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오늘
1926년 8월 28일, 토요일. 처서가 지나고 닷새, 경성의 한낮 볕은 아직 따가웠지만 아침저녁 바람엔 슬며시 가을 기운이 섞여 들었다. 그러나 거리의 마음은 날씨보다 무거웠다. 이틀 전 세상을 떠난 스물다섯 젊은 소설가의 부고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경성 문단은 조용히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날의 경성
이틀 전인 8월 26일, 남대문통 자택에서 소설가 나도향이 위장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스물다섯. ‘벙어리 삼룡이’와 ‘물레방아’로 조선 문단에 날카로운 필치를 남긴 그였기에, 부고를 접한 동료 문인들의 슬픔은 더 컸다. ※정확한 발인 날짜는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요절한 젊은 작가를 보내는 문단의 애도 분위기는 이 토요일까지도 이어지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성 신문가는 또 다른 근심을 안고 있었다. 엿새 전인 8월 22일, 한 신문의 「횡설수설」란에 실린 한 줄 글이 말썽이 되어, 글쓴이는 보안법 위반으로, 편집 겸 발행인은 신문지법 위반으로 각각 기소되었다. 판결은 9월 8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검열의 칼날이 언제 어디를 겨눌지 알 수 없는 나날, 기자들은 펜을 쥔 손에 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경성과 한반도
경성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여름 내내 이어진 검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었다. 지난 6월 순종의 인산일에 터져 나온 6·10 만세의 함성 이후, 그 배후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수사는 늦여름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준비를 이끌었던 권오설은 이미 6월 초 붙잡혀 예심을 받는 중이었고, 9월 초로 예정된 또 한 차례의 검거 소식이 사회주의 진영을 긴장시켰다.
같은 8월, 도쿄에서는 일월회 계열의 안광천·하필원 등이 레닌주의동맹에 합류하며 이른바 ‘ML파’라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 움직임은 훗날 제3차 조선공산당의 밑그림이 된다. 검거와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던 시절,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은 쉴 틈이 없었다.

그날의 세계
바다 건너 뉴욕에서는 바로 전날인 27일, 도버 해협을 헤엄쳐 건넌 스무 살 처녀 거트루드 에덜리를 맞이하러 무려 이백만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해협을 완주한 그였다. 뉴욕 시장은 그의 성취를 모세의 기적에 견주며 환영했다. 같은 도시에서는 닷새 전 세상을 떠난 은막의 스타 루돌프 발렌티노를 향한 추모 열기도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정세가 요동쳤다. 폴란드에서는 원수 피우수트스키가 군부를 대대적으로 정리했고, 그리스에서는 판갈로스 장군의 독재가 콘딜리스 장군에 의해 무너졌다.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힘이 낡은 질서를 밀어내고 있었다.

경성 24시
토요일 오후, 종로 서점가엔 나도향의 책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잦았다. 서점 주인은 ‘물레방아’와 ‘벙어리 삼룡이’가 실린 책들을 다시 진열대 앞으로 꺼내 놓았다. 골목 안 카페에서는 문학청년들이 모여 앉아 낮은 목소리로 고인을 이야기했다.
한낮이 저물고 해거름이 내릴 무렵, 극장가엔 여느 토요일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검열료 인상 소식 탓에 흥행사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화신상회 앞 큰길에는 전차가 딸랑거리며 지나갔고, 아이들은 그 뒤를 쫓아 뛰어다녔다. 슬픔과 일상이 나란히 흐르는, 처서 지난 초가을 경성의 하루였다.
100년의 거울
스물다섯에 세상을 뜬 나도향의 삶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단편들은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 교과서에 실려 읽힌다. 그때와 지금, 경성과 서울의 문화 풍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 항목 | 1926년 | 2026년 |
|---|---|---|
| 문화 콘텐츠 | 단편소설, 신문 연재소설 | 웹소설·웹툰·OTT 드라마 |
| 문학 유통 | 종로 서점가, 신문 지면 | 전자책·온라인 플랫폼 |
| 도시 교통 | 전차 노선 중심 | 지하철 다노선 네트워크 |

내일을 기다리며
내일, 1926년 8월 29일 일요일에는 또 어떤 소식이 경성의 아침을 열게 될까. 슬픔과 일상이 뒤섞인 오늘처럼, 내일도 그 시절 사람들의 하루가 조용히 기록될 것이다. 내일 아침,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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