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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요정 루루와 걷는 성내천, 소리를 다시 배우는 아이

기사입력 기사번호 53965

송파구 성내천 산책로를 무대로, 난청이 있는 다섯 살 소년이 소리의 세계와 새롭게 만나는 그림책이 출간됐다. 지승주 작가가 쓰고 그린 ‘성내천의 소리 선물’은 보청기 요정 루루를 통해 물소리와 새소리, 사람의 목소리가 어떻게 마음을 잇는지 그린다. 성장 그림책이면서 동시에 장애 이해교육 그림책이라는 두 겹의 정체성을 지닌다.

국내 아동 그림책 시장에서 장애와 감각 다양성을 소재로 삼은 작품은 꾸준히 늘어왔다. 시각장애를 다룬 촉각 그림책,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시선을 담은 이야기에 이어 청각장애와 보청기 적응 과정을 정면으로 다룬 창작물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해외 그림책 시장에서도 청각장애 아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수화나 자막 요소를 다룬 사례가 대부분이고, 보청기 착용 과정 자체를 서사의 중심에 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이 책은 보청기를 처음 낀 아이가 겪는 낯섦과 적응의 시간을 요정 캐릭터라는 친숙한 장치로 풀어내면서, 듣는 방식이 다른 아이도 자연의 언어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 지승주는 2009년부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하며 보청기 현장에서 아이들과 가족을 만나온 인물이다. 필명 TOTOJI로 활동하며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과 위아 언론인협회장을 맡고 있고, 보건 의료 분야 칼럼니스트로도 글을 써왔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 한국AI작가협회 이사 등 여러 직함을 갖고 있으며,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에서 학업도 병행 중이다. 앞서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를 펴내며 청각과 보청기를 소재로 한 글쓰기를 이어왔고, 이번 책은 그 연장선에서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화 형식으로 옮긴 결과물이다.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연 뒤 ‘안녕? 나의 소리 요정 루루’, ‘성내천 산책길의 비밀’, ‘친구들이 들려주는 노래’, ‘소리로 맺어진 마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선물’ 등 다섯 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 토리가 엄마 엘라, 요정 루루와 함께 성내천을 걸으며 물소리와 새소리, 오리소리를 하나씩 만나는 구조다. 각 장은 두세 개 장면으로 나뉘어 짧은 호흡으로 읽히고, 말미에는 작가의 말을 실어 창작 배경을 덧붙였다. 실제 지명인 송파구 성내천을 무대로 삼은 점도 눈에 띄는데, 특정한 동네 산책로가 곧 이야기의 배경이 되면서 독자가 자기 동네의 소리를 떠올려보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일차 독자는 보청기를 새로 착용했거나 청각에 어려움을 겪는 유아와 아동이다. 동시에 또래 친구가 보청기를 낀 모습을 처음 보는 아이, 가정에서 장애 이해교육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부모에게도 맞춤한 구성이다. 미리보기에서 토리는 “난청이 있어 세상이 조금 고요해요”라는 문장으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곧이어 “루루가 함께라면 다르죠”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엄마 엘라가 “물이 돌이랑 인사하려고 흐르는 거야, 토리야 귀를 기울여봐”라고 건네는 대목은 소리를 언어가 아닌 관계로 풀어내는 이 책의 화법을 보여준다.

원고 발췌에는 “작은 소리가 들려오면, 세상은 더 따뜻해져요”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한 줄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를 요약한다. 화려한 사건 대신 산책이라는 일상의 동선을 따라가며, 듣는 방식이 다른 아이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음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저자가 ‘소리의 선물’ 이후 이어온 청각 소재 저작들과 이 그림책을 나란히 놓고 보면, 성인 대상 정보서에서 아동 대상 서사로 화자만 바뀌었을 뿐 관심의 축은 그대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보청기 착용 초기의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그 곁을 지키는 존재로 요정을 배치한 점도 다른 장애 이해교육 콘텐츠와 결이 다르다.

다음으로 살펴볼 지점은 작가의 말에 담긴 창작 동기와, 이 그림책이 실제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 장애 이해교육 자료로 어떻게 쓰이는지다. ‘성내천의 소리 선물’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11일 펴냈다. 구매와 상세 정보는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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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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