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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어린이가 소리를 발견하는 이야기, 익산 정원에서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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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난청 어린이 토리는 이 책에서 ‘못 듣는 아이’가 아니라 ‘남들이 지나치는 소리를 먼저 찾아내는 아이’로 그려진다. WIA Book이 7월 15일 펴낸 《아가페 정원의 소리 비밀번호》는 이 관점의 전환에서 출발하는 그림책이다. 익산 황등 아가페 정원을 배경으로 토리와 귀 옆의 소리요정 루루가 바람과 새, 개구리가 들려주는 소리를 하나씩 찾아나선다. 아빠 네오, 엄마 엘라와 함께 걷는 정원 산책이 곧 소리를 되찾아가는 모험으로 바뀐다.

장애를 소재로 한 그림책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나왔지만, 상당수가 설명 위주의 교육 자료 형태에 머물렀다. 인물의 어려움을 나열하고 주변인의 배려를 강조하는 구성이 반복되면서, 정작 당사자 어린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품은 드물었다. 해외에서도 최근 감각의 차이를 결핍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세계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다루는 그림책이 하나둘 나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아가페 정원의 소리 비밀번호》는 난청을 설명 대상이 아니라 모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토리가 듣는 소리, 놓치는 소리, 다시 찾아내는 소리가 곧 이야기의 뼈대가 된다. 청각 재활 현장에서 축적한 저자의 경험이 서사 구조 자체에 스며든 셈이다.

저자 지승주는 필명 ‘토도지’로 활동하며 보청기와 청각 재활 분야에서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다.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 대표를 맡아 난청 어린이와 보호자를 가까이서 상담해왔고, 위아 언론인협회장과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 칼럼니스트도 겸하고 있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한국AI작가협회 이사 등으로도 활동하며 글쓰기와 AI 활용을 접목한 저술도 병행해왔다. 앞서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을 펴냈고, 보청기 적응과 생애주기별 청각 케어를 다룬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로 청각 관련 정보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이력이 있다.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에서, 성인 독자 대상 정보서를 어린이 눈높이의 동화로 옮긴 결과물이다.

목차는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에 이어 총 5장으로 이어진다. 1장 ‘설레는 출발과 정원의 문’에서 토리 가족이 아가페 정원에 들어서고, 2장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찾은 소리’에서 첫 소리를 만난다. 3장 ‘비밀의 화원과 따스한 품’, 4장 ‘하늘과 땅의 유쾌한 노랫소리’를 거쳐 5장 ‘달콤한 꿈으로 이어진 마법’으로 여정이 마무리되며, 말미에 작가의 말과 판권지를 붙였다. 다섯 개 장이 각각 정원의 한 구역과 하나의 소리 발견에 대응하는 구조라, 어린 독자가 실제 정원을 산책하듯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삽화는 메타세쿼이아 길, 화원, 하늘과 땅을 각각 다른 색감으로 구분해 장별로 분위기를 바꿔준다.

주 독자층은 유아와 초등 저학년이며, 부모와 함께 읽는 가족 단위 독서를 염두에 두고 구성됐다. 아빠 네오, 엄마 엘라가 토리 곁에서 소리를 함께 찾아주는 장면이 반복되는 만큼, 가족 나들이 전후로 읽으면 이야기와 실제 경험을 연결하기 쉽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장애 이해 교육 자료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난청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설교조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 교육 현장에서 이 책을 고를 만한 이유다. 보청기를 낀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체가 또래 독자에게는 낯선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본문은 수채화 풍 삽화와 짧은 문장으로 리듬을 만든다. “토리야, 오늘 멋진 소리를 찾으러 가자!”라는 루루의 속삭임으로 여정이 시작되고, 정원 입구에서 토리는 “우와, 엄청나게 큰 초록색 대문이다!”라고 외친다. 아빠 네오가 “토리야, 여기가 비밀의 정원이란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소리 찾기로 넘어간다. 문장 하나하나가 짧아 소리 내어 읽어주기에 적합하고, 장면 전환마다 새로운 소리가 하나씩 등장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바람 소리와 새소리, 개구리 소리가 차례로 이어지는 구성은 실제 정원을 걸으며 듣는 순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가페 정원의 소리 비밀번호》는 EPUB3와 PDF 두 형식의 전자책으로 서비스되며, 정가는 15,000원이다. 저자는 지승주와 JIAN, 발행처는 WIA Book이다. 구매와 미리보기는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저자의 후속작이 성인 정보서에서 나아가 어린이 서사로 계속 확장될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이 실제 청각 재활 현장이나 유아 교육 기관에서 보조 교재로 채택되는 사례가 나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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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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