 스마트폰 앱을 통해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잠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작은 사각형 화면이 누군가의 밤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날 세미나실의 공기를 새삼 다르게 느끼게 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이런 소프트웨어를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라 부릅니다. 마침 이번 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지털의료제품의 허가와 관리 방식을 새로 정비하는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예고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가 더 이상 낯선 실험이 아니라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시장 규모를 보면 그 속도가 더 실감 납니다.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100억 달러에 가까웠고,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의 대여섯 배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비슷해 보여도 다른 세 얼굴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 ‘디지털 치료제’, 그리고 제가 이 지면에서 다루려는 ‘디지털 치유’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는 건강과 관련된 모든 디지털 기술을 아우르는 가장 넓은 우산입니다. 걸음 수를 세는 손목시계도, 원격으로 상담을 잇는 화상 프로그램도 여기에 속합니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훨씬 좁고 엄격합니다. 근거를 갖춘 연구로 효과를 확인받고, 규제 기관의 허가를 거쳐야 비로소 그 이름을 얻습니다.

제가 이 칼럼에서 풀어가고자 하는 ‘디지털 치유’는 이 둘 사이 어딘가,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근거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몸의 한 가지 증상만을 좇지 않고, 마음과 관계와 일상 전체를 함께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세미나실에서 만난 그 회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지 ‘더 빨리 잠드는 방법’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왜 잠들지 못하게 되었는지, 낮 동안의 긴장과 관계의 피로가 밤까지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눈이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묻는 질문

자연치유를 오래 공부하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온 저에게, 이 흐름은 위협이라기보다 반가운 동행처럼 느껴집니다. 그동안 전인적 접근이 가진 약점 중 하나는 ‘그래서 도움이 된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물음에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데이터를 꾸준히 남기고 변화를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도구들이 이제는 그 답을 거들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날 세미나가 끝나갈 무렵, 한 회원이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그런데 앱만 보고 있으면, 사람은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거 아닐까요?” 정확한 질문이었습니다. 화면 너머의 데이터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곁에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손길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술을 어디까지 들이고 어디서부터는 사람의 자리로 남겨둘지, 그 균형을 찾는 일이 앞으로 이 지면에서 계속 짚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그날 세미나실을 나서며 저는 수첩에 짧게 적었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질문은 언제나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이 질문을 붙들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 이 칼럼은 송정숙 협회장의 저서 「디지털치유론 Level I」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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