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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다 100년 전 오늘

[100년 전 오늘] 1925년 10월 7일 – 로카르노 회의 사흘째, 조선일보는 정간 29일째

기사입력 기사번호 53885

1925년 10월 7일, 수요일. 경성 거리에 늦가을 바람이 스며들었다. 스위스 로카르노에서는 유럽 각국 대표들이 사흘째 마주 앉아 평화조약을 다듬고 있었고, 총독부 청사에서는 국세조사 집계표가 하루하루 두꺼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이날로 정간 스물아홉째 날을 맞았다.

그날의 경성

지난 10월 1일 자정을 기준으로 실시된 간이국세조사 결과가 이 무렵 속속 발표되고 있었다. 조선 전체 인구는 1,952만여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근대적 방식으로 전 지역을 한날한시에 헤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면마다 조사원이 나가 집집을 돌았고, 그 숫자가 하루하루 신문 지면을 채웠다.

경성 거리에는 조선일보를 찾다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의 아쉬움이 여전했다. 지난 9월 8일, 총독부는 ‘조선과 러시아의 정치적 관계’를 다룬 사설을 문제 삼아 조선일보에 무기 발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편집인 김동성과 발행인 김형원은 신문지법 위반으로, 논설을 쓴 신일용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각각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이날로 정간은 스물아홉째 날에 접어들었지만, 신문이 언제 다시 나올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난여름 네 차례나 몰아친 폭우와 태풍으로 무너진 다리와 둑도 아직 다 고쳐지지 않았다. 을축년 대홍수로 육백 명 넘게 목숨을 잃었던 그 상처가, 두 달이 지난 이때까지도 경성 곳곳에 남아 있었다.

경성과 한반도

국세조사는 경성만의 일이 아니었다. 남쪽 농촌에서도, 북쪽 국경 마을에서도 조사원들이 집집을 돌며 사람 수를 헤아렸다. 조선 팔도 전체가 같은 날 같은 시각을 기준으로 처음 셈해진 셈이었다.

두만강 건너 북만주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유시참변으로 흩어졌던 독립군 세력들이 다시 뭉치려는 준비가 이 무렵 진행되고 있었다. 김좌진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열흘 남짓 뒤로 다가온 정기총회를 앞두고 조직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국경 이쪽과 저쪽에서, 조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대를 견디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

같은 날 지구 반대편, 스위스 로카르노 호숫가에서는 영국의 체임벌린, 프랑스의 브리앙, 독일의 슈트레제만이 사흘째 마주 앉아 있었다. 큰 전쟁이 끝난 지 7년, 이들은 독일과 이웃 나라들의 국경을 서로 보장하는 조약을 논의하는 중이었다. 회의는 이달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소식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피츠버그의 한 야구장에서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려 4만 명 넘는 관중이 몰렸다. 그런데 바로 이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투수 크리스티 매튜슨이 세상을 떠났다. 야구팬들에게는 기쁨과 슬픔이 겹친 하루였다.

경성 24시

이 무렵 경성의 학생들은 여느 가을처럼 등하교 길을 오갔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골목을 지나 학교로 향했고, 서점가에는 새 학기 교재를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감옥 안에서는 또 다른 청년이 자신의 시대와 마주하고 있었다. 대역죄로 기소되어 독방에 갇힌 박열은 이달 들어 예심 관련 문서와 사진을 지인에게 맡기며, 훗날 자신의 뜻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시장 골목에서는 가을걷이한 곡식을 이고 진 사람들이 오갔고, 저물녘이면 하루 벌이를 마친 이들이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100년의 거울

100년 전 조선의 학교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보통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자체가 드물었고, 조선어와 일본어를 함께 배워야 했다. 오늘날에는 의무교육이 당연하지만, 그때는 학교 문턱을 넘는 일 자체가 특별했다.

구분 1925년 2025년
취학 보통학교 취학률 저조 의무교육 보편화
교육 언어 조선어·일본어 병행 한국어 중심, 다언어 선택 가능
식생활 쌀 중심, 흉년 시 큰 타격 다양한 먹거리, 유통망 발달

백 년이라는 시간은 교실 풍경과 밥상 풍경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국세조사 집계는 계속되고, 조선일보의 침묵도 계속되고 있었다. 로카르노의 대화도, 경성의 하루도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갔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또 다른 하루의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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