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낀 소년 토리가 파주 삼릉 숲에서 새소리 한 조각을 되찾는 순간, 그림책 《토리와 소리요정 루루의 숲속 음악회》는 소리를 듣는다는 일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되짚는다. 소리요정 루루가 귀 옆에서 볼륨을 조금씩 키워줄 때마다 조용하던 숲이 참새와 딱따구리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장면은, 난청 아동을 키우는 가정만이 아니라 소리를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독자에게 말을 건다.
장애 이해를 다루는 그림책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이다. 시각·청각·발달 등 저마다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만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보편적인 성장담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제 아동도서 시장에서도 청각 다양성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 꾸준히 소개되며, 보청기나 수어 같은 소재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로 다루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토리와 소리요정 루루의 숲속 음악회》 역시 보청기를 쓴 아이의 하루를 결핍이 아니라 발견의 여정으로 풀어내며 이 흐름에 합류한다.

저자 지승주는 필명 ‘토토지’로 활동하는 소리 치유사이자 동화 작가다.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 대표로 오랫동안 청각 재활 현장을 지켜왔고, 위아 언론인협회장과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을 겸하며 칼럼니스트로도 글을 써왔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 한국AI작가협회 이사로도 활동하며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에 재학 중이다.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 등 소리와 청각 건강, AI 글쓰기를 넘나드는 저술을 이어온 그가 이번에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내려와 첫 그림동화를 내놓았다. 공저자 JIAN이 함께했다.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연 뒤 5부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1부 ‘설레는 소풍의 시작’에서 토리와 엄마 엘리, 아빠 네오, 소리요정 루루가 파주 삼릉 숲으로 떠나고, 2부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에서 유난히 조용한 숲의 이유를 좇는다. 3부 ‘숲속 친구들의 노래’에서는 참새와 딱따구리를 비롯한 숲속 친구들의 소리를 하나씩 만나고, 4부 ‘온 세상이 음악회처럼’에서는 그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연주가 된다. 5부 ‘따뜻한 소리를 품고 잠든 밤’으로 하루가 마무리되며, 말미에 작가의 말과 판권지를 붙였다.
수채화풍 삽화로 채운 이 책은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부모와 나란히 읽기 좋게 짜였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아동과 그 가족에게는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비춰볼 이야기가 되고, 그렇지 않은 가정에는 소리의 다양성을 처음 마주하는 창구가 된다. 학교나 기관에서 장애 이해 교육 자료로 활용할 여지도 있으며, 가족 소풍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함께 길러준다. 등장인물소개에서 미리 만나는 엘리, 네오, 루루의 관계도는 첫 페이지부터 낯선 이름에 헤매지 않도록 돕는 장치이기도 하다.
미리보기에는 루루가 토리 귀 옆에서 속삭이는 장면이 나온다. ‘루루야, 오늘 파주 삼릉 숲속으로 소풍 간대! 준비됐어?’ 토리가 귀를 쫑긋하며 신나게 외치자 루루는 ‘당연하지, 토리야! 멋진 소리들을 다 찾아줄게, 얍!’ 하고 답한다. 초록 나무가 가득한 숲길에 도착한 토리가 ‘어라? 아빠, 엄마, 숲속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새들이 다 잠들었나 봐요’라며 갸웃거리는 대목, 그리고 루루가 윙크하며 ‘걱정 마! 내가 소리 마법 볼륨을 요리조리 키워볼게!’라고 속삭이는 장면은 소리를 잃는다는 것과 다시 찾는다는 것 사이의 거리를 어린이의 언어로 압축해 보여준다.
이야기가 끝난 뒤 남는 질문은 하나다. 참새와 딱따구리 다음에 루루가 찾아줄 소리는 무엇일지, 그리고 이 소리 찾기가 다음 권으로 이어질지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온 저자의 이력을 보면 이번 그림동화도 단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토리와 소리요정 루루의 숲속 음악회》는 지승주·JIAN 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12일 선보였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삽화와 목차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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