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오늘은 제가 최근 회원분들과 워크숍에서 나눈 이야기, 그리고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11에 담긴 인간중심디자인(Human-Centered Design, HCD) 이야기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좋은 도구를 만드는 것과, 그 도구가 실제로 누군가의 하루에 스며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저는 협회 활동을 하며 몸으로 배웠습니다.
몇 달 전 KIHA 정기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예순을 갓 넘긴 회원 한 분이 자가돌봄 앱을 몇 번 써보다 결국 지웠다고 하셨어요. “글씨가 너무 작고, 하라는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숙제 같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이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중심디자인(Human-Centered Design, HCD)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사용자의 필요, 능력, 한계를 설계 과정의 중심에 두는 접근법입니다.
이 문장을 세미나 자리에서 그대로 읽어드렸더니,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은 도구라도, 그것을 쓸 사람의 눈높이와 생활 리듬을 먼저 헤아리지 않으면 결국 서랍 속에 묻히고 만다는 걸 다들 경험으로 알고 계셨던 거죠.


제가 KIHA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디지털 도구는 누군가를 대신 판단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의 균형을 스스로 찾아가는 여정에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잠을 깊이 들기 어려운 시기를 겪는 분들에게 저희가 권해드리는 건 대단한 처방이 아닙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 대신 호흡 기록을 남기는 습관, 하루 중 딱 5분 몸의 긴장을 알아차리는 루틴처럼, 작고 꾸준한 자가 돌봄 실천을 함께 설계해드리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그런 작은 반복이 왜 중요한지를 설계 이론으로 정확히 짚어줍니다.
반복적 설계(Iterative Design)는 설계 → 테스트 → 피드백 → 개선의 사이클을 여러 번 반복하는 접근법입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며 KIHA 활동 자체가 하나의 반복적 설계 과정이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통합치유 워크숍도 처음부터 완성형으로 시작한 적이 없습니다. 회원분들의 반응을 보고, 어떤 순서가 편안한지, 어떤 표현이 부담스러운지 매번 조금씩 고쳐왔습니다. 어떤 분은 “명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부감을 느끼셨고, 저희는 그 표현을 “몸과 마음 정돈 시간”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참여율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지켜봤습니다. 설계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사람을 직접 만나며 배운 셈이죠.

제가 KIHA 협회장으로 일하며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디지털 도구와 전통적인 통합치유 접근, 둘 중 뭐가 더 중요한가요?” 저는 늘 이렇게 답합니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해주는 관계라고요. 손끝으로 기록하는 호흡 일지도, 스마트폰 속 자가돌봄 앱도, 결국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 사람이 자기 몸과 마음의 신호를 스스로 알아차리게 돕는 것. 도구가 화려할수록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현장에서 매번 확인합니다.
세대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습니다. 요즘 저희 협회에 문의하시는 분들의 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습니다. 20대 후반 회원분들은 앱 기반 자가돌봄 루틴에 익숙하지만, 60대 이상 회원분들은 여전히 손으로 적는 기록장을 더 편안해하십니다. 한쪽 방식을 강요하는 순간 그 사람은 통합치유의 문턱에서 돌아섭니다. 그래서 저희는 같은 자가돌봄 프로그램이라도 앱 버전과 종이 버전을 함께 준비합니다. K-치유가 세계로 나아가려면, 오히려 이렇게 세대와 취향의 결을 세심히 헤아리는 능력이 브랜드의 진짜 경쟁력이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쓰고 계신 자가돌봄 앱이나 습관 기록 도구가, 정말 여러분의 하루 리듬에 맞게 설계되어 있나요? 혹시 그 도구가 오히려 숙제처럼 느껴지고 있진 않으신가요? 저는 이 질문에서부터 진짜 통합치유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도구를 바꾸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의 생활 리듬을 들여다보는 것. KIHA는 그 작은 알아차림에서부터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11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인간중심디자인의 구체적인 설계 단계와 반복적 개선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에서 더 깊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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