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의 대형 정유공장 두 곳과 흑해 해상 시추시설을 공격한 데 이어,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물류센터까지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연료 공급망과 물류망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러시아 후방 경제 기반 전반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후방 에너지 시설과 물류망이 동시에 압박받는 모습(이미지 제공: AI 생성 이미지) ⓒ 박찬두 기자 |
8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의 대형 정유공장 두 곳을 동시에 타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 날 10여 개 지역과 크림반도, 아조우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397대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단순한 전선 공격을 넘어 러시아 후방 깊숙한 곳의 군사·경제 기반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격을 받은 시설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일스키 정유공장이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드론이 시설을 직접 타격했고, 공장 부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스키 정유공장은 6개의 정제 시설을 갖춘 대형 시설로, 연간 약 660만 톤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료와 석유제품이 러시아군 지원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러시아 사마라 지역의 시즈란 정유공장도 공격받았다. 이 지역은 크라스노다르와 1,000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의 작전 반경이 러시아 내륙 깊숙한 곳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지 주민들은 새벽 시간대 약 40분 동안 여러 차례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으며, 이후 정유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즈란 정유공장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운영하는 주요 정유시설이다. 연간 약 850만~890만 톤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으며, 자동차 연료와 도로용 역청(아스팔트 포장 등에 쓰이는 검은색 점성 석유제품)을 포함해 20종이 넘는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시설 역시 러시아군에 연료를 공급하는 핵심 정유 기반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 [코리안투데이] 흑해 해상 석유시추시설이 드론 공격 이후 화염과 검은 연기에 휩싸인 모습(이미지 제공: AI 생성 이미지) ⓒ 박찬두 기자 |
우크라이나군은 정유공장뿐 아니라 흑해의 해상 시추시설 ‘시바시’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해상 시추시설은 바다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탐사·채굴하는 설비를 말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잠재력을 약화하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정유공장, 에너지 시설, 군수공장 등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뒷받침하는 후방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이 같은 공격은 에너지 시설에만 머물지 않았다. 하루 전인 7일에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000km 넘게 떨어진 예카테린부르크의 대형 물류센터가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설은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가 운영하는 물류센터다. 와일드베리스는 러시아의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흔히 ‘러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공격 직후 물류센터에서는 화재가 발생했고, 직원 약 800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 운영도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물류센터는 상품 보관, 분류, 배송 출발이 이뤄지는 유통망의 핵심 시설이다. 이런 시설이 반복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단순한 기업 피해를 넘어 판매자, 배송업체,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
![]() [코리안투데이] 대형 물류창고 화재로 상품 재고와 배송망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며 러시아 민간 유통망에 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미지 제공: AI 생성 이미지) ⓒ 박찬두 기자 |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부터 드론을 이용해 와일드베리스 관련 물류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8일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최소 20곳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대형 창고들이 잇따라 불타면서 물류 흐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로이터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파손되거나 파괴된 창고 면적은 최소 118만㎡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축구장 수백 개에 해당하는 방대한 규모다.
피해는 대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와일드베리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던 러시아 자영업자와 소규모 업체들도 큰 손실을 떠안게 됐다. 물류센터에 보관하던 재고가 한꺼번에 불타면 판매자는 상품을 잃고, 주문 취소와 환불 부담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일부 크렘린 소식통은 판매자 지원에 수천억 루블이 필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블은 러시아의 통화 단위다.
러시아 정부는 대출 지원과 세금 감면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괴된 재고를 직접 보상할 만큼의 재원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이는 전쟁 피해가 군사시설을 넘어 민간 경제와 소상공인 생계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의 충격은 전선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후방의 창고, 정유시설, 운송망, 금융 부담이 함께 흔들릴 때 국가 경제 전체가 압박을 받는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가 저비용 장거리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의 넓은 영토와 후방 취약점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러시아는 스스로 세계적 군사 강국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광대한 영토 전체를 완벽하게 방어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땅이 넓다는 것이 곧 절대적인 방어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전쟁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수백 km를 넘어 1,000km, 2,000km 이상 떨어진 목표까지 공격하고 있다. 일부 장거리 드론은 3,000km 이상 비행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 전선과 가까운 지역뿐 아니라 깊은 내륙의 산업시설, 군수시설, 물류시설까지 상시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뜻한다.
러시아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군사적 손실뿐만이 아니다. 정유공장이 멈추면 연료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물류센터가 파괴되면 민간 유통망이 흔들리며, 창고 재고가 불타면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여기에 전쟁 장기화로 병력 손실이 누적되고, 추가 동원과 외부 병력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사회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대형 물류창고 화재로 상품 재고와 배송망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며 러시아 민간 유통망에 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미지 제공: AI 생성 이미지) ⓒ 박찬두 기자 |
러시아 병사들의 희생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장에 투입되는 젊은 병사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특히 드론 공격으로 전선의 생존 환경은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 최근 전장에서는 병사들이 투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론 정찰과 공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현대전에서 드론은 정찰, 폭격, 유도 공격, 심리전까지 수행하는 핵심 무기가 됐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군의 전방 전투력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투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연료·물류·군수·경제 기반을 약화하는 것이다. 전쟁을 지속하려면 병사와 무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료, 식량, 탄약, 차량 정비, 창고, 철도, 항만, 전자상거래 기반까지 모두 국가 운영과 전쟁 수행의 일부가 된다. 우크라이나는 이 연결고리를 겨냥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 결정은 당초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전쟁은 장기화됐고, 러시아는 국제 제재와 군사적 손실, 후방 시설 타격이라는 복합적 압박을 받고 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러시아는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정밀 타격으로 러시아의 취약 지점을 계속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쟁은 작은 나라라도 결사항전의 의지와 기술적 대응 능력을 갖추면 강대국의 침략에 맞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와 인구 면에서 러시아보다 작지만, 드론 전력과 국제 지원, 국민적 저항 의지를 바탕으로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는 우리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도 오랜 세월 외침과 위기 속에서도 불굴의 저항정신으로 역사를 이어왔다.
러시아는 과거 국제무대에서 공산주의 진영의 중심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고, 주변국을 압박하거나 침공하며 세력 확장을 시도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전쟁의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대규모 병력과 넓은 영토, 핵무기 보유만으로 전쟁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정보력, 기술력, 경제 지속력, 국민의 의지, 국제적 신뢰가 모두 전쟁의 향방을 좌우한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은 러시아 후방을 흔드는 상징적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수록 더 넓은 지역, 더 다양한 산업, 더 많은 민간 영역에서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군에 공급되는 연료뿐 아니라 민간 유통망과 자영업자의 생계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러시아 내부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전쟁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예상했던 빠른 승리는 이미 멀어졌고, 우크라이나는 드론이라는 비교적 저비용 무기를 통해 강대국의 후방 경제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전역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폭발은 단순한 군사 뉴스가 아니라, 침략 전쟁이 결국 침략국 내부의 경제와 국민 생활까지 흔들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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