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짙게 우거진 길을 따라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간다. 나무 데크 산책로 너머로는 상가 건물이 보인다. 익숙한 도시의 풍경 한편에 초록으로 둘러싸인 길이 놓여 있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지만, 그 길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다른 풍경을 만나는 듯하다.
![]() [코리안튜데이] 김복순 시인의 「그림 동화」 © 장시백 기자 |
김복순 시인은 이 평범한 풍경에 「그림 동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의 앞부분에서는 ‘보다’라는 말이 거듭된다. 한 번 보고 지나치는 풍경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고, 다시 보고 싶은 풍경이다. 같은 말의 반복은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오래 바라볼수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고, 다시 찾고 싶은 장면도 있다.
시선은 마지막 두 행에서 오솔길로 향한다.
“서점에는 없어 / 오솔길에 가면 어쩌면”
제목의 ‘그림 동화’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다. 동화는 서점의 책장에 꽂힌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솔길을 걷다가 문득 마주치는 풍경 속에서도 동화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쩌면’이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시인은 오솔길에 가면 반드시 동화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걷다 보면 만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둔다. 확신하지 않기에 오히려 길 끝이 궁금해진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장면을 만나게 될지 생각하게 한다.
사진 속 두 사람은 말없이 초록이 드리운 길을 걷는다. 가까이에는 상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일상의 공간 한편에 초록으로 둘러싸인 길이 놓여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초록의 길은 익숙한 일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늘 지나던 길도 천천히 바라보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일깨운다.
김복순 시인의 「그림 동화」는 거창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평범한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일에서 한 편의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칠 풍경도 마음을 두고 바라보면 오래 기억할 장면이 된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운다.
어쩌면 동화는 멀리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책장을 넘겨야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걷는 길 위에도 있을 수 있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는 순간, 평범했던 풍경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오늘, 당신이 걷는 오솔길에는 어떤 동화가 숨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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