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판 · 1926년 8월 31일 화요일
북벌군, 무창성 앞에 다다르다 — 경성은 필화사건 재판을 기다렸다
🕙 10시 10분, 시계가 미소 짓는 시간
1926년 8월 31일 화요일, 경성 거리엔 늦여름 볕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아흐레 전 조선일보에 실린 「횡설수설」 한 줄이 아직도 법정을 기다리고 있었고, 저 멀리 중국 우한에서는 북벌군이 사흘 밤낮을 싸운 끝에 무창성 앞에 다다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경성의 정확한 기온과 하늘 빛은 남은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날의 경성
아흐레 전인 8월 22일, 조선일보에 실린 「횡설수설」 칼럼 한 줄이 화근이 됐다. 이 글을 쓴 최원순은 보안법 위반으로, 편집 겸 발행인 김철중은 신문지법 위반으로 걸려 넘어갔다. 두 사람의 재판은 9월 8일 경성지방법원에서 열리기로 잡혀 있었고, 검사는 최원순에게 징역 8개월을, 김철중에게 금고 6개월을 구형할 참이었다. 신문 한 귀퉁이의 짧은 글 하나가 사람을 잡아가는 시절이었다. 재판을 여드레 앞둔 이날, 신문사 안팎엔 뒤숭숭한 기운이 감돌았으리라 짐작되지만, 당일 현장을 담은 1차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오직 기소 사실과 구형 내용, 그리고 다가오는 공판 날짜뿐이다.

경성과 한반도
같은 해 봄, 순종이 세상을 뜨고 그 인산 행렬을 따라 일어난 6월의 만세 함성이 채 석 달이 안 된 시점이었다. 총독부는 산미증식계획을 밀어붙이며 조선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데 힘을 쏟았지만, 그해 조선의 세민과 궁민과 걸인을 다 합치면 전체 인구의 열에 하나가 넘었다. 이 무렵 도쿄에서는 일월회 계열의 안광천, 하필원 등이 레닌주의동맹에 발을 들이며 이른바 ML파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경성의 신문 지면과 도쿄의 지하 조직 사이에서, 저항의 결은 이렇게 조금씩 갈라지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
이틀 전부터 후베이성 남쪽 허성교에서는 북벌군과 오패부 군대가 밤낮으로 맞붙고 있었다. 30일 새벽 총공격이 시작되자 엽정이 이끄는 독립단이 먼저 적진을 뚫었고, 오패부는 달아나는 병사들의 목을 베어 전봇대에 매달면서까지 전선을 붙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싸움에서 북벌군은 적 2천여 명을 죽이고 3천5백여 명을 사로잡았으며, 대포 24문과 소총 2,914정을 거두었다. 그리고 8월 31일 이날, 패잔병을 이끌고 물러난 유옥춘이 무창성 방위사령이 되어 성문을 걸어 잠갔다. 북벌군은 마침내 성 앞까지 다다라 이 도시를 에워쌌다. 이 포위는 앞으로 40일 넘게 이어지게 된다.

경성 24시
새벽녘, 신문 배달 소년들은 여느 때처럼 대문 앞에 조간을 던지고 갔다. 한낮에는 종로 거리로 사람들이 오갔고, 상점 간판 아래 그늘을 찾아드는 이들이 많았다. 법조계 언저리에서는 다가올 재판을 두고 말들이 오갔으리라 짐작되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남아 있지 않다. 저물녘이면 종로와 명동의 카페와 극장가에 불이 켜졌고, 축음기 소리가 골목을 타고 흘렀다. 화신상회를 비롯한 상점들은 저녁 손님을 맞을 채비를 했다. 밤이 깊어지면 경찰은 여전히 거리를 돌며 단속의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하루의 끝, 경성은 조용히 다음 날을 기다렸다.

100년의 거울
| 1926년 | 2026년 | |
|---|---|---|
| 언론 규제 | 보안법·신문지법으로 칼럼 한 줄도 기소 |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만 사후 책임 |
| 재판 정보 | 공판 날짜만 신문 한 줄로 예고 | 실시간 중계·판결문 공개 |
| 거리 문화 | 축음기 카페, 변사가 이끄는 무성영화관 | 스트리밍, 멀티플렉스 |
신문 한 줄에 사람이 잡혀가던 시절과, 그 신문 지면을 지금 우리가 역사 기록으로 다시 읽는 시절 사이의 백 년. 말 한마디의 무게는 시대마다 다르게 매겨졌다.

내일, 9월 1일 수요일 경성의 아침이 다시 찾아온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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